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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사공' 많은 누리호는 과연 달에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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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안에 성능 개량 연구개발 예산 1.5조 제외돼
고질적 한국 우주 정책 한계 드러나...장기 투자하고 민간 자율화 필요
개량 R&D 기술 목표치 둘러 싸고 논란도

[과학을 읽다]'사공' 많은 누리호는 과연 달에 갈 수 있을까? 지난 1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첫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의 완성체 인증모델이 처음으로 공개돼 발사대에 기립됐다. 누리호 완성체가 발사대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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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사공 많은 첫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과연 달로 갈 수 있을까?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첫 한국형 독자 발사체 누리호의 성능 개량을 위한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급격히 전개되고 있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허송세월하게 됐다. 한국의 고질적인 ‘탑다운식’, ‘비전문적’ 우주 정책 결정의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라는 비판이 거세다.


◆손 놓는 R&D 인력들

정부는 최근 23조5000여억원 규모의 내년 국가연구개발 예산안을 짜면서 1조5000여억원 규모의 누리호 성능 고도화를 위한 R&D 예산을 전멱 삭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누리호 엔진 및 연료통, 페어링(화물탑재칸), 발사대 등 주요 부문 개발에 참여했던 R&D 인력과 장비들이 사실상 업무를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다. 비록 정부가 반복 발사를 위한 4기 추가 제작을 위한 예산안을 살려둬 기본적인 운영비ㆍ인건비 등은 보전할 수 있겠지만 기술 개발에서는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엔진 개발이 이미 1~2년 전에 마무리된 상황에서 300여개에 달하는 누리호 관련 업체 소속 최고급 R&D 인력들이 향후 수년간 더 서류작업만 하면서 세월을 보내야 한다.


누리호는 국내 기술로만 개발한 첫 독자 발사체다. 외국의 기술 지원 없이 75t 규모의 액체 연료(케로신) 엔진을 세계에서 7번째로 독자 개발했고, 2~3mm 두께의 본체(연료통)와 페어링도 혼자 힘으로 설계ㆍ제작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직원들은 몇 가지 난제 때문에 밤을 새가며 고민을 해야 했다. 1초에 100리터의 연료를 태우는 엔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소 불안정성 문제가 튀어 나와 16개월간 사투를 벌였다. 2mm의 얇은 알루미늄 특수 합금판으로 고압에도 견딜 수 있는 직경 2.6mㆍ3.5m의 대형 연료통을 만들기 위해 플라즈마 용접 기술을 개발해가면서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쳤다.

[과학을 읽다]'사공' 많은 누리호는 과연 달에 갈 수 있을까?


이에 불구하고 성능과 기술적 한계는 명확하다. 누리호는 47.2m의 길이에 75t 규모 엔진 4개를 묶은 1단, 1개짜리 2단, 7t짜리 3단으로 구성돼 있는데, 추력이 약해 고궤도에 무거운 물건을 실어나를 수 없다. 저궤도인 500~600km의 고도에 1.5t짜리 위성을 올리는 게 고작이다. 프랑스의 아리안5(9.6t), 미국의 아틀라스V(8.1t), 스페이스X의 팰컨9(저궤도 23t), 러시아 소유즈 2.1a(태양동기궤도상 4.8t) 등 경쟁국가들의 우주 발사체들에 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1단부 종합연소시험을 참관한 뒤 독자 발사체를 통한 2030년 달 착륙선 발사를 공약하면서 성능 개량 작업도 탄력을 받는 듯 했다. 수백kg 이상의 달 착륙선을 지구에서 30만km 떨어진 달에 보내려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료도 오염물질 배출이 많고 엔진 재활용에 불리한 케로신을 쓰고, 연소 방식도 1950년대 옛 소련에서 개발된 개방형 가스발생기 사이클이어서 효율ㆍ압력이 낮아 높은 추력을 내기가 힘들다. KARI도 이미 연비와 압력이 높은 폐쇄형 다단연소 방식의 엔진 개발을 진행 중이기도 했다.


