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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언론징벌법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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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언론징벌법 철회돼야 한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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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 들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러시를 이룬다. 이미 20여개 법률에 이 제도가 도입됐다. 지난 1월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에 이 제도를 도입하더니, 지난 달 27일에는 국회 문체위 법안심사 소위는 언론중재법을 통과시켰다. 여당의원들의 독주 하에 야당 의원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됐다.


고의ㆍ중과실로 인한 허위ㆍ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부과하되, 손해배상액 하한선은 언론사 전년도 매출 기준 1만분의 1, 상한선은 그 1천 분의 1까지, 배상액 산정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에는 1억원까지로 정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본래 한국과 같은 대륙법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제도고,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 법역의 제도다. 주로 악의의 불법행위(malice torts)에 대해 금전으로써 처벌하는 제도인데,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 국가가 형사처벌 또는 과징금ㆍ과태료 처분으로써 처벌한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되면 형사처벌과 병행해 2중처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본래 실손해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불법성을 기준으로 하므로 징벌적 손해배상에는 하한선이나 상한선 따위가 있을 수 없는데, 언론중재법안은 상ㆍ하한선을 동시에 두고 있는 괴이한 법률이다. 매출액 기준 차등 손해배상은 경영을 잘 해 성공한 정통 언론사를 처벌하자는 것이고, 매출을 숨기고 독설을 내뿜는 가짜 저질 언론사의 불법행위는 눈감아 주고 키워주는 꼴이다.


미국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같은 것도 없지만 한국에는 있다. 가짜뉴스에 대해 이 죄목으로 처벌해도 충분하다. 뿐만 아니다.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의 죄로 처벌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이미 형법에 충분한 억지수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강력한 처벌법규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다. ‘인터넷 뉴스로 피해 입은 자가 언론사에 기사의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도 구체성이 없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위반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언론중재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은 ‘보도의 고의ㆍ중과실’을 요건으로 하지만, ‘고의ㆍ중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명책임을 원고가 아닌 언론사에 부과한 것이다. 내심의 의사인 고의가 있고 없고를 어떻게 증명하나? 원고는 제소만 하면 그것으로 그만, 원고는 언론사가 불 끄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양을 지켜보면서 불구경이나 하면 된다.


밑져야 본전이고 아무 위험도 없다. 손해배상청구와 같은 민사제소는 시민의 자유고 권리다. 설사 잘못된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해도 이는 민사문제로서 형사처벌 대상도 아니고, 무고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니 일단 소를 제기하고 보는 남소(濫訴) 가능성이 너무 크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정치인 등 권력자는 그야말로 ‘꽃놀이 패’를 쥐는 것이다.


여당은 집단소송제도 입법까지도 추진하고 있다. 만약 집단소송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면 손해배상액은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


언론에 재갈을 물려 권력 기관 및 공인에 대한 의혹 보도를 원천 봉쇄하면서 언론의 권력 감시와 견제 기능을 망가뜨리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요량이 아니라면, ‘언론징벌법’이자 ‘언론말살법’이 될 이 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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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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