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파업' 하루 앞두고 '개 사진' 올려 비판 쏟아져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예고 시한 하루 전이었던 지난 1일 페이스북에 강아지 사진을 올린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자, 청와대가 '이해를 구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일 '정부와 보건의료노조의 협상이 긴박하게 진행되는 시점에서 부적절한 사진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라는 질문을 받자, "국정은 항상 긴박하게 돌아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언제가 되건 또 비판의 지점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널리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사진 속 강아지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였는데,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특별히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지 않은 것으로 이해한다"라며 "많이 자란 풍산개의 모습을 국민과 공유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018년 김 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가 낳은 새끼 7마리의 모습과 이름을 공개했다. 곰이가 낳은 새끼들은 문 대통령의 반려견인 '마루'(풍산개)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문 대통령은 "풍산개 새끼 7마리가 모두 튼튼하게 자랐다"라며 "희망하는 지자체들이 있다면 두 마리씩 분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의료계에선 다음날(2일) 총파업을 예고한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가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던 시기에 이같은 사진을 공개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이주혁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집무를 안 보고 지금 강아지를 돌보고 텃밭 농사나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한다"라면서도 "그런데 코로나19 방역이 턱밑인 지금 상황에서 이런 사진이 올라오는 건 좀체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대통령이 이런 사진을 올릴 시기는 아니다"라며 "음압병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그들 없이는 아예 코로나 환자들 병상이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어떤 처우를 받았는지 누가 살피기는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대책은 그 현장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버틸 만큼 버텼다"라며 "단 몇 시간 후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다 해도 정부는 단 한마디도 할 말이 없다. 어떤 한 집단의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로 유지되는 방역 시스템은 결코 성공이라 말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2일 오전 7시로 예고했던 총파업을 약 5시간 앞두고 전격 철회했다.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는 1일 오후 3시부터 제13차 노정 실무협의를 열고 자정을 넘긴 새벽에 극적으로 타결을 봤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2일 오전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오늘 새벽 노정 합의가 이루어져 정말 다행"이라며 의료진들에게 "국민을 먼저 생각해줘 고맙다"고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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