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급증에 사업자 수익성 악화 및 수요 감소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정부가 민간 주도의 주택용 태양광 보급 모델인 '태양광 설비 대여사업' 제도를 도입 8년만에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태양광 보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정부 보조금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주도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최근 몇 년 간 태양광 설비 공급이 급격히 늘면서 대여사업 수익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원자력발전 대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늘리려는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전환정책의 부작용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태양광 대여사업을 내년부터 중단하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태양광 설치 보조금을 직접 지원받는 사업을 선호하다 보니 설비 대여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올해는 예정대로 대여사업을 실시하되, 연말께 제도 폐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대여사업은 에너지공단이 선정한 민간 사업자가 주택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임대해 설치하고, 7~15년간 설비를 유지·관리하는 제도로 지난 2013년 도입됐다. 주택 소유자는 태양광 발전설비 대여료를 납부하는 대신 전기요금을 크게 낮출 수 있고, 대여 사업자는 대여료 수익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생산시 받는 인증서(REP)를 발전사에 판매할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비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과 달리 정부 보조금이 없고 민간 주도로 태양광 보급 확산이 이뤄진다는 게 장점이다.
산업부가 태양광 대여사업 중단을 검토하는 것은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신규 태양광 대여사업 실적은 2013년 60가구에서 해마다 늘어 2016년 1만362가구, 2018년 1만9077가구까지 확대됐지만 2019년에는 1만2067가구로 줄었다.
태양광 공급 과잉으로 대여사업의 경제성도 떨어졌다. 산업부는 대여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받는 대여료 상한을 제한하는 대신 발전사에 친환경발전 인증서를 팔아 수익을 충당하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발전사들이 시장에서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물량이 공급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인증서 가격은 2018년 1kWh당 211~258원에서 올해 146~166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에 치중하면서 공급자, 수요자 등 시장 설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며 "지난 4년간 목표 할당 위주로 인프라를 구축했는데 이제라도 정교한 시장 설계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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