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공사 하도급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비자금을 만들었어도 그 목적이 사익 추구가 아니라 회사의 이익에 관한 것이었다면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죄로 기소된 전 대우건설 토목사업기획팀장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비자금 조성은 회사의 원활한 운영과 회사 임직원의 관리, 거래처와 유대관계 유지 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회사와 관련이 없거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인정했다.
A씨는 2007∼2009년 토목사업기획팀장으로 일하면서 하청 관계에 있던 토목공사업체 대표가 골프장 공사 하도급을 요청하자 "공사 대금을 올려주는 대가로 20억원의 리베이트를 달라"고 요구한 뒤 총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가 상관인 토목사업본부장의 지시로 부외 자금(비자금) 조성·수수·집행에 관여했으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임원과 각 팀에서 공사 수주를 위한 영업비나 행사 경비, 직원 격려금 등을 법인카드로 충당하기엔 부족하다고 보고 부서 차원에서 리베이트 받은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오는 등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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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2심 재판부는 "정상적인 회계 처리를 거치지 않고 부외 자금을 조성한 행위는 기업 활동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해하는 행위이지만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등이 부외 자금 조성 단계에서 불법이득의사가 실현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에 잘못된 점이 없다고 봤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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