전문가들 "정책 논의, 다양한 목소리 경청해야"
양성평등부·성평등위원회 설립 제안도
여성단체들 공약 철회 요구 성명 발표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각계로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집행기구로서의 역할 등을 고려해 폐지보다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은아 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교수는 11일 "(여가부를) 폐지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성평등정책을 어떤 기구를 통해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질문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약 이행 과정에서 이해관계나 담론이 형성될 것이고 변화의 방향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영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가족·청소년 정책 집행부서인 여가부 외에 대통령 직속 조직인 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 부처간 업무 조정이나 새로운 의제 개발, 협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집행 기능이 있어야 조정 기능도 강화될 수 있다"며 "생애주기별 성평등 노동과 여성건강, 젠더폭력 부분에서 정책을 강화해야하되 청년정책을 관할하는 부처 신설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여가부 차관을 지낸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은 "권력형 성범죄에 장관들이 침묵하면서 있으나마나 한 부서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가부는 ‘정부 내 야당’ 역할을 하며 미움을 받았지만 그것이 여가부의 존재 이유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가부가 디지털성폭력이나 성별영향평가 등을 통해 남성들도 아우르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을 더 부각시키고, 가정폭력방지법 등 여성만을 정책 대상으로 여기는 분야가 없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 중에는 여가부 폐지 외에도 성범죄 흉악범 처벌 강화나 교제폭력 보호제도 마련, 경력단절여성 최소화, 한부모가족 지원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여가부를 폐지하고 타 부서에 이관할 경우 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젠더 담당 부처나 조직을 분리하고 가족정책 컨트롤 타워를 별도로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부나 고용부 등에 흩어진 가족지원기능을 모아 가족정책 컨트롤타워로 새롭게 구성하되 여가부는 젠더 이슈에 대응할 성평등위원회나 양성평등부로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시민단체들도 잇달아 공약철회 성명을 내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혐오와 차별이 득세하는 사회에서 여성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진지하게 헤아려야 할 것"이라며 "성평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공약은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0대 청년 남성을 ‘이대남’으로 묶을 수 없으며, (이번 대선에서) 그렇게 묶이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대선 기간 전략과 캠페인이 혐오와 차별에 기초해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에 대해 반성하지 못한다면, 윤 당선자가 말하는 통합은 허울 좋은 수사일 뿐이고 기만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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