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흔들거리자 "잡아주려다 사고"
배달기사 "의도 몰랐다… 오해 만나서 풀기로 해"
[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6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정차 중인 남의 오토바이 엑셀을 당겨 오토바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제보가 화제가 된 가운데, 남성의 아들이 반전 내막을 공개했다.
지난 2일 유튜브 '한문철 TV'에는 '모르는 할아버지가 갑자기 오토바이 엑셀 당긴 사고… 그 사건에는 우리가 몰랐던 진실이 있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서 한 변호사는 전날(1일) 올렸던 한 영상을 내렸다고 밝혔다. 영상 속 60대 남성 A씨의 아들 B씨로부터 사건의 맥락을 설명하는 장문의 이메일과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앞서 한 변호사가 전날(1일) 올렸던 영상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경기 수원시의 한 도로에서 배달기사가 오토바이 뒤에 실린 배달통에 물건을 넣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A씨가 오토바이 핸들을 잡고 엑셀을 당겼다. 배달기사가 오토바이를 붙잡았지만, 오토바이는 그대로 질주해 다른 차를 들이받았다.
자신을 '23살 소년가장'이라고 밝힌 배달기사는 "다행히 사람은 안 다쳤지만 제 오토바이가 많이 망가져서 일을 못 하고 있다. 상대방 차주는 '괜찮다'고 하고 갔다"면서 "근데 갑자기 B씨가 전화 와서 (A씨는) 심장이 안 좋은 분이라 놀라서 대인 접수 해달라는데 이거 어떡하나"라고 호소했다.
오토바이를 새로 장만한 날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배달기사는 "(오토바이) 옆쪽 다 갈아야 해서 200만원 정도 나올 거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 변호사는 "A씨의 단순한 실수라면 과실손괴죄로 처벌하지 않지만 자신이 만져서 오토바이가 나갈 수 있다는 걸 알 만한 사람이라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재물손괴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A씨가 제보자(배달기사)에게 100% 손해배상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후, 아들 B씨는 한 변호사 측에 "유튜브 보다가 너무 어이가 없었다"며 "악의적으로 영상이 나와 많이 속상하다"고 전했다.
B씨는 "저희는 (사고가 있었던) 건물 왼쪽 순댓국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속이 안 좋아 밖에 바람을 쐬러 나갔는데 앞에 오토바이가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앞에 잘린 (CCTV) 영상을 보면 오토바이 뒤에 (배달기사가) 음식 같은 걸 올리는 과정에서 오토바이가 많이 흔들리고 중심을 잃은 것 같다"며 "아버지께서 손자 같은 애가 오토바이 중심을 못 잡는 것 같아서 지켜보다가 안타까워 오토바이를 잡아주다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B씨가 한 변호사 측에 전달한 영상에는 배달기사가 물건을 싣는 동안 오토바이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B씨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20대 초반이었는데, 사고가 나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한테 반말로 화를 내고 있었다. 나중에 저하고 통화하면서 자기가 욱하는 성질의 반말하고 욕을 했다며 사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달기사가) 열심히 살려는 어린 친구라 저희가 돈을 주는 게 맞겠다 싶어서 오토바이 운전자한테 요구하는 걸 말하라고 했다"며 "사실 아버지가 심장이 안 좋으셔서 그날 그 친구의 욕과 반말에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건 발생 사흘 뒤 경찰 조사를 받으며 CCTV 영상을 봤다고 밝혔다. B씨는 "배달기사와 통화해 합의하고 끝내려 했으나 오토바이 수리비를 번복하는 배달기사에 믿음이 가지 않았고, 민사 소송을 한다기에 그렇게 해결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 변호사는 영상에서 B씨의 입장을 전달한 뒤, 배달기사에 전화를 걸었다. 배달기사는 "할아버지가 도와주시려는 것인지 몰랐다"며 "어제 아들(B씨)과 전화하면서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오해는 만나서 풀기로 했다"고 밝혔다.
'욕과 반말을 했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해선 "할아버지가 가려고 하셔서 사고 처리를 놓고 다툼이 있었다"며 "욕은 한 적 없다. 반말도 '그만 좀 하시라고' 정도였다. 경찰 오고 나서 상황 재연하다 언성이 높아졌다"고 해명했다.
이어 "저를 도와주려는 분한테 수리비를 받기가 좀 그래서 라이트 깨진 거 20만 원만 받았다"며, 본인이 17만원을 직접 들여 핸들을 대충 고쳤다고도 말했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배달기사는 9시에 출근해 새벽 3시까지 일해 한 달에 1000만원을 번다면서 "오늘 할아버지 만나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아드님한테 말해놨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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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호사는 "도와주다가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물어줘야 한다"면서도 "(다만) 법원에서도 좋은 마음으로 그랬으면 손해배상을 조정할 수 있다. 저 같아도 오토바이 흔들릴 때 잡아줄 거 같다"고 전했다.
나예은 인턴기자 nye87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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