◆우주정책의 ‘고질병’이 도졌다

누리호 개량 R&D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것은 한국 특유의 고질적인 우주 개발 정책의 문제점이 또 다시 재현된 사례라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의 우주 개발 사업은 전체적으로 정부 예산으로만 진행되는 국책 R&D 사업 형식을 띄고 있다. 따라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예산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급격히 팽창하는 민간 우주 산업 활성화 시대에 맞게 융통성ㆍ순발력을 발휘하면서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투자를 통해 선도 기술을 개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타 제도의 특성상 장기적ㆍ안정적 투자가 필요한 R&D라는 특성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과학을 읽다]'사공' 많은 누리호는 과연 달에 갈 수 있을까?


특히 한국의 그동안의 우주 개발 정책은 연속성이나 장기적인 계획 없이 하나의 프로젝트가 성공해야 다음 단계의 계획과 예산을 세우는 식의 계단식 사업 행태를 지속해 왔다. 누리호 이전에 개발됐던 나로호가 3차례의 실패를 겪으면서 장기간 우주 개발 프로그램 전체가 사실상 운영 중단 상태에 빠졌던 게 대표적이다. 해외의 경우 특정 프로젝트의 실패와 관계없이 부문별 R&D가 꾸준히 진행되고 민간 주체에게 프로젝트 전체를 통째로 맡겨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한다. 한국도 이 같은 방식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환일 충남대 교수는 "커다란 프로젝트들은 국민들이나 전문가들의 눈높이에 맞게 진행하더라도 엔진 개발과 같은 핵심 기술들은 예타를 받지 않고 일반 사업으로 꾸준히 선행 연구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이런 사태가 계속되도록 방치하면 인력 유출이나 기술 수준 저하 등 한국의 우주 개발 R&D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개발 정책 결정의 비전문성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정부가 국가우주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로 격상시키고 있고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산하에 우주정책센터를 신설하는 등 시스템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일선 전문가들은 우주청이나 독립 국가우주위원회 등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처럼 일정 정도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정책 전반을 주도해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과학을 읽다]'사공' 많은 누리호는 과연 달에 갈 수 있을까?

◆퀀텀 점프 vs 현실 도외시

누리호 개량 R&D 예산이 삭감된 배경에는 기술적 목표치를 둘러싼 논란도 자리잡고 있다. 이번 예타에서 과기정통부ㆍKARI 등은 누리호의 성능을 일부 개선해 최고 도달 고도 700km 이상, 탑재 중량 2.8t 이상으로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예타 심의 위원들 일부는 ‘퀀텀 점프(대약진)’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도전적일지라도 이번 개량 사업을 통해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을 따라 잡는 기술적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의견이 많다. 1950년대 옛 소련이 개발한 것과 대동소이한 누리호의 기술 수준을 혁신해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미국 민간업체 스페이스X의 수준을 따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제로는 재활용 가능한 액체 메탄 엔진 개발, 엔진 추력 제어 기술 획득, 첨단 센서ㆍ제어 컴퓨터 장착, 다단연소 사이클 도입 등이 거론된다. 김승조 전 KARI 원장은 최근 기고를 통해 "과학은 목표를 낮게 잡아도 한계를 뛰어넘는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기술 개발에 있어서는 한 번 목표를 낮춰 잡으면 절대로 더 우수한 성능의 개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파괴적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과학을 읽다]'사공' 많은 누리호는 과연 달에 갈 수 있을까? 한국에서 발사한 우주 로켓들.


그러나 연구 현장에선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탁상 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액체 메탄 엔진의 경우 스페이스X사가 개발 중인 ‘스타십’이 연료 누출 등의 이유로 11차례나 폭발할 정도로 불안정성이 강한 연료라 아직까지 상용화된 곳이 없다. 아예 액체 메탄 자체가 한국에선 연료로 상용화되지 않아 엔진용으로 구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프랑스의 아리안6호, 일본의 H3 등 각국이 개발 중인 첨단 우주 발사체들도 계속 실패하고 있거나 완료됐더라도 목표했던 것에 비해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 스페이스X가 운용 중인 ‘구형’ 발사체 팰컨9을 따라잡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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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우주 발사체도 자국의 산업 기반 등 사정에 맞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발ㆍ운영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개발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50년이 넘게 우주 발사체를 개발해 민간 산업 기반이 탄탄한 미국도 첨단 로켓을 개발하면서 수없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지 않나. 기껏해야 포니를 만들 수준인 데 느닷없이 최고급 제네시스를 만들어 내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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