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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의 행복심리학] 2·3등 없었다면 1등이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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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경쟁의 두 얼굴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2·3등 없었다면 1등이 행복했을까? 이용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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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장이 해마다 신입생들에게 들려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캠핑에 나선 두 학생이 숲에서 커다란 곰을 만났다. 한 학생이 신발 끈을 묶기 시작하자 친구가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곰보다 더 빨리 뛸 수는 없어!" 신발 끈을 묶던 학생이 친구에게 대답했다. "곰보다 빨리 달릴 필요는 없어. 너보다 빨리 뛰면 되니까." 생사를 가르는 위기 상황에서는 우정조차 사치스러운 것이다. 비정한가. 하지만 살고 싶다면 먼저 신발 끈을 묶어야 한다.

지위 획득을 위한 경쟁

우리는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죽을 때까지 경쟁 속에 살아간다. 배 속의 태아는 영양분을 두고 어머니와 경쟁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얻기 위해 형제자매와 경쟁하며, 학교에 입학하면 또래들과 경쟁한다. 사회로 진출한 후에는 좋은 일터와 지위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 죽음 앞에서는 좋은 병실과 무덤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주위에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경쟁은 늘 고달프다. 그들은 돋보이게 돈을 쓰면서 내 열등감을 자극하고 분발을 촉구한다.


지위를 둘러싼 경쟁은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지위는 다른 사람들도 원하기 때문에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낮은 지위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미국의 생리학자 제이 캐플런에 따르면 서열이 낮은 암컷 원숭이들은 그렇지 않은 암컷들보다 동맥경화로 고통받을 확률이 4배나 높다. 서열이 높은 수컷들도 낯설고 불안정한 무리로 들어가면 쉽게 동맥경화에 걸린다. 암컷에게 낮은 서열이 스트레스라면 수컷들에게는 서열의 불안정성이 스트레스다. 이런 스트레스가 수컷들로 하여금 지위 경쟁에 뛰어들게 만든다.


지위가 높으면 병에 걸릴 위험이 적고 병에 걸려도 빨리 치유된다. 사회적 지위는 뇌의 신경호르몬도 변화시킨다. 미국의 신경내분비학자 로버트 새폴스키는 오랫동안 개코원숭이 무리를 관찰했다. 그는 서열 낮은 개체들의 코르티솔 수치가 높고 세로토닌 수치는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회적 지위가 낮으면 스트레스와 함께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지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권력자들은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 영국의 공중보건학자 마이클 마멋이 주도한 화이트홀 연구가 이를 증명한다. 1967년부터 영국의 공무원 1만7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단순직 공무원의 경우 최고 등급의 공무원보다 사망률이 네 배나 높았다. 두 번째 연구에서도 최하위직 여성이 최고위직 여성에 비해 만성질환을 앓을 가능성은 네 배나 높았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늘 시간에 쫓긴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힘든 쪽은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다. 최고 지위를 가진 사람 밑에는 권력의 대리인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그들도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더 아래쪽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전가할 수 있다. 이 즐거움이 고통을 상쇄한다.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1969)는 이런 현상을 ‘자전거타기 반응(bicycling reaction)’이라고 명명했다. 사이클 경주자의 모습에 빗댄 말인데, 아랫사람들에게 발길질해대며 윗사람에게는 연신 허리를 굽실댄다는 것이다.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2·3등 없었다면 1등이 행복했을까?


경쟁 없는 행복은 없다

경쟁은 생명체의 운명이다. 무리 지어 생활하는 동물은 높은 서열로 올라서기 위해 경쟁 상대와 사투를 벌인다. 일부 영장류는 비슷한 처지의 경쟁 개체와 손잡고 우두머리를 폐위시킨다. 따라서 지위에 대한 욕망을 버리라는 것은 본성을 거스르라는 말과 같다.


