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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세제혜택·인센티브 쏟아내는데…韓, 펀드 등 간접지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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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 휩싸인 K반도체

美·유럽, 세제혜택·인센티브 쏟아내는데…韓, 펀드 등 간접지원만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메탈 증착 반도체 웨이퍼의 표면을 검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종호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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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장세희 기자] 청와대가 15일 오후 국가 간 외교·안보 경쟁으로 치닫는 반도체 산업을 챙기기 위해 관련 기업들과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나 업계에서는 뒤늦은 대응에 지원책마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경쟁국들이 정부 주도로 반도체 육성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 지급 등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천명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요 기업의 투자에 의존하는 데다 펀드 조성 등 간접 지원 계획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기업들이 국제 동향에 휩쓸리지 않도록 정부가 정책 방향의 중심을 잡고, 인력 육성과 연구개발(R&D)에 매진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는 수십조(兆) 화끈한 지원책
美, 56조원 규모 지원계획
유럽서도 獨·佛·伊·네덜란드 등 최대 67조원 투자계획 합의
대만은 투자액 15% 세액공제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확대경제장관회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 현대차·인팩,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자동차, 조선 분야 사장들의 참석으로 관심이 쏠렸다. 특히 세계적인 공급 부족 사태와 미·중 패권 경쟁 구도로 치닫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현안과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앞서 청와대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호승 정책실장이 지난 9일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과 반도체 현안을 논의하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반도체협회 대표단과 간담회를 하는 등 업계와 소통에 나섰으나 반도체 주도권을 다투는 급박한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이 같은 움직임이 한발 늦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 사이 경쟁국들은 화끈한 지원책을 쏟아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지난달 500억 달러(약 56조원) 규모의 정부 지원 계획안을 제시했다. 반도체 제조와 연구 지원에 이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주정부 차원에서도 해외 기업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할 태세다.


유럽에서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이 최근 최대 500억 유로(약 67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에 합의했다. 이들 정부는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투자하는 금액의 20~40%를 보조금 형태로 지급할 계획이다. 대만도 반도체 부족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각국 협상을 주도하고, 반도체 R&D 투자액의 15% 한도 내에서 세액을 공제하는 혜택도 부여할 방침이다. 중국은 이보다 먼저 움직였다. '반도체 굴기'를 목표로 정부 주도 아래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조 위안(약 170조원)을 투입하고, 세제 혜택도 신설하기로 했다.


앞서 2019년 우리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담은 '대한민국 반도체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 세계 1위를 목표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입하고,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경기 용인에 1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산업집적단지)'를 구축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주도하고 정부 역할은 민간투자가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지원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지원책은 R&D, 인력 양성을 위한 민관 펀드 조성 등 간접 지원이 주를 이룬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첨단산업은 대기업 의존도가 크다보니 그동안 정부 지원에 의지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도 "많은 나라가 반도체 산업을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의사 결정도 이 같은 관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도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美·유럽, 세제혜택·인센티브 쏟아내는데…韓, 펀드 등 간접지원만


한국은 반도체 클러스터 등 민간주도 사업 지원 수준
정부 "확대경제장관회의 계기로 건의사항 수렴해 대책에 반영"
업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의문, 특별법 제정 등 범정부 대응 나서야"

이날 확대경제장관회의를 계기로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통해 수렴한 건의사항을 향후 대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가 매년 6~7월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이날 논의사항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 의견을 얼마나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지난해 12월에도 반도체 등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업계에서 요구한 세액공제 확대 등의 내용은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업계 분위기도 회의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 기업 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경제단체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규제 관련 법안을 잇따라 내놓았다"면서 "최근 들어 전략산업의 현안을 챙기고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최근 산업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반도체 인력 육성과 세제 혜택,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이는 교육부, 기재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어서 정책의 속도와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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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정부는 학사급, 석·박사급, 실무인력 등 맞춤형 인력 양성 정책을 추진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4800여명의 반도체 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추가로 전기차, 조선업 분야의 R&D·인력 양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R&D 자금이나 세제 혜택, 인력 양성뿐 아니라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는 일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미래 경쟁력을 고려해 범정부 차원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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