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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짱X는 죽은 짱X죠"…도 넘은 중국인 혐오,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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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내 설문조사서 日 제치고 '비호감 세계 1위'
사드 갈등부터 김치공정까지…끊이지 않는 갈등
온라인 커뮤니티선 "착짱죽짱" 도 넘은 혐오 표현까지
전문가 "반중 정서, 중국 동포 등 이주민 혐오 번질 수도"
"어떤 경우에도 인종 차별 나쁘다는 인식 자리 잡아야"

"착한 짱X는 죽은 짱X죠"…도 넘은 중국인 혐오, 문제 없나 연휴 즐기는 중국인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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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한국인들의 '반중 감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한국인이 가장 불신하는 국가로 중국이 선정됐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반중 감정은 특히 온라인상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이른바 '김치공정' 등 국내 문화의 정통성을 두고, 한·중 누리꾼 간 갈등이 치열해진 탓이다. "중국인은 죽어야 한다" 등 도를 넘은 혐오 발언도 쉽게 발견된다.


中, 日 제치고 국내 '비호감 1위 국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12일 발표한 '아시아 브리프' 최신호에는 '2021 한국인의 아시아 인식 설문조사 결과 분석 보고서'가 실렸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와 함께 국내 성인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주요국 20개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진행했다.


"착한 짱X는 죽은 짱X죠"…도 넘은 중국인 혐오, 문제 없나 지난해 4월27일 강원도에서 공사 중이던 한중문화타운에 반대하는 주민 모습 / 사진=연합뉴스


조사 결과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로 꼽은 나라는 미국(전체 응답자의 71.6%)이었다. 반면 일본(13.3%), 중국(6.8%)은 각각 19위와 20위를 차지해 한국인들이 가장 불신하는 국가로 선정됐다. 특히 중국은 과거사 문제로 지난 2018년 무역 분쟁까지 빚었던 일본까지 제치고 '한국인의 신뢰도가 가장 낮은 나라'로 꼽혔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김용호 아시아 브리프 편집위원장은 "동북공정, 사드 배치에 대응하는 '한한령' 등으로 중국과의 갈등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국민의) 반감도 커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신뢰도, 협력 관계 등 모든 지표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라고 분석했다.


'한한령'부터 '김치공정'까지…끊이지 않는 韓·中 갈등


사실 한국과 중국은 여러 차례 외교적 마찰을 경험한 바 있다. 그 시작점은 지난 2016년 7월 한국과 미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확정한 것이다.


"착한 짱X는 죽은 짱X죠"…도 넘은 중국인 혐오, 문제 없나 지난 2016년 국내에 사드(THAAD) 배치 결정이 확정된 후 한중 관계는 냉각됐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해 공식적인 경제적 보복 조치를 발표한 적은 없지만, 이후 중국 내에서는 암묵적으로 한류 문화 금지 정책인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한령은 사드 갈등 이후 6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일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원칙적인 선에서 경색된 한중 관계를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에 합의했다"며 "하지만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한중 관계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중국 측에 집요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전통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주장인 일명 '김치공정'도 중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시각을 악화하는 데 한몫 했다. 김치공정은 지난해 초 일부 중국 언론들이 김치를 중국 음식으로 소개하면서 벌어진 논란이다. 동북아시아의 모든 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취지의 일부 중국 역사학계 학설인 '동북공정'에 김치를 합쳐 만든 신조어다.


중국 공장지대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민주주의를 보존해 왔던 홍콩 특별행정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국가보안법' 통과 등, 한·중 갈등은 환경·정치 등 여러 사안이 켜켜이 얽혀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착한 짱X는 죽은 짱X죠"…도 넘은 중국인 혐오, 문제 없나 13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는 '착짱죽짱'이라는 단어를 쓴 게시글이 다수 검색됐다.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착짱죽짱"이라는 신조어가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이다"라는 문구를 네 글자로 줄인 말이다. 지난 2020년에는 한 프로게이머가 개인 인터넷 방송 중 "착짱죽짱"이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가 중징계를 받기까지 했다.


반중 감정, 국내 거주 중국 동포에게까지 불똥 튀기도


반중 감정은 단순히 중국만을 향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거주하는 중국 동포나 관광객들을 향해 혐오의 불똥이 튀기도 한다.


일례로 강원 춘천·홍천 일대에 건설됐다가 일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중단된 '한중문화타운' 사업이 있다. 한중문화타운은 춘천 내 관광단지에 중국복합문화타운을 조성하는 사업이었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차이나타운"이라고 주장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지난해 3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왜 대한민국에 작은 중국을 만들어야 하나. 국민들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자국 문화를 잃을까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 고유한 문화를 약탈하려는 중국과 맞서라"라며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은 약 61만명이 넘는 이들의 동의를 받았다.


코로나19가 시작됐던 지난 2020년 초 중국 우한 야생동물 도축 시장인 이른바 '웻 마켓(wet market)'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최초로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중국 동포들이 운영하는 시장에 대한 편견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착한 짱X는 죽은 짱X죠"…도 넘은 중국인 혐오, 문제 없나 최초의 코로나19 환자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우한 화난수산물도매시장 /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특정 집단을 향한 차별을 멈춰 달라며 특별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최영애 인권위 위원장은 지난해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인과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 표현을 자제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침묵을 넘어 혐오 문제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인류애와 연대로 이 시기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인종차별 방지를 위한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현재 국내에는 소수민족을 인종 차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제도나 법안이 따로 정비돼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중국 동포 등 혐오에 노출된 소수자들이 무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반중 정서가 폭력적인 인종차별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어떤 경우에도 인종차별은 나쁘다'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국내로 유입되는 이주민이나 난민에 대해서는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주민 대상 교육뿐 아니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방지 교육도 필요할 것"이라며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을 한국인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한국을 다양한 문화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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