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매그나칩 'OLED용 DDI' 뒤늦게 핵심기술 지정…M&A 심사 착수 수순
미국 이어 우리 정부도 브레이크 거나…"美 기류 보며 승인 결정할 듯"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중국계 자본에 매각되는 매그나칩 반도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해외 매각시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우리 정부는 조만간 매그나칩 매각 승인 심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초 업계는 물론 정부 안팎에서조차 매그나칩 매각이 순탄하게 진행될 거란 예상이 우세했지만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매그나칩으로선 일단 매각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미국이 매그나칩 매각에 제동을 걸면서 우리 정부가 인수합병(M&A) 무산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로 'HD급 이상의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을 위한 DDI 설계 및 제조기술', '600mAh/g 이상의 초고성능 전극 또는 고체전해질 기반 리튬이차전지' 2건을 신규 지정하고, AMOLED 패널 설계·공정·제조(모듈조립공정기술은 제외)기술을 AMOLED 패널 설계·공정·제조(모듈조립공정기술은 제외)·구동기술로 변경 지정하는 내용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 중 HD급 이상의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을 위한 DDI(Display Driver IC) 설계 및 제조기술은 매그나칩이 보유한 기술에 해당한다.
정부는 전략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국가핵심기술 지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해외 인수합병(M&A) 등 외국인 투자 추진시 반드시 산업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매그나칩은 지난 3월 자사주 전량을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탈에 14억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정부의 이번 OLED용 DDI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향후 반드시 정부 승인을 받아야만 해외 매각이 성사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가 OLED용 DDI 관련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건 미국이 매그나칩 매각을 불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며 "일단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놓으면 M&A를 승인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만큼 향후 미국의 기류를 봐가면서 정부도 입장을 정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당초 업계에선 매그나칩의 매각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봤다. 매그나칩의 기술 경쟁력은 인정하지만 OLED용 DDI 기술이 첨단기술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이 매그나칩 인수를 검토했다가 접은 것도 첨단기술을 보유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지난달 매그나칩 M&A 심사에 착수하면서 성사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매그나칩 M&A가 성사되려면 한미 양쪽 정부의 승인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뒤늦게 국가핵심기술 지정 카드를 꺼내든 것 또한 미국이 M&A를 불허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란 해석이다. 결국 매그나칩 매각과 관련해 미국의 입장이 우리 정부의 결정을 좌우할 최종 변수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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