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30초에 무려 700만달러(약 83억9000만원)." 억 소리나는 미국프로미식축구(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의 광고들을 보면 지금 미국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를 알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두 번째 열린 슈퍼볼에서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내놓은 메시지는 바로 ‘미래’였다. 기아를 비롯한 자동차 브랜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기차’와 ‘로봇’을 선보였고, 코인베이스 글로벌·크립토닷컴 등 최근 급성장한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이 대거 데뷔전을 치렀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퍼볼은 전 세계 1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미 최대 스포츠 이벤트이자 ‘슈퍼 광고전’으로 유명하다. 작전 타임이나 휴식 시간에 나오는 광고들은 등장만으로 핫이슈가 돼 초당 억대의 ‘황금 광고판’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중계 방송사인 NBC는 올해 슈퍼볼 광고가 일찌감치 매진됐으며 30초 광고가 700만달러에 판매됐다고 밝혔다. 이는 1994년 100만달러에서 무려 7배 이상 치솟은 규모다.
올해 슈퍼볼 광고전에 참전한 기업들이 내놓은 메시지는 ‘코로나19의 고통을 잊고 미래에 집중하자’로 요약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기아, BMW,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올해 광고 키워드는 모두 전기차로 통일됐다. 기아의 슈퍼볼 광고는 사람의 애정을 갈구하는 로봇 강아지가 전기차 EV6를 운전하는 한 청년을 따라 가다 방전되지만, EV6의 대표 기능인 ‘V2L’(Vehicle to Load) 기능으로 충전해 되살아 나는 내용을 담았다.
BMW의 슈퍼볼 광고에서는 ‘터미네이터’에서 ‘번개의 신’ 제우스로 변신한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만날 수 있다. 자신의 번개 능력으로 이웃들의 가전제품 충전을 돕던 제우스가 번개가 필요 없는 전기차 ‘iX’를 만나는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GM은 영화 오스틴파워에서 닥터 이블을 연기한 배우 마이크 마이어스를 내세웠다. 영화에서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닥터 이블(Dr. Evil)을 ‘Dr. EV-il’로 바꿔 GM의 전기차 사업 의지도 강조했다. 이 밖에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에 나선 월박스는 가정용 전기차 충전기 광고를 통해 과거 벼락을 맞은 실존 인물을 보여줬다. AP통신은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라며 "슈퍼볼 광고로 대거 복귀한 자동차 브랜드들이 무언가를 한다면 그것은 ‘전기’"라고 전했다.
미래를 담아낸 광고를 선보인 것은 자동차 브랜드들만이 아니다. 아마존은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는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의 모습을 담아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메타버스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광고를 공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슈퍼볼 광고는 그 해 투자 열기가 가장 뜨거운 분야를 반영하는 트렌드 지표"라며 "과거 IT 온라인 기업들의 자리를 코인베이스 글로벌, FTX 등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이 차지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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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들은 다수 기업들이 제품을 앞세우면서도 웃음과 희망을 전달, 팬데믹으로 고통 받은 지난 2년을 위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오스틴파워 등 1990년대 영화를 앞세운 광고들로 과거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웃음을 줬다는 설명이다. 킴벌리 휘슬러 버지니아대학교 마케팅 교수는 "미국인들이 어렵고 힘든 2년을 보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랜드 컨설팅회사 브랜드 페더레이션의 켈리 오키페 대표는 "재밌고 긍정적이며 행복하게 만든다"며 "분열시키거나 통합하거나 깊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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