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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신경 세포 자극하는 목숨 건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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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질' 필감성 감독, 날 것 그대로의 투박한 액션 추구
확장된 동공·이마 땀방울까지 치밀하게 계산해 표현
세세한 심리묘사·목숨 건 사투, 스릴과 웃음 아슬아슬 줄타기

[라임라이트]신경 세포 자극하는 목숨 건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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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보고회를 마치고 홀로 귀가하는 배우 황정민. 몇몇 사내들이 자가용에 걸터앉아 시비를 건다. "헐, 진짜네. 황정민 맞죠? '국제시장', '베테랑.' 가오가 없지, 돈이 없냐?" "아저씨, 남의 차에 함부로 올라가면 어떡해?" "이거 내 차인데." 황정민은 치미는 분노를 누르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별안간 탑차가 길목을 가로막는다. 아까 마주친 사내들이 다시 나타나 입을 틀어막고 폭력을 행사한다. 전기 충격기에 정신을 잃은 황정민. 눈을 떠보니 온몸이 묶인 채 양말을 입에 물고 있다. 다른 사내와 여인은 신기한 듯 쳐다본다. "헐, 황정민이네."


영화 '인질'은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황정민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는 내용의 액션 스릴러다. 황정민이 자신의 이름을 건 배역을 연기한다. 극의 현실감과 전개 속도를 모두 높이려는 포석이다. 배역의 전사(前事)를 간소화하고 긴장을 조성하는 데 집중한다. 조연들의 극적 연기와 다양한 볼거리를 더해 뻔하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에 활력을 가미한다. '드루와~ 드루와~', '헤이 브라더~', '가오가 없지, 돈이 없냐?' 등 황정민의 명대사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웃음을 유발하며 긴장의 리듬을 조율한다.


[라임라이트]신경 세포 자극하는 목숨 건 탈출


필감성 감독은 2004년 중국에서 발생한 배우 오약보(?若甫) 납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먼저 재조명한 류더화(유덕화·劉德華) 주연의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2015)'는 경찰이 인질이 된 톱스타 우를 구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오가는 비선형적인 플롯을 빌려 색다른 긴장을 유발한다. '인질'은 황정민이 살아서 탈출하는 과정에 주안점을 둔다. 세세한 심리 묘사와 목숨을 건 사투에 공을 들여 차별화된 재미를 전한다. 필 감독은 "사실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라고 말했다. "한순간이라도 몰입이 떨어지면 안 되는 작품이다. 그 지점을 놓치지 않으면서 리듬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영화에서 실제 배우를 배역으로 내세우는 경우는 드물다. 현실과 괴리로 자칫 관객의 몰입을 저해할 수 있다.

"극의 현실감을 높이고 싶었다. 단순한 영화 관람이 아닌 실제 사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주고자 했다. 친숙한 배우를 앞세운 만큼 새로운 재미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온전히 황정민만 조명하는 영화는 아니던데.

"맞다. 황정민을 비추는 카메라만 해도 그의 시선과 그를 향한 시선이 혼재돼 있다. 거리만 잘 조율하면 온전한 몰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초중반을 연출하고 이야기 전체로 부드럽게 확장하자는 의도였다."


[라임라이트]신경 세포 자극하는 목숨 건 탈출


-황정민은 유약한 연기를 보인 적이 거의 없다. 어떤 얼굴에 주목했나.

"사석에서도 강인하고 따뜻한 분이다.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걱정하지 않았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나. 유명세와 연기력 그리고 많은 유행어(웃음)."


-클로즈업 샷을 많이 사용했다. 특히 영화제작보고회 뒤와 납치된 뒤 얼굴에 많은 공을 들였던데.

"행사장 엘리베이터에서 거울 보는 연기로는 군중 속의 고독을 나타내고 싶었다. 황정민에게 평소처럼 표현하라고 주문했다. 그 신을 따로 방까지 만들어서 찍었다. 거울에 투영된 다면적 측면이 영화의 상징성과 맞닿는다고 생각했다. 납치된 뒤 확대된 동공, 땀방울 맺힌 이마 등은 온전히 황정민이 계산해서 표현했다. 긴급한 상황은 물론 배역의 심리까지 명확하게 전달해 모두 담고자 했다. 다만 상당한 몰입을 요구하는 연기라서 촬영을 지체할 수 없었다. 많아야 세 테이크였다."


[라임라이트]신경 세포 자극하는 목숨 건 탈출


-액션에서 계산되지 않은 움직임이 두드러지던데.

"의도한 바다. '베테랑'에서 황정민이 소화전에 부딪혀 고통스러워하지 않나. 그런 얼얼한 느낌을 원했다. 구체적인 동선 없이 거칠고 투박한 맛을 내는 데 집중했다. 딱 한 번 사고가 있었다. 황정민이 의자에 포박된 채 뒤로 넘어가는 장면이 그것이다. 아파하는 연기를 생생하게 이어가서 영화에 그대로 담았다."


-'인질'의 백미는 황정민이 산 밑으로 굴러떨어진 뒤 깨어나는 장면이다. 크레인을 이용한 롱테이크로 황정민의 다양한 감정을 포착한다.

"사실 다리에 나뭇가지가 꽂힌 것까지 확인하는 바스트 샷이었다. 그런데 황정민이 아픔과 슬픔, 분노, 서러움을 모두 표현하더라. 하나도 놓치기 싫어 '컷'을 외치지 않았더니 갑자기 옷을 찢어 붕대처럼 상처 부위에 둘둘 휘감았다. 그 뒤에도 최영환 촬영감독이 멈추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 울분을 토하는 얼굴까지 포착했다. 그야말로 황정민이라서 가능했던 장면이다."


[라임라이트]신경 세포 자극하는 목숨 건 탈출


-영화 속 납치범들은 연쇄살인 사건을 일으킨 지존파를 연상하게 한다. 각종 수법이 모방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편집에 신경을 많이 쓴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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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파 이야기를 참조한 건 사실이다. 강남에서 톱스타가 납치된다는 설정이 황당무계하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핍진성을 가미해야 효과적인 몰입이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그대로 편집하고 보니 관람등급을 떠나 모방범죄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다. 블라인드 시사회에서도 무겁고 차갑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고. 오락영화로서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키자고 다짐하고 많은 장면을 삭제했다. 흉기가 제작되는 과정 등도 간소화했다. 대신 신경 세포를 긁는 듯한 음악을 배치해 일관된 정서를 유지했다. 예민하고 날카로운 느낌만큼은 놓칠 수 없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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