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코로나 3년차'에 접어들면서 면세업계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딜레마'에 빠졌다. 따이궁 의존도가 90% 수준인 상황에서 업체별 송객 수수료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고, 해외 명품 업체들은 이 따이궁 의존도를 문제 삼아 시내 면세점에서 철수하고 있다. 이는 다시 면세점의 가격 협상력 약화와 인지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업계는 깊은 시름에 잠겼다.
◇따이궁 의존도 90% 상회
14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50% 내외였던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의 따이궁 비중은 코로나19 이후 90% 수준으로 뛰었다. 코로나19로 하늘 길이 막히면서 일반 내·외국인 여행객의 발길이 끊긴 것이 원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면세점 총 매출(약 16조4554억원)에서 외국인 매출(약 15조708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5.45%에 달했다. 업계는 이 중 90% 이상이 따이궁 매출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국내 면세점 매출은 15조5042억원으로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 24조8586억원 대비 37.63% 감소했다. 지난해 역시 18조원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이궁 유치를 위한 송객 수수료는 2.5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이 이들에게 지급한 송객 수수료는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약 18조원)의 12.78%가 송객 수수료로 지출된 셈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하늘 길이 막힌 상황에서 따이궁 매출이라도 올려야 사업 영위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익 구조 악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짐 싸는 루이뷔통, 도미노 우려
루이뷔통은 지난해 예고한 대로 한국 시내면세점 철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 롯데면세점 제주점 루이뷔통이 영업을 중단했고, 올해 중 나머지 시내 면세점에서의 철수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롤렉스 역시 서울, 제주, 인천공항 매장 3곳 외 국내 면세 매장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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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이 디올, 셀린느 등 루이뷔통이 속한 LVMH그룹의 타 브랜드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 명품 매장은 면세점의 위상을 보여주는 역할을 해 타 브랜드 유치 및 가격 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요 명품 브랜드의 이탈은 국내 면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상황이 돼도 따이궁 비중을 한 번에 낮추기는 사실상 힘들어 사면초가 상황"이라며 "정부가 내국인 면세한도 상향 등을 통해 면세업계가 건강한 매출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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