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초부터 지난해까지 매각 기조…공급망 위기에 "전면 재검토"
정부 방침에 광해광업公 '당혹'…"4년간 추진한 광산 매각 중단 불가"
암바토비 매각으로 국부유출 우려도…日 스미토모 매수 가능성 높아
한쪽선 니켈 확보 위해 아프리카 FTA도 검토…정책 시작부터 '삐걱'
[아시아경제 세종=이동우 기자, 세종=이준형 기자]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암바토비 광산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MB정부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공기업의 부채를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다만 취임 이후 광산 매각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정부가 최근 해외광산에 대한 적정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광해광업공단은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4년 동안 추진해온 광산 매각 과정을 일시에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문 정부 5년간 해외광산 6곳 매각
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지난해까지 해외자산 매각 기조를 이어왔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이 한국광해광업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해외광산 6곳을 매각했다. 6개 광산 모두 구리, 리튬 등 국내 자급률이 ‘제로’에 가까운 핵심광물을 채굴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앞서 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 3월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 지분 30%를 1억5200만달러(약 1817억원)에 팔았다. 회수금은 광물공사가 2011년 투자한 원금(2억4000만달러)의 약 60%에 불과했다. 매각을 추진 중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은 2차전지 핵심소재인 니켈 원광 매장량이 1억4620만t에 이르는 세계 3대 니켈광산 중 하나다. 또 다른 2차전지 핵심소재 코발트도 연간 4000t 안팎으로 생산할 수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이어 국가산업으로 부상한 ‘K-배터리’ 발전을 뒷받침할 핵심광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주요 자산 매각에 따른 국부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컸다. 공급망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할 핵심광산을 오히려 경쟁국에 넘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암바토비 광산도 최대 주주인 일본 스미토모상사가 광해광업공단 소유 지분을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 광산의 경우 지분 매각시 타 지분 소유주가 1차 우선매수권을 갖기 때문이다. 스미토모는 이미 암바토비 광산 지분을 2006년 27.5%에서 지난해 47.67%까지 늘렸다. 장기적 관점에서 암바토비 광산에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분을 꾸준히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자원개발을 적폐로 규정하며 국제시장에 해외광산을 매각한다는 시그널을 보냈다"면서 "매각 광산을 제값의 10~20%는 낮춰 받겠다는 뜻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업계 논란에도 4년 이상 꾸준히 매각 기조를 이어왔던 정부가 임기 말에 갑자기 이를 뒤집힌 것은 최근 공급망 안보 문제가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14일 ‘제4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주재하고 해외광산 매각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분쟁,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갈등으로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범정부 차원의 공급망 관리 필요성이 커진 영향에서다. 정부는 핵심자원 비축량을 늘리고 ‘경제안보 공급망 관리 기본법’을 제정해 공급망 전 과정에 대한 관리 체계도 만들기로 했다.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자원안보특별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희토류 등 핵심광물 수급 차질시 상황별로 대처할 수 있는 위기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 확산 등 경제와 안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현안을 더욱 치밀하게 점검하고자 신설된 장관급 협의체다. 2022.2.14.
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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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선 한-아프리카 FTA 검토
아프리카를 통한 원유 및 철광석, 니켈 등 원재료 공급망 확보를 검토 중인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지난 16일 산업부가 비공개로 개최한 아프리카 FTA 전문가 간담회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AfCFTA’ 진전 전망을 구체적으로 다뤘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상현 포스코 경영연구소 글로벌 연구실 연구위원은 아프리카가 이차전지 주요 소재인 코발트와 흑연, 니켈 등 매장량이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니켈이 아프리카에 세계 매장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점을 지적하며 주요 국가로 마다가스카르를 꼽았다. 매각을 검토하는 마다가스카르 광산을 한편에서는 공급선 확보를 위한 주요 국가로 소개한 것이다. 서 연구위원은 정부가 특히 이차전지 소재 등 최근 GVC(글로벌 가치사슬)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프리카 FTA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정부주도로 자원을 확보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 역시 민간중심의 자원개발이 한창인 점을 고려해 아프리카 자원 개발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정부차원의 자원개발 지원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아프리카 자원개발은 국내 삼성 SDI, 포스코 등이 주로 소재 확보를 위해 광산업체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이 자원전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공급망 위기시 일종의 ‘역외 비축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광물 광산이 최근 몇 년 새 줄줄이 해외에 팔려가고 있다는 우려다.
강 교수는 "해외자원 투자를 담당하는 공기업만큼은 ‘낙하산 인사’가 아닌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면서 "암바토비 광산도 2006년 씨앗을 뿌렸던 만큼 정부가 지금이라도 해외광산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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