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기후변화 현상으로 장마·한파·산불 등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재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쪽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정기영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과장은 'BOK이슈노트 - 국내외 재해보험 제도 현황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개선과제'에서 "재해피해 보상과 보험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재해보험 가입을 임의가입 방식에서 의무가입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장 재해보험을 의무화하긴 어려운 만큼, 정 과장은 고위험군에 대해 우선적으로 재해보험 가입을 추진하고 향후 중·저 위험군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재해보험이란 재해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위험관리 수단일 뿐 아니라, 정부와 가입자가 재해피해를 분담하는 공적부조 성격을 함께 갖는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국은 20세기 중후반부터 홍수 및 지진 등 대형재해에 대비한 재해보험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재해보험이 여타 보험상품에 비해 역선택,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가 있는 만큼 주요국은 정부 등 공공부문이 재해보험 운영에 일정부분 개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농작물·가축(농림축산식품부), 양식수산물(해양수산부), 풍수해(행정안전부)로 나뉘어 재해 보험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의무 가입이 아닌 탓에 가입률이 대체로 낮고, 고위험군이 주로 가입해 보험의 위험 분산 효과가 제한적인 형편이다. 과거의 재해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경험료율)하는 방식 때문에 보험료가 실제 재해 위험을 반영하지 못하고, 차등요율 체계도 대체로 단순하다.
정 과장은 "자연재해가 발생해 직접적인 자산가치 손실 등 경제활동 저하가 초래될 수 있는 만큼,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가 금융부문으로 확산되는 것을 완화하는 등 재해보험은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 추세를 고려하면 경험료율 체계는 향후 심화할 수 있는 자연재해 가능성을 반영하기 어려워 적정 수준보다 보험료가 낮게 책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을 재해보험에 의무가입시키는 과정에서 문제점(일시적 역선택 심화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중·저위험군의 가입유인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도 밝혔다.
정 과장은 민간보험사의 위험 분산 수단으로 대재해채권(Catastrophe Bond)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대재해채권은 재해 보험의 지급 리스크를 자본시장으로 이전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채권 발행 당시 설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채권 투자자는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다. 조건을 충족하면 채권을 발행한 보험사는 채권 발행 대금을 지급보험금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투자자는 보험금 지급 후 잔여 자산을 분배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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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과장은 "일반적으로 대재해채권 발행 주체는 재해 보험을 판매한 보험사가 아닌 해당 보험사가 설립한 특수목적기구(SPV)"라며 "하지만 현행 제도상 보험사(혹은 재보험사)가 SPV를 설립하고 운영하려면 금융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해 채권 발행의 편익보다 절차상의 거래 비용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재해채권 발행을 위한 SPV 설립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완화하고, 설립 요건과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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