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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꿈의 에너지'는 바로 나"…핵융합 발전 어디까지 왔나?[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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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근 섭씨 1억도 30초 유지 성공, 세계 최고 기록
-초고온 플라즈마 장시간 유지 및 발전 기술 확보가 첩경
-환경오염·사고 위험·방사성 폐기물 걱정 없고 값싼 원료 무궁무진

"진짜 '꿈의 에너지'는 바로 나"…핵융합 발전 어디까지 왔나?[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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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핵융합', 학창시절 '문송(문과여서 죄송하다는 신조어)'이었다면 더더욱 생경한 이 단어. 잘 기억해둬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막고 후손들에게 살 만한 환경을 남겨줄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유력하다. 사고 위험이 없어 안전한데다 저비용ㆍ친환경ㆍ고효율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기술만 제대로 개발된다면 후손들은 환경ㆍ자원 걱정할 필요없이 풍부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한국은 핵융합로 시범 사업으로 설치한 KSTAR가 최근 세계 최초로 섭씨 1억도 30초 유지 기록을 세우는 등 보기 드물게 선두에 서있는 연구 개발 분야다. 전인미답의 경지를 스스로 개척해 가야 하는 책임도 크다. 핵융합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핵융합 에너지란?

원자력 에너지가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우라늄의 원자핵이 중성자와 만나 깨지면서 가벼운 원자핵으로 바뀌고, 이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만큼 에너지가 방출된다. 핵융합 에너지는 그 정반대다. 원자핵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물을 데워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태양 중심부에선 수소 원자핵이 섭씨 1500만도의 온도와 엄청난 고압력 때문에 강제로 합쳐져 헬륨 원자핵으로 융합되고, 이때 줄어든 질량만큼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표면 온도만 섭씨 5778도에 이를 정도의 빛과 열이 발생한다. 태양에서 발생하는 빛과 열 에너지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약 50억년 이상 핵융합 반응을 이어가며 빛과 에너지를 공급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에서는 초당 수소폭탄 2000억개가 한꺼번에 터지는 만큼의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다.


핵융합 에너지 기술은 말 그대로 지구상에 작은 '인공태양'을 만들어 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태양과는 전혀 환경이 다른 지구에서 어떻게 핵융합 반응을 만들어 낼까? 과학자들은 서로 밀어내는 특성을 가진 수소 원자핵들을 융합시키기 위한 조건을 연구했고, 지구상에서는 섭씨 1억도 이상의 열을 가하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현재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개발 중인 핵융합로 기술이다.


"진짜 '꿈의 에너지'는 바로 나"…핵융합 발전 어디까지 왔나?[과학을읽다]



◇지구에서 인공태양 만들기

핵융합로는 중수소·삼중수소를 연료 삼아 섭씨 1억도가 넘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만들고, 거기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물을 가열시키고 전기를 생산하는 게 핵심이다. 어떻게 수소 원자핵들을 섭씨 1억도의 온도로 가열할까?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완전 초전도 토카막(초전도자석으로 초고온 플라스마를 가두는 밀폐용기) 방식의 핵융합로를 만들어 섭씨 1억도 가열에 성공했다. 물론 20년간 실패한 프랑스의 사례도 있듯이 이것조차 간단한 기술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중성입자빔 가열 장치를 사용해 이온 입자를 높은 에너지로 가속화해서 열을 내고 이를 플라스마 내부로 전달하는 방법을 쓴다. 미국 등 일부에선 초강력 레이저를 한 점에 집중시켜 온도를 올리는 방법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섭씨 1억도의 초고온 플라스마는 자기장을 이용해서 ‘관리’한다. 닿는 모든 것을 녹여 없앨 만큼 강력한 ‘불꽃’이지만, 자기장의 영향을 받는 성질이 있다. 초전도자석으로 발생시킨 자기장으로 초고온 플라스마를 공중에 띄어 놓는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핵융합로 내장재에 닿는 온도는 섭씨 수천도 수준이어서 지구상의 원소들로도 견딜 수 있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녹는 점을 가진 탄소(섭씨 약 3642도)가 핵융합로 내부의 내장재(디버터·Diverter)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용이 누적될 경우 중수소와 결합돼 메탄 불순물로 전환되는 등 내구성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금속 원소 중 가장 내구성이 좋은 텅스텐(녹는 점 섭씨 3422도)이 대안으로 사용되는 추세다. 초고온에서 중성자에 의한 손상을 거의 받지 않고 낮은 방사화도 장점이다. 우리나라 등 7개국이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로(ITER)도 일부를 텅스텐으로 채택했고, 독일·중국은 물론 한국의 KSTAR도 현재 텅스텐 디버터로 교체 중이다.


"진짜 '꿈의 에너지'는 바로 나"…핵융합 발전 어디까지 왔나?[과학을읽다]


◇왜 핵융합 에너지인가?

연료인 중수소·삼중수소는 지구상에 무궁무진하다. 중수소는 바닷물을 분해하면 얻을 수 있고, 삼중수소는 리튬을 핵융합로 내에서 핵변환시켜 얻을 수 있다. 리튬의 매장량은 지각에서만 6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있고, 바닷물을 분해할 경우 1500만년간 써도 되는 풍부한 물질이다. 40년치밖에 안 남은 석유, 60년치 남은 천연가스, 65년 분량인 우라늄 등 다른 연료 에너지원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 엄청난 고열량을 자랑한다. 바닷물 1ℓ에 들어 있는 중수소 0.03g이 내는 열량은 휘발유 300ℓ와 맞먹는다. 100만㎾급 발전소 기준 연간 소모 연료는 10t으로, 220만t의 석탄, 150만t의 석유보다 훨씬 적게 들어간다. 원전처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걱정도 없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긴 하지만, 수십년간 저장하면 자연화돼 훨씬 부담이 적다. 온실 가스도 없다. 특히 원전에 대한 거부감의 근본 원인인 사고 위험도 거의 없다. 높은 열을 내는 만큼 한 번에 고출력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플라스마를 가열하기 위해 투입 에너지에 비해 산출되는 전기의 양도 현재 기술상 10배 정도의 고효율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한현선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KSTAR 연구본부 박사는 "전기를 투입해 초전도자석에서 발생한 자기장 때문에 플라스마 상태가 유지되는데, 사고로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 곧바로 플라스마가 사라져 버린다"며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 같은 위험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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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다. 초전도자석이 발생시킨 자기장을 이용해 섭씨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전 세계 각국이 다 애를 먹고 있다. 한국이 올해 30초 유지로 세계 1위 기록을 경신했지만, 미국·중국·러시아 등은 10초 기록을 세우는 데에도 버거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2026년까지 300초 유지 기록을 세훈 후 2050년대 내에 상용화한다는 목표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한 박사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 전기자석을 충전했다가 방전하면서 발생시킨 자기장으로 플라스마를 장기간 유지하는 제어 기술"이라며 "현재로선 잠깐밖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2050년대 탄소중립 시대의 대안 에너지가 되기 위해선 좀 더 획기적인 기술적 진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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