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청소년 보호 이유…리얼돌 체험방 광고 단속
리얼돌 사용 과정에서 '극단적 성적대상화' 우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그냥 성욕 해소가 아니잖아요!" , "리얼돌에 왜 그렇게 민감한지…"
경찰이 리얼돌 체험방 광고 단속에 나서면서 이와 별개로 리얼돌 이용 자체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리얼돌은 사람 신체와 비슷한 모양의 성기구로 단순 성욕을 해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과, 그 과정에서 극단적인 성적대상화가 일어날 수 있어 결국 여성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40대 남성 직장인 김 모씨는 이 같은 논란에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씨는 "정말 문제가 있다면 국가에서 리얼돌 수입 허용을 막지 않았겠나"라면서 "각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일방적인 주장은 과도한 지적이다"라고 비난했다.
김 씨 주장 그대로 법원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는다고 봤다. 지난해 7월29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 사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
당시 2심 법원은 리얼돌에 대해 "전체적으로 관찰할 때 그 모습이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준다"고 인정하면서도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따라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면서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성기구는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고 우리나라 법률도 성기구 전반에 관해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다"며 "나아가 이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리얼돌 이용 과정에서 여성을 향한 극단적인 성적대상화가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며 리얼돌 수입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청원인은 "대법원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지 않는다면 수입을 허용했다"면서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인간이 아니라 남자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리얼돌이 남성의 모습을 본떴으면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 궁금하다"면서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가졌지만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으로 볼 수 있겠느냐"며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전문가 역시 리얼돌 이용 과정에서 극단적인 성적대상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는 논문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에서 "여성이 기구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신체가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리얼돌 등 남성용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리얼돌은 단순히 여성을 재현해서 만든 것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는 존재가 남성의 성욕을 풀기 위한 존재로 치환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여성들에게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여성에 대한 인격권 침해라고 본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런 논란을 겪는 리얼돌은 최근 여성의 질막을 리얼돌 판매 옵션으로 넣어 또 한번 논란이 된 바 있다. 앞서 한 리얼돌 업체는 판매 옵션에서 여성의 질막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구입 과정에서 질막 구매를 결정하면 리얼돌 구입가가 더 올랐다. 이를 두고 여성들은 단순 성욕 해소가 아닌 여성을 극단적으로 비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대 대학생 여성 박 모 씨는 "리얼돌은 단순한 성기구 아닌가"라면서 "(구매 옵션에서) 여성의 질막을 넣고 이를 선택하면 리얼돌의 가격이 더 올라가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 여성을 향한 남성들의 잘못된 여성관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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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리얼돌 이용 과정에서의 일어날 수 있는 여성을 향한 극단적 성적대상화 우려에 대해 윤 교수는 논문에서 "남성들의 치료와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여성 신체가 형상화되는 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인격침해나 심리적·신체적 훼손을 유발하는지, 어떤 측면에서 트라우마적 요소가 될 수 있는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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