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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의 책으로 읽는 세계] 소셜 놀이의 시작은 달콤하고 끝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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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의 책으로 읽는 세계] 소셜 놀이의 시작은 달콤하고 끝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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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 재벌 그룹 회장이 인스타그램에서 멸치와 콩을 갖고 놀다 곤욕을 치렀다. 기업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작은 원한조차 잊지 않고 보복하는 나라의 국가 원수를 건드려 사업 전망을 흐리게 했다. 대중들 반응도 격렬했다.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소셜미디어엔 관련 인증사진이 쏟아졌다. 뒤늦게 말을 물렸으나, 일부 고객을 영원히 잃은 건 엄연하다. 못난이 감자를 대량으로 팔아 주어 어려운 농민들을 도왔던 때처럼 선한 일에 힘쓰지 않는 한 이미지 회복에 시간이 걸릴 듯하다.


소셜미디어는 인간을 중독시킨다. 디지털 마약이나 다름없다. 인스타그램의 ‘하트’는 온 우주가 나를 사랑하는 듯한 기분을 가져온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모든 이가 ‘내가 최고’라고 찬양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트위터의 ‘리트윗’은 모든 입이 나를 위해 지저귀는 듯한 환각을 부른다. 늘어나는 ‘하트’ 숫자는 도파민 같은 쾌락 물질로 뇌 속을 물들여 인간을 황홀경에 떨어지게 만든다.


마약 중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소셜 중독자도 디지털 아바타와 현실의 자신을 좀처럼 구분하지 못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라면 무슨 말을 내뱉어도 될 듯한 착각에 빠져들고, 이렇게나 많은 팬이 있는 나라면 무슨 짓을 저질러도 괜찮겠지라는 오류에 사로잡힌다. 한순간 오만으로 대중의 사랑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연예인처럼, 그 결과는 예외 없이 파탄이다.


정연욱의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천년의상상 펴냄)은 차세대 인플루언서 325명을 만나서 16개월 동안 인터뷰한 기록을 종합한 인류학적 보고서다. 이 책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 주목을 받아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이 바라는 바는 오직 출세뿐이다. 소셜미디어로 인기를 끌어 물질적 부와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싶은 것이다. 이들을 시쳇말로 관심종자, 즉 ‘관종’이라고 부른다.


소셜미디어는 ‘은둔형 장인’의 시대를 끝냈다. 사회 뒤편에서 묵묵히 하루하루 삶을 다져가는 사람들을 이들은 바보라고 여긴다. 취업조차 어려운데 비정규직만 넘치는 팍팍한 현실, 폭등하는 집값과 잦은 구조조정 등으로 노력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성실한 삶이란 결국 ‘이생망’의 무한연장이라는 것이다. 관종이 보기에 비참한 현실을 마법의 미래로 바꿔 줄 ‘코인’은 팔로워 숫자와 하트 개수 등이다. 이것들은 가라앉는 삶을 구조하는 데 필수적인 생명줄이다.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해지는 일이 성공의 척도이고 바라는 삶의 약속어음이 되어버렸다. 마치 블랙 코미디와도 같다.


사람들 눈길을 끌고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관종들의 전략은 물질적 부를 과시하는 물질파, 신체적 매력을 자랑하는 육체파, 지적인 면을 부풀리는 정신파 등 크게 셋으로 나뉜다. 청년만의 일은 아니다. 사실, 소셜미디어에 하루 내내 들러붙어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이들은, 세대를 불문하고, 셋 중 어느 하나에 귀속된다. 내 생각에, 예외가 있다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려고 분투하는 이들이다. 인기는 대부분 별로다. 사람들은 장삿속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이다.


육체파는 추종자들을 값비싼 소비 현장으로 데려간다. 이들 ‘능력자’는 고가 명품, 럭셔리 핫플레이스, 고급 자동차 등의 얼리어답터이자 선전꾼이다. 이들의 콘텐츠를 한 단어로 집약하면 ‘돈 자랑’이다. 청동기 시대 족장들이 고인돌을 크게 세우고, 절대왕정 시대 황제들이 화려한 궁전을 꾸몄듯, 이들은 슈퍼카와 한정판 가방을 사랑한다. 재벌 3세나 연예인과 똑같은 브랜드의 의상을 걸치고 신발을 마련해서 이들은 “나한테 주는 선물”을 강조하면서 “과시의 쇼케이스”를 꾸린다. 때때로 이 일을 ‘명품 투자’라고 우기기도 한다. 진짜 부자인지는 상관없다. ‘뽀샵질’한 사진과 우아해 보이는 말이 중요하다. 이들은 돈으로 인정을 사들인다.


육체파는 추종자들 앞에서 큰 키, 잘 빠진 몸매, 성적 매력을 뽐낸다. “좋은 몸은 신이 내린 선물이에요.” 이들은 신의 은총을 소리 높여 외친다. 정성 들여 가꾼 얼굴과 다져진 몸은 이들의 전략 무기이다. 육체를 매력 있게 조성하고 크게 노출할수록, ‘좋아요’도 늘어나고 댓글도 많이 달린다. 천박한 싸구려로 보이지 않으려면, 헬스장, 수영장, 마사지숍 사진이 자주 필요하다. 아름다운 사람이 노력까지 하면, 호감이 올라가고 자연스레 찬사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는 마스터코리아, 미스코리아 대회나 다름없다. 소속사와 심사위원의 뒷거래 의혹 없이, 방송국 PD의 조작도 없이, 공정하게 “실시간 ‘좋아요-투표’로 차세대 스타를 선발”한다. 그래서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믿는 사람들은 더 자주 헐벗는다.


정신파는 지식과 정보, 인사이트 등 이른바 ‘개념’ 놀이를 즐긴다. 돈 없고 몸 나쁜 사람이 “냉혹한 배틀 그라운드”에서 생존하려면 부자나 미남미녀가 할 수 없는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 새로운 발상과 번뜩이는 혜안으로 무장한 ‘페북 현자’ 역할이다. 이들은 영화, 책, 전시회, 연주회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심오한 말과 함께 자랑하고, 정치?경제?사회 등 세상만사에 끼어들어 질서와 의미를 찾겠다면서 ‘키보드배틀’을 즐긴다. “가난한 채 머물러라. 바보가 되어라.” 스티브 잡스의 말은 이들의 인생 구호다. 물론 가난에 머무르고픈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이들의 목표는 출세니까. 삐딱선을 즐기다가 선을 넘어서 인간 자체가 비뚤어지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대가일 뿐이다.


그런데 ‘유명함’은 정말 구질구질한 과거를 청산하고 장밋빛 미래를 열어줄까? 불행히도, 콘텐츠 크리에이터 대부분은 업체 배만 불려주고 권력에 이용만 당할 뿐 자기 인생을 창조하진 못한다. 사람들 관심을 꾸준히 끄는 것은 무척 어렵다. 명품 자랑의 기쁨은 신용 불량의 슬픔으로 이어지고, 몸매 과시의 즐거움은 참혹한 무례에 상처받는 마음을 남기며, 지적 허세의 뿌듯함은 한순간 잔인한 보복으로 돌아와 심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소셜 놀이의 시작은 미친 듯이 달콤하고, 그 끝은 죽을 만큼 쓰디쓰다. 대기업 회장조차도 피할 수 없었다. 후회가 남지 않으려면 소셜미디어 다이어트뿐이다. 관종 됨을 스스로 성찰하는 삶이 이 시대의 진짜 모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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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문학평론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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