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토종 헬스장 브랜드 ‘스포애니’…다음달 90호점 오픈
팬데믹에도 직영점 20여곳 늘려…지난해 매출액 424억원
규모 이어 수익성도 잡아…2019년 이익잉여금 100억 ↑
코로나 위기서 기회 찾아…피트니스 앱 개발 ‘박차’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헬스장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종 중 하나다. 영업제한 피해는 헬스장만 겪은 일은 아니지만 유독 피해가 큰 업종 중 하나였다. 샤워까지 제한되는 등 불편함이 커지자 헬스장을 떠난 이들도 적지 않았다. 타 업종 대비 영업장 규모가 크다보니 임대료, 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도 상당했다.
케이디스포츠는 국내 최대 헬스장 브랜드 ‘스포애니’를 운영하는 회사다. 회사는 지난해 코로나19라는 파고에도 ‘영토 확장’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회사 직영점은 2019년 말 70곳에서 지난해에만 15곳이 더 늘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는 올해에도 꾸준히 지점을 늘려 회사는 다음달 90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놀라운 건 점포 모두가 직영점이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0여개를 더 늘렸다는 점이다.
김경덕 케이디스포츠 대표는 "물이 끓는 임계점이 100℃인 것처럼 스포애니 성장의 임계점은 100호점이라고 봤다"면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공격적인 지점 확장은 여전히 주요 전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낡은 헬스장서 출발…매출 400억 훌쩍
2003년 김 대표는 경기도 성남시의 오래된 헬스장을 인수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점을 확장하던 중 본격적인 사업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점장, 트레이너 등 핵심 인력이 이탈하는 사례가 늘며 운영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2011년 모든 지점을 ‘스포애니’로 바꾸며 법인화하고 브랜딩에 박차를 가했다. 김 대표는 "대부분의 트레이너들은 자기 헬스클럽을 차리는 게 목표"라며 "함께 일하던 직원들과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투자하는 형태로 각 지점 운영방식을 바꾸면서 안정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회사는 국내 최대 토종 헬스장 브랜드로 성장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424억원으로 2018년(225억원) 대비 88% 증가했다. 스포애니 전 지점 실적을 합하면 지난해 매출액은 750억원 규모다. 누적 회원수는 60만명, 현재 유효 회원수는 12만명에 이른다. 매일 수도권 곳곳에 위치한 직영점 89곳을 드나드는 고객만 4만명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최대 수용인원이 2만5000여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규모는 물론 수익성도 잡았다. 2019년까지 회사의 이익잉여금은 100억원을 넘겼다. 그동안 탄탄한 경영이 위기를 넘기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할 수 있는 밑천이 됐다. 2019년 59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15억원으로 줄었지만 그래도 이익을 냈다.
수익우선주의…앱 개발로 건강관리·빅데이터 사업
김 대표는 철저한 수익우선주의자다. 회사는 1년에 10~20곳의 점포를 오픈하기까지 매년 서울, 수도권에서만 100개 이상의 후보지를 정밀 검토한다. 점포 입지 등을 다각도적으로 고려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에만 지점을 열었기 때문이다. 기존 헬스장을 인수하거나 신뢰를 통해 임대료를 할인 받는 등의 노하우도 있다. 김 대표는 "철저한 계산을 거쳐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에만 들어간다. 이전부터 영업이익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견고하게 버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직격탄이 됐다. 한 지점에서 나가는 월 고정비만 최소 5000만원에 달해 영업을 하지 못했던 기간에는 매달 수십억원의 손실이 났다. 스포애니가 운영 중인 직영점 89곳의 시설신고 면적이 총 5만7533㎡(약 1만7404평)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리비만 해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유효 회원은 코로나19 직전 15만명에서 12만명으로 3만명이나 줄었다.
위기에서도 기회를 찾았다. 김 대표는 급팽창한 플랫폼 기업 등을 통해 정보기술(IT) 사업의 가능성을 봤다. 지난해 IT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핏 다이내믹스’를 세우고 피트니스 애플리케이션(앱) 사업에 뛰어들었다. 핏 다이내믹스는 스포애니 회원들의 운동 기록에 기반한 비대면 트레이닝 서비스 앱을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올 연말 개발이 완료돼 출시된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수익을 쫓는 것만이 아닌 기업가치를 키우는 방식의 사업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스포애니를 캐시카우로 삼고 IT 계열사에서는 운동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동안 김 대표는 해외진출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 그는 "2~3년 내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피트니스계의 스타벅스’ 같은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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