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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핏빛 여명, 삼색조화 산·숲·바다에 그려진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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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전남 장흥으로 떠나는 힐링여정

[조용준의 여행만리]핏빛 여명, 삼색조화  산·숲·바다에 그려진 수채화 소나무(松)와 백일홍(百)이 있는 연못(井)이라 해서 '송백정(松百井)'이란 이름이 붙은 연못이 알록달록 수채화를 그린듯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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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핏빛 여명, 삼색조화  산·숲·바다에 그려진 수채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가 촬영된 소등섬의 아침


[조용준의 여행만리]핏빛 여명, 삼색조화  산·숲·바다에 그려진 수채화 편백숲 우드랜드의 말레길


[조용준의 여행만리]핏빛 여명, 삼색조화  산·숲·바다에 그려진 수채화 동호정


[조용준의 여행만리]핏빛 여명, 삼색조화  산·숲·바다에 그려진 수채화 고영완가옥 주변으로 배롱나무 100여그루가 심어져있다


[조용준의 여행만리]핏빛 여명, 삼색조화  산·숲·바다에 그려진 수채화 탐진강의 돌다리


[조용준의 여행만리]핏빛 여명, 삼색조화  산·숲·바다에 그려진 수채화 장흥의 별미인 장흥삼합, 갯장어 샤브샤브, 된장물회(왼쪽부터)


[조용준의 여행만리]핏빛 여명, 삼색조화  산·숲·바다에 그려진 수채화 운치있는 고영완 가옥으로 가는길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남도에서 이만한 곳이 또 있으랴. 전남 장흥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남쪽으로 일직선을 그리면 바다와 만나는 육지 최남단, 거기가 장흥입니다. 정남쪽이라 해서 정남진이라 불립니다. 가는 곳마다 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계곡엔 맑은 물이 넘쳐납니다. 감성에 젖게 하는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 이름이 제법 알려진 힐링숲까지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승원, 이청준을 비롯한 수많은 작가를 배출한 문학의 산실이기도 합니다. 맛은 또 어떤가요. 입맛을 확실하게 잡아줄 장흥삼합을 비롯해 갯장어 샤브샤브까지 지천에 별미가 넘쳐납니다. 입추가 지났지만 늦은 휴가를 꿈꾸거나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충전할 요량이라면 장흥을 권해봅니다. 요즘 대세인 힐링은 물론이고 특별한 맛과 멋이 기다리고 있는 장흥의 하루를 담아봅니다.


AM 5:40-핏빛 일출의 황홀경, 소등섬에 서다

5시 장흥읍 숙소를 출발했다. 득량만으로 가는길이다. 득량만 들머리에 있는 회진면 대리 앞바다는 청청해역이다. 사계절 감성돔의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해양낚시공원이 있다. 소록도 등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낚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벽길을 나선 이유는 따로 있다. 득량만 안쪽에 자리한 남포마을로 간다. 전형적인 바닷가 마을인 이곳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가 촬영됐다. 마을 바로 앞에는 소등섬이 있다. 섬이라고 해봐야 몇 걸음 떼고 나면 다 둘러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마을 앞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운치있다.


소등섬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유는 마을 남자들이 먼 바다로 고기잡이 나가면 아낙네들이 소등(小燈)섬 바위 위에 호롱불을 켜놓고 무사귀환을 빌었다고 해서 붙여졌다.


섬은 썰물이 되면 활처럼 굽어진 길을 따라 뭍과 연결되고 밀물이 되면 길의 흔적을 지운다. 섬 가운데에는 아낙네들이 염원하는 모습을 담은 동상이 서 있고 바위 위를 비집고 질긴 생명을 이어나가는 소나무가 몇 그루 솟아 있다. 이런 소등섬은 일출때 찾아야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소등섬과 남포마을 사이로 알록달록 하늘이 물들기 시작한다. 시시각각 하늘은 진한 군청색이었다, 주황빛으로 이어 붉은색으로 변한다. 온통 핏빛으로 물든 해변과 소등섬으로 가는 작은길이 물속에 잠긴다. 이 모습을 한 번이라도 접한 사람들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남긴다. 사진으로 찍으면 SNS인증샷으로 단번에 눈길을 끌수도 있다. 남포마을은 겨울이면 마을앞바다에서 딴 석화를 즉석에서 구워먹는 곳으로 이름났다.


AM 10:00-사자산과 억불산에 올라 다도해를 품다

장흥은 포구와 바다, 섬까지 있지만 호남을 대표하는 산도 품고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천관산(天冠山ㆍ723m)이다.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불린다. 천관산은 기암괴석이 첩첩이 둘러싸여 있어 아름답다. 정상에 서면 남해 다도해까지 한눈에 펼쳐지고 맑은 날이면 멀리 한라산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목적지는 천관산이 아니라 사자산(666m)과 억불산(518m)이다. 사자산은 누워서 고개만 들고 있는 거대한 사자 모양을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었다. 억불산은 편백나무가 많기로 유명하다.


소등섬 일출을 보고 사자산으로 간다. 장흥읍내 쪽 봉우리가 사자머리 같다고 해서 사자두봉, 정상은 남릉과 더불어 꼬리 부분이라 해서 사자미봉으로도 불린다. 곰재를 사이에 두고 제암산과 마주보고 있으며 동서로 400m의 능선이 길게 뻗어 있다.


