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여권 무효화 등 행정 제재할 수 있다"
이근 "시간 낭비 말고 지원이나 고민하길" 반발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우크라이나 국제 의용군으로 참여하기 위해 출국한 해군특수전단 출신 유튜버 이근 전 대위가 외교부를 향해 "지원 방안을 고민하라"라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의 여행 금지 조처를 무시하고 출국한 이 전 대위가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듯한 글을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대위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쓴 글에서 "외교부는 시간을 낭비하면서 우리 여권을 무효화하는 것보다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나 고민해 보라"라며 "야간투시경도 계속 요청했으나 수출 허가를 못 받았다. 따라서 미국 정부에서 야간투시경 지원받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무단으로 우크라이나에 입국할 경우 여권법 위반에 따른 형사 처벌 및 여권에 대한 행정 제재의 대상이 된다"며 "여권법 제26조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거나 현재 소지 중인 여권에 대한 반납 명령, 여권 무효화, 새 여권 발급 거부 및 제한 등 행정 제재를 가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전 대위의 글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애초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출국을 강행했으면서 지원을 바라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나라가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서 나라에게 지원을 요구하지 말라", "공무로 떠난 것도 아니고 민간인 신분 아니냐", "의용군이 왜 다른 나라의 지원을 바라나" 등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일각에서는 "무사 복귀하길 바란다", "출국 방식에는 논란이 있다고 해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결단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등 응원하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이 전 대위는 전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제 의용군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ROKSEAL은 즉시 의용군 임무를 준비했다"라며 "우리가 보유한 기술, 지식, 전문성을 통해 도와주지 않고 이 상황에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여행을 금지하는 '여행경보 4단계'를 내린 상태다. 우크라이나로 출국하기 위해서는 외교부로부터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방문하려는 국가의 영주권자이거나 ▲취재·보도 목적이 있거나 ▲긴급한 인도적 사유(현지 체류 가족의 사망 또는 그에 준하는 사고·질병) ▲공무상 목적 등이 있어야 한다.
이 전 대위는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없이 출국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 전 대위는 "한국 정부의 강한 반대를 느껴 마찰이 생겼다. 우리는 여행 금지 국가에 들어가면 범죄자로 취급받는다고 협박을 받았다"라며 "제가 살아서 돌아가면 그때는 제가 다 책임지고 주는 처벌을 다 받겠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외국인들의 의용군 참여를 촉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우크라이나 수호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모두 와 달라"라며 "그들 모두가 국가의 영웅"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군사당국은 '우크라이나 영토방위 국제군단(International legion of territorial defense of Ukraine)'을 창설하고 외국인 자원병을 모집하고 있다. 외국인의 의용군 지원 절차를 처리해주는 관련 웹사이트도 개설된 상태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에 따르면, 국제군단에는 현재까지 세계 52개국에서 2만여명의 자원병이 모집됐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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