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내 공장 296개소…주요기업 공장 500m~3km 내 위치
기업들, CEO처벌 쟁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한목소리
'1호'기업 삼표산업 대표 입건…CEO 처벌 현실화
11일 오전 9시 26분께 전남 여수시 화치동 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열교환 리크 테스트(누출 시험) 도중 폭발 사고가 발생해 현재까지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폭발한 공장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전라남도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에서 11일 열교환기 점검을 하던 근로자 8명이 숨지거나 다치자 여수산단에서 공장을 돌리는 주요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많게는 기업당 수천여명의 근로자들이 종사하고 있어서다.
기업들은 전사 차원의 안전보건관리조직 확보 등에 나서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중대재해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의 형사처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사관으로부터 법에 명시된 안전보건관리의무를 제대로 지켰는지를 증명하는 길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날 오전 9시께 중대재해처벌법 1호 위법기업인 삼표산업의 이종신 대표이사를 입건하고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상황이라 기업들은 더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6분께 전남 여수시 화치동 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8명 중 4명이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직전 근로자들은 에어누출을 확인하는 작업인 열교환기 누출 시험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폭발 이후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상자 대부분은 협력업체 직원으로 알려졌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나프타 분해시설(NCC)을 절반씩 지분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연간 수백t의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여천NCC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며 "파악 완료 후 공식적으로 회사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여수시에 따르면 사고 현장 근처엔 여천NCC, 한화솔루션, 한화에너지, LG화학, GS칼텍스,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코오롱인더스트리, 한국바스프, 효성엔지니어링 등 기업이 입주해 있다. 총 296개의 공장이 지어져 있다. 협력사 직원 제외 정규직만 3000여명(생산직 엔지니어, 사무직 및 지원 인력 등)의 근로자가 여수산단에서 일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 철저
이날 여천NCC 사고 이후 여수산단 입주 기업들은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 작업만큼은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사적으로 '안전 시스템'을 빠짐없이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란 반응을 보였다. 롯데케미칼은 내년까지 안전관리 부문에 5000여억원을 투입하는 등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알렸다. LG화학은 2020년 6월부터 전 세계 사업장의 환경안전 대책을 전면 검토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조정하는 '매그놀리아 프로젝트'를 여수산단에도 철저히 적용해 시행할 것이란 입장이다.
입주 기업들은 여천 사고에서 문제가 됐던 '열교환기' 설비처럼 특정한 설비에 대한 정기보수 및 예산 증액, 관련 근로자에 대한 특정 가이드라인 하달 등 구체적인 방책을 당장 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보다는 전사적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반응이다.
A기업 관계자는 "노후 설비를 정비하는 작업은 상시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지 (여수 등) 특정 산단 설비를 집중 관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며 "(현장 근로자) 작업 지침 관련 외부 전문가 컨설팅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B기업 관계자는 "당사 설비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지만, 근로자의 안전은 중대재해법 시행 및 사고와 관계 없이 업계가 오래 전부터 만전을 기해 온 부분"이라며 "안전환경 방침과 위험성 평가 방법, 사후 대응책은 물론 노무법인을 통한 현장 근로자 집중 교육 등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했다.
여수산단은 1970년 운영 이후 약 34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수산단이 다른 지역의 산단보다 특별히 취약한지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1년 2년 혹은 4년 단위로 석유화학 업계가 NCC 등 주요 설비를 정기보수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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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상 중대재해 발생 후 사망자 1명 이상, 같은 사고가 반복돼 6개월 이상 치료받아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만 발생해도 최고경영자에게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법 4조 1항에 적시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 조치',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행 조치' 등을 했다고 수사관에게 인정받으면 CEO 처벌은 면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수사관이 여천NCC가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CEO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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