동행한 장흥군 관계자는 "장흥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모두 아름답지만 산과 바다가 잘 어울리는 곳은 사자산이 제격"이라고 말했다.


산행코스는 여러 개가 있지만 제암산이나 곰재를 연결한 코스가 인기다. 산행 기점이 공설공원묘지 주차장인 경우 제암산 임도를 따라가다가 간재에서 오른쪽의 사자산 꼬리와 패러글라이더 이륙장을 거쳐 사자산 두봉(머리)에 이르게 된다.


입추가 지났지만 대낮의 빛은 따갑다. 그러나 사자산 가는길은 깊고 서늘하다. 나뭇잎에 걸러진 햇빛은 순했고 그림자에 잠긴 나무 아래는 시원했다.


정상을 앞두고 정면으로는 천관산이 당당하게 서 있고 뒤로는 제암산이 버티고 있다. 저 멀리 다도해 섬들이 가슴으로 들어온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너른 득량만에 소록도가 떠 있다.


사자산 꼭대기에 서니 널찍한 평야 가운데 장흥읍과 탐진강이 안겨 있다. 날이 좋으면 광주 무등산과 영암 월출산, 해남 두륜산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억불산은 주능선에 기암괴석이 많다. 바위의 모양이 부처가 서있는 모양을 닮아 억불산이라고 불린다.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로에는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오르기 쉽다. 드넓은 편백나무 숲과 대나무 숲은 삼림욕장과 산책로로 좋다. 편백나무는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가장 많이 내뿜는 수편백나무숲종으로 알려져 있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로 불리는 편백숲에는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숲속에서 건강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PM 16:00-알록달록 송백정 연못에 화려한 꽃이 피다

억불산을 찾았다면 아랫마을인 평화리 '상선약수마을'도 가야한다. 평화리에서 가장 매혹적인 공간은 오래된 소나무와 배롱나무를 둘러치고 있는 연못이다. 소나무(松)와 백일홍(百)이 있는 연못(井)이라 해서 '송백정(松百井)'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연못은 독립운동가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고영완씨의 고조부가 조성했다. 연못에는 100년이 훌쩍 넘은 배롱나무 50여 그루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햇빛을 받아 붉은 백일홍은 더욱더 도드라져 보인다. 연못에 비친 백일홍과 여름꽃들이 화려한 수채화를 그려내는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못 옆에 바짝 붙어있는 짧은 숲길 끝에 고영완 가옥이 있다. 입구부터 아름드리 거목이 담장 아래서 둥치를 뻗고 있다. 둥글게 휘어지는 돌계단 주위에는 이끼와 양치식물들이 촉촉한 습기로 반짝인다. 돌계단길 옆엔 밑둥이 펑퍼짐한 나무가 길쪽으로 튀어나와 있고 그 위로 다른 나무가 올라타듯이 서로 몸을 맞대고 있다. 한쪽에는 대숲이 하늘을 가린다. 낮은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쉼 없이 이어진다. 참으로 상쾌하고 청량한 기운이 가득한 풍경이다.


PM 19:00-장흥삼합, 한우, 표고, 키조개 만나 육즙팡팡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데 하루 종일 장흥의 명소를 먼저 돌아다니다 이제서야 장흥의 명물을 만났다. '장흥삼합'이다. 삼합(三合)이란 세 가지 어울리는 것을 이른다. 장흥에선 한우와 키조개관자, 표고버섯이다.


불판에 고기를 올린다. 가장자리는 육수가 모여 있다. 여기에 살짝 구운 키조개 관자와 표고를 넣으면 된다. 큼지막한 관자에 고기와 표고를 얹어 한입에 넣는다. 고소한 고기, 쫄깃한 관자, 진한 표고 즙이 한데 어우러져 일제히 육즙을 터뜨린다.


텁텁할 수도 있는 맛을 키조개의 쫄깃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감초 역할을 한다. 그래서 조금은 낮선 세 가지의 재료가 섞어내는 맛의 조화는 환상궁합이다.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다르지만 겨자를 푼 간장이나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더욱 살아난다. 신선한 재료다보니 너무 익지 않게 살짝 구워서 먹으면 강하지 않으면서도 넉넉한 풍미가 입안에 가득하다.


또 갯장어를 된장육수에 데쳐 먹는 '갯장어샤브샤브'도 여름날 장흥의 별미다. 갯벌에서 서식하는 갯장어는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A가 풍부해 최고의 보양식품으로 꼽힌다.


장흥 사람들이 주로 '하모'로 부르는 갯장어는 5월에서 10월 사이에 먹는데 이맘때가 가장 맛있고 제철이다.


여름 더위를 싹 잊게 만드는 된장물회도 있다. 초고추장을 풀어서 만들어내는 물회와는 전혀 다르다. 먹어보면 뭐 이런맛이 다 있나 싶다. 농어나 돔의 속살, 잡어 등을 약간 익은 열무김치에 된장을 풀어 양파, 풋고추, 마늘, 숙성시킨 식초 등과 섞어 낸다.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국물은 면을 말아서 먹거나 따뜻한 밥에 말아먹으면 감칠맛이 좋다.


장흥=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여행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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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출발하면 경부고속도로~천안ㆍ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순천ㆍ완주고속도로~영암ㆍ순천고속도로~장흥나들목으로 이어진다. 약 4시30분~5시간 정도 걸린다. KTX를 이용하면 광주송정역이나 나주역에서 내려 렌터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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