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통일교 재단서 인수
고용보장 조건 예산 등 가져가
1년만에 감사·조기 퇴직 신청
잔류 직원들은 한직 인사조치
성남시 관계자가 빈자리 채워
"이재명 시장 구단장악 사전작업"
당시 축구계 관계자 등 분석
李측 "적법절차에 의해 인사이동"
11일 아시아경제가 단독 입수한 2014년 12월 보고된 ‘성남FC 조직개편안’ 등 자료와 제보 등을 종합하면 성남시는 2014년 12월 성남FC 내 조직을 개편하면서 조기퇴직 희망자를 받는 등 예정에 없던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축구단 전신인 성남일화천마 때부터 일한 직원 대부분이 강제로 퇴사했다. 성남시는 퇴사하지 않고 남은 직원들에 대해 보복성 인사조치도 했다.
◆구단 인수 때 했던 ‘고용 보장’ 약속 깬 성남시, 강압인사
성남FC의 전신은 성남일화천마 프로축구단이다. 2013년 8월 구단을 운영하던 통일교재단이 손을 떼기로 했고, 두 달 뒤 성남시가 구단을 인수했다. 성남시는 당시 이 과정에서 성남일화에서 일한 기존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당시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통일교재단이 떠나면서 남긴 예산 10억원 등 물적·인적 기반을 모두 성남시가 가져갔다"고 했다.
하지만 2014년 7월 성남시가 달라졌다. 구단에 기습 감사를 실시하고 그해 12월에는 일부 부서들을 통폐합하는 등 조직개편을 하겠다고 구단에 통보했다. 조기퇴직 희망자들도 받았다. 신청대상은 ‘1년 이상 재직한 직원들 중 희망자’였고 대상자도 인사위원회가 의결을 거쳐서 결정토록 했다. 구단 내부에선 사실상 성남일화 때부터 일한 잔류 직원들에 대한 ‘저격성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직원들 다수가 회사를 그만 두고 소수만 남았다. 성남시는 남은 직원들에 대해 2015년 1월 ‘수익증대 특별 전담팀’이라는 새 부서로 옮기도록 인사를 냈다. 그들의 의사는 당연히 불문했고 냉난방도 되지 않는 로비 회의실에서 전화만 받는 이른바 ‘콜센터’ 직원처럼 일하도록 하면서 퇴사를 암묵적으로 강요했다. 이후 별다른 실적이 없자 이 부서를 폐지, 직원들도 모두 퇴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李가 직접 결재, 성남FC 장악 사전작업 의구심
이 후보는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조직개편 및 인사 결재안에 모두 사인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대해 법조계와 축구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 시장이 구단에 성남시에서 일하던 측근들을 대거 심으면서 구단 장악을 위한 사전작업을 했던 것 아니었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직원들이 떠난 자리는 성남시 관계자들로 채워졌다고 한다. 당시 구단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창단 후 첫 1년 간은 한달에 인사를 네다섯 번씩 하면서 성남시 공무원들이 구단으로 많이 옮겨 왔다"면서 "성남시는 인사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노무사, 변호사들을 동원해 직원들이 퇴사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했다"고 밝혔다. 당시 성남시에서 구단 감사와 조직개편을 이끈 공무원 다수가 이 시장이 경기도지사가 된 후 경기도청으로 발령 나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성남FC는 이후 2015∼2017년 후원금과 광고비 등 명목으로 관내기업 6곳으로부터 160억원을 받아 대대적인 인사조치가 후원금을 받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후원금과 관련해서는 기업 현안을 해결해주기 위한 대가성이 있다는 의혹이 줄곧 제기됐으며 현재 경찰이 재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재명 후보측은 "성남일화에서 성남시민프로축구단으로의 인수는 합의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며 "해체 위기에 처한 구단을 민간기업 구단으로 새롭게 창단한 것으로 최대한 인적 자원을 수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구단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사무국장 일부 임원을 중심으로 희망 퇴직 및 인사 이동이 있었으나 취업 규정 및 노동법 기준에 따라 원칙적으로 진행됐고 실직 위기에 처한 대다수 직원들은 그대로 고용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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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통해 해체 위기에 놓은 구단을 시민구단 창단으로 연계한 모범사례"라고도 강조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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