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소년 5명 실종, 2002년 대구 와룡산서 유골로
A경위 “조카 찾겠다” 경찰 투신, “범인 잡겠다” 했는데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실종된 조카를 찾기 위해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던 그. 제복 입은 눈으로 조카의 유골을 만나 어린 원혼을 달래줘야 했던 경찰관이 코로나19 세월 속에 숨을 거뒀다.
코로나19 백신 교차 접종 후 사흘 만에 숨져 사인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는 50대 경찰관 A씨가 미제사건 ‘개구리 소년’ 중 피해 소년 한 명의 외삼촌인 것으로 알려졌다.
24년 차 경찰관 A씨가 경찰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조카의 실종 사건이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가슴을 무겁게 하고 있다.
올해 30주기인 ‘개구리 소년’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개구리를 잡으러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대구 달서구 초등학생 5명의 실종사건이다.
이들은 2002년 9월 26일 대구 와룡산 세방골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범인을 아직 잡지 못했고 지금도 대구경찰청이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과 가족에 따르면 경북 구미경찰서 소속 경위 A씨는 지난 20일 오전 집 거실에서 쓰러졌다 가족에게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지난 4월 28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1차 접종한 A씨는 지난 17일 화이자 백신을 2차로 맞았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AZ 백신과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한 뒤 사망한 첫 경우여서 뉴스가 긴박하게 전파됐다.
그 후 매체를 통해 그가 ‘개구리 소년’ 중 한 명의 외삼촌이라는 게 전해졌다.
A씨가 경찰을 직업으로 택한 이유로 조카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컸다고 가족을 통해 알려졌다.
그는 평소 주위 사람에게 “실종된 조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경찰이 됐고, 억울하게 어린 나이에 죽은 조카를 보고 범인을 꼭 잡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A 경위 유가족은 갑작스런 충격에 사인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그의 아내는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편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지난 4월 1차 접종을 한 뒤 2차로 7월 화이자 백신을 맞고 사흘 뒤 숨졌다”며 “평소 기저질환 없이 건강했던 남편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부검을 통해 밝혀지길 원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가족은 개인의 불행으로 그치지 않고 백신 부작용 등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백신 부작용과 직무연장으로 인한 과로사 등 사인이 밝혀져야 순직 처리가 가능하다.
이제는 떠나보낸 조카보다 더 자란 아들 2명이 A씨를 떠나보내게 됐다.
A씨의 아내는 중2, 중1 어린 두 아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절망과 실의에 빠져있다. 다만 남편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되지 않기를 학수고대한다.
A 경위의 부검과 관련해 경북 칠곡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으나 아직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은 지난 29일 “교차 접종 후 숨진 경찰관은 개구리 소년 중 한 명의 외삼촌”이라며 “가족에게 수십 년 만에 또 닥친 비극에 마음이 안타깝다"라고 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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