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장기집권에 사회갈등 키워
시위 발생 후 공직 사퇴, 국외탈주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카자흐스탄의 정정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막후 통치자로 알려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국외탈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자흐스탄이 옛 소련에 독립한 이후 지난 2019년까지 29년간 장기집권했던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이번 시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빈부격차와 사회갈등을 야기한 인물로 알려졌죠. 그의 옛 측근들이 이번 사태를 이용해 쿠데타를 벌이려했다는 혐의까지 나오면서 그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나자르바예프 측근들, 반역혐의로 체포...본인은 국외탈주
8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국가보안위원회(KGB) 공보실은 이날 "앞서 지난 6일 국가반역 혐의에 대한 자체 조사를 통해 카림 막시모프 KGB 위원장과 다른 인사들이 체포돼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밝혔습니다.
카자흐스탄 KGB는 옛 소련 KGB를 이은 최고 정보기관으로 막시모프 전 위원장은 지난 2007~2012년과 2014~2016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아래서 두 차례 총리를 역임했고, 2012~2014년에는 대통령 행정실장(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16년부터 KGB 위원장을 맡았던 고위급 관료인데요. 그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주요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었죠.
막시모프 위원장과 함께 KGB 제1부위원장 사마트 아비쉬도 7일 알마티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비쉬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조카이기도 합니다. 이로인해 현지에선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현 정권을 이끌고 있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이번 시위 사태를 기획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시위 발생 후 먼저 카자흐스탄을 떠났고, 곧이어 가족들도 그의 뒤를 따라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족들 가운데 그의 동생인 볼라트만이 카자흐스탄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국외탈주로 인해 측근들의 반역 혐의는 더욱 짙어지고 있죠.
장기집권 속 사회갈등 심화...막후통치로 정권 통제력 약화
이번 시위사태에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막후에서 아직까지도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카자흐스탄이 옛 소련에서 독립한 1990년 이후 2019년까지 무려 29년이나 카자흐스탄을 통치했던 인물로 알려져있죠.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누르술탄' 역시 대통령에서 퇴임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서 붙였습니다.
그는 장기집권 기간동안 석유와 우라늄 등 자원개발에 주력하고 다민족·다종교 사회인 카자흐스탄 사회를 포용정책으로 안정시킨 공로는 인정받지만, 극심한 빈부격차를 일으킨 장본인으로도 알려져있죠. 그의 통치기간 동안 극소수 측근들과 기업인들에게 부가 편중되면서 오늘날 카자흐스탄의 사회갈등이 심화된 것으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장기간에 걸친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사회불안정을 유발하고 정부 주요 인사들을 강등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며 "정권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강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퇴임 이후 정부를 크게 혼란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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