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전격 '치맥회동'
'대동소이' 언급하며 尹압박 당내 반발 목소리 불식
송영길 대표 만찬 '추경합의' 결과적으로 판정승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아무리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취임 후 한 달 반이 지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튀는’ 행보에 당내 견제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일단 그의 ‘리더십’은 안정적으로 보인다. 부담과 압박을 느낄 법도 하지만 좀처럼 여유를 잃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여러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 인물은 김재원 최고위원이다. 그는 이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다며 25일 "당 대표가 같은 진영에 있는 대선주자를 공격하고 나서는 일 자체가 바로 상도의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던 이 위원은 26일 "윤 전 총장과 이 대표의 회동 가운데 가장 감동 깊었던 것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는 말"이라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판을 찬사로 180도 바꾼 건 이 대표의 전격적인 회동 결정이었다. 이 대표는 25일 윤 전 총장과 치맥 회동을 한 뒤 ‘대동소이’를 언급했다. 앞서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친윤계 중진들이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압박한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박민식·이학재·함경우·김병민 등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이 윤 전 총장 캠프에 대거 합류하는 등 실력행사가 이어지면서 당내 긴장감은 커졌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흔들리지 않는 행보가 상황을 크게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치맥 회동 후 윤 전 총장의 입당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 대표와 친윤계의 충돌 가능성도 불식됐다. 더욱이 이 대표는 26일 최고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주자(윤 전 총장)가 들어오지 않고 경선열차가 출발하면 (윤 전 총장 측에 합류한 당협위원장들은) 명백하게 당 밖의 주자를 돕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도 날렸다. 당내 경선이 시작되는 8월 말까지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으면 4명의 당협위원장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고비마다 수비, 무시, 반전, 역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이다.
이 대표의 위기론을 촉발시켰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도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판정승’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이 대표는 ‘남는 재원’이라는 단서를 달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의했다. 이에 당내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에 따르면 소상공인 지원예산은 늘었지만 재난지원금은 제한적으로 지급되게 됐다. 최고위원 대부분이 반대한 이 대표의 대표 공약 ‘공직자 자격시험’도 ‘역량강화 TF’를 통해 흔들림 없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까진 이 대표의 리더십이 유지되는 형국이지만 앞으로도 이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번복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 대표는 "신임 대표고 제가 나이가 좀 젊다 보니 그런 건지 모르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비주류에 정치적 기반이 약한 자신을 흔들려는 기류가 당내 분명히 존재한다는 불만을 에둘러 표한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