사람들이 겉모습 가꾸는 데 열중하는 것은 경쟁자들에게 지위를 과시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낭비는 경쟁자를 압도하는 우월적 전략이다. 대중은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쉼 없이 모방한다. 그러나 모방자가 많아지면 그 전략은 효력이 사라진다. 그래서 지위가 높은 이들은 대중이 쉽게 모방하지 못하도록 희귀하거나 무의미해서 특별한 지위가 아니면 소유할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한다.


경쟁이 마치 산업사회만의 특징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고대사회에도 경쟁은 치열했다. 로마시대의 철학자 세네카(기원전 4년~기원후 65년)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검투사 학교에 있는 것처럼 살아간다. 함께 식사하는 사람과도 싸워야 한다."


어떤 사회든 옆 사람을 팔꿈치로 밀며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사람들은 냄비 속에 든 게들 같다. 점점 뜨거워지는 냄비 속에서 서로의 몸을 잡아당기는 것은 모두가 망가지는 길이다. 살아남으려면 서로를 냄비 위로 밀어 올려야 한다. 그래서 행복전도사들은 능력대로 줄 세우는 ‘사다리 질서’를 서로 배려하는 ‘원탁 질서’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대신 ‘더 느긋하게, 더 적게, 더 낮게’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경쟁이 불평등을 초래하니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에덴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경쟁이 사라진 사회는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경쟁에서 승리한 조상 덕에 존재한다. 조상들이 뻔뻔한 얼굴로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우린 여기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준 아버지의 정자는 수억 마리의 경쟁자와 숨 가쁜 경주 끝에 선택된 것이다.


경쟁이 없는 곳은 없다. 인간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부터 발차기로 병뚜껑을 여는 것까지 경쟁의 도락에 취해 있다. 이는 우리가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경쟁에서 승리했을 때 행복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기 때문이다. 뇌의 쾌감회로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봤을 때 활성화한다. 달리기 선수의 성공은 다른 선수들의 뒤처진 기록 덕에 가능한 것이다. 경쟁자 없이 성공을 평가할 수는 없다. 경쟁이 사라진다고 우리가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경쟁은 성취감과 보람을 안겨주고 자신의 유전자를 영속시킬 가능성도 높여준다.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2·3등 없었다면 1등이 행복했을까?


모두 승자가 되는 경쟁

모든 관객이 좌석에 앉으면 누구나 경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까치발을 하면 모든 사람이 까치발을 하게 된다. 누군가 나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데 일어서지 말라고 하는 것은 숲의 나무들에게 5m까지만 자라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생태계가 균형을 유지하려면 여러 집단이 경쟁하며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물고 물리는 순환적 경쟁구조가 공존의 생태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나친 경쟁은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경쟁은 남성의 성과를 높이지만 여성에게는 그렇지 않다.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무한경쟁 역시 효과가 없다. 2009년 이스라엘 하이파대와 미국 미시간대의 공동 연구진은 학생 70명에게 단답형 문제를 내주면서 한 그룹에는 10명이 함께 풀고 있다고, 다른 그룹에는 100명이 함께 풀고 있다고 말해줬다. 가장 빨리 푼 20%에게 5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그 결과 9명과 경쟁 중이라고 생각한 학생이 99명과 경쟁한다고 생각한 학생보다 훨씬 빨리 답안을 제출했다. 경쟁자가 적을수록 효과는 크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경쟁은 비효율적이다.


인간은 경쟁의 승자이지만 협력의 승자이기도 하다. 경쟁이 비정해 보이는 것은 패배자가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패배시킬 목적이 있는 경쟁은 파괴적이다. 경쟁에 꼭 패배자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수 대신 자신과 경쟁할 수 있다. 여럿이 하나의 목표를 공동으로 달성할 수도 있다. 협력은 다수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팀의 승리가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이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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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양은 무제한이며 행복이 제로섬 게임의 결과물도 아니다. 남의 행복을 빼앗는다고 내가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며 남에게 나눠준다고 나의 행복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2·3등 없었다면 1등이 행복했을까?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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