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4·5 서울시장 오세훈과 10년 공백 겪고 ‘3선 시장’으로 돌아온 오 시장 자세와 민생에 대한 열정 많이 변했다는 서울시 공무원들 평가 일단 ‘긍정적’...다만 ‘초심 ’잃지 않는지 지켜볼 일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오세훈 시장이 진짜 달라졌다” “민선4·5기 때 오세훈 시장이 아니다”
서울시 공무원들 A,B씨의 평가다.
오 시장이 과거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인기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39살 이던 2006년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를 시작했다.
이후 45살의 나이에 서울시장에 당선돼 재선 서울시장이란 큰 감투까지 썼다.
팔팔한 나이에 국회의원과 재선 서울시장을 했으니 오즉했으랴?
당시 공무원들도 힘들었다. 오 시장은 시 간부들간 ‘경쟁’을 유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무능 공무원 3% 퇴출이란 전후 없는 일도 했다.
서울시의회와도 2011년 초등학교 무상급식 문제로 큰 갈등을 빚다 결국 사퇴했다.
또 민선 5기 지방선거에서 서울 강남,서초,송파,중랑구 등 4개 구청장을 제외한 나머지 21개 구청장은 민주당 소속이어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히 당시 교부금을 자치구에 제대로 내려보내지 않아 민주당 구청장들이 애를 먹었다.
오죽했으면 ‘5세훈’이란 별명이 달렸을까?
이후 오 시장은 20대 종로 국회의원 출마, 2019년 당대표 출마, 2020년 21대 광진을 국회의원 출마했으나 줄줄이 낙선했다.
정치인으로 끝나는가 했다. 정치인에게 10년 공백은 엄청난 것이다. 그런면에서 오 시장은 ‘천운을 타고 난 정치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 사망으로 인해 갑자기 생긴 4.7 보궐선거에 기사회생해 정치인 오세훈이 새롭게 생명을 얻게 됐다.
이런 오 시장이 3선 서울시장 타이틀을 달고 출근한 지 2개월이 돼 간다.
오 시장은 첫날부터 낮은 행보를 보였다. 첫 행보로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을 찾았다. 바짝 고개를 숙였다. 이런 자세에 김 의장이라고 목을 세울 수 없는 노릇이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하듯 의회 문도 하나 둘 열리는 듯하다.
이번주 오 시장은 상임위원회별로 시장실에서 도시락을 시키먹으며 인사 겸 현안을 놓고 토론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 결과 서울시 조직개편안도 7일 기획경제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개최를 거쳐 10일 본회의 통과가 예상된다.
이렇게 될 경우 오 시장은 서울시 직원들에 대한 실, 국장 이하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오 시장에 대한 서울시 실,국장 등 직원들 평가도 ‘긍정적’이다.
C국장은 “오 시장의 민생에 대한 인식은 남다르다”며 “실. 국장과 회의를 하는데도 매우 겸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시장 시절 오 시장 모습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특히 오 시장은 간부들과 회의를 진행하면서 “국장께서 이렇게 해주시니 기대가 큽니다” “좋은 정책을 기대합니다”는 식으로 격려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C국장은 “오 시장은 시장 선거 과정에서 ”대권에 나가지 않는다“며 ”서울시장을 한 번 더하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을 한 때문인 듯 침착하게 자신의 업무에 임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전임 시장 시절 시민단체 출신 비서실 직원들의 간섭 등이 많았던데 비해 오 시장은 강철원 민생특보, 정상훈 비서실장 등으로 단촐해 일하기가 한결 쉬워졌다고 전했다.
특히 강철원 특보는 오 시장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은 후 서울시 정무실장을 역임한 최측근으로 다른 측근들이 다 떠나갔음에도 10년이란 짧지 않은 시절을 인내해온 보기 드문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한결같이 겸손한 인품까지 갖추고 있어 오 시장이 오늘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하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전임 시장 시절에는 각 실,국장 담당 비서들이 시장님 지시라면서 실,국장 업무에 개입해 매우 힘들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노조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힘든 공무원들을 위해 2~3일간 위로 휴가를 건의받고 곧 바로 수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물론 이런 오 시장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청 직원과 사업소 등 직원만 3만 명 이상인 서울시 직원들의 평가는 곧바로 내년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이 60(耳順, 귀가 순해져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들도 이해할 수 있는 나이 뜻)에 다시 돌아온 오 시장이 과거와 달라는 모습을 보인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전직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고 박원순 시장도 처음에는 직원들을 편하게 했다고 업무 파악이 되면서 차차 변하는 것을 보았다”며 “오 시장도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낮은 자세를 보인지 모르겠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되는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해 눈길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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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만 서울시민의 수장인 오 시장 첫 출근하면서 다진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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