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경북 안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쪽지 시험을 보다 부정행위를 의심받은 학생이 반성문에 '커닝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12일 안동경찰서와 유족에 따르면, 안동의 한 등학교에 다니던 A양은 지난 10일 교사로부터 커닝을 의심받자, 반성문에 억울함을 호소한 뒤 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A양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발견돼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A양은 이날 1교시 영어 수업 수행평가 도중 교사로부터 부정행위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교무실에 남아 반성문을 쓰던 중이었다.
이 수행평가는 유명 팝송의 감상문을 영어로 세 문장을 적어내는 것이었다. 당시 교사는 A양의 책상 서랍 안에서 영어로 된 문장이 적힌 쪽지를 발견해 커닝을 의심했다.
유족에 따르면, A양은 이를 부인했으나 교사는 A양의 말을 듣지 않고 부정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A양을 2교시 음악 수업을 받지 못하게 하고 교무실에서 반성문을 쓰게 했다.
A양은 이 반성문에 영어로 된 세 문장을 쓰고 "수행평가지에는 (교사가 커닝했다고 판단한) 이 문장이 없다. 그런데도 0점 처리된다면 받아들이겠다"라고 썼다.
A양은 이후 교무실을 나서 학교를 빠져나왔다. 교사는 잠시 교무실에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학교 정문에서 경비원이 어딜 가느냐고 물었을 때 A양은 "문구점에 다녀오겠다"고 답했고, 외출증이 없었지만 큰 문제 없이 학교를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A양은 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들은 A양이 이날 치른 영어 수행평가가 아주 쉬운 시험이었으며, 부정 행위자로 몰린 뒤 더 해명할 기회가 없자 억울한 마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A양은 중간고사에서 전체 6등을 했을 정도로 우등생이라고 설명했다.
유족은 "반성문을 쓰게 한 영어 교사가 자리를 지켰거나 경비원이 외출 허락 여부를 따져 물었다면 학교 밖을 나가지 못해 투신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교사와 학생을 상대로 A양이 학교를 나간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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