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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자본과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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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개 OECD국 주택가격 최고치, 건물 층고 높아지고 임대료 상승
전통상권 사라져 공간구조 급변, 90년대 자본의 국제적 이동 영향
더 많은 수익 위해 대도시로 몰려, 비선호 거주지 새 개발지로 각광
변화한 도시는 재성장의 터전, 부정보다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을…

[최준영의 도시순례]자본과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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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대도시의 모습이 최근 급변하고 있다. 토지 및 주택 가격의 상승에 따른 변화다.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37개 회원국의 주택 가격은 2020년 3분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런던 같은 주요국 대도시 외에도 뉴질랜드 오클랜드, 독일 베를린, 스웨덴 스톡홀름 등지에서도 주택 가격 상승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대도시의 공간구조도 급변하고 있다. 주거용 건축물의 층고가 높아지고 임대료 상승으로 오랫동안 형성돼온 전통 상권과 업소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비워진 공간들에 고가 상품을 취급하는 매장이나 대규모 프랜차이즈가 들어서거나 아예 지역 자체가 고급 주택가로 변하고 있다.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왔던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 등 세계 대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가 됐다.


변화의 배경에는 1990년대 이후 진행돼온 사람과 자본의 국제적 이동이 자리하고 있다. 20세기 초반까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던 사람과 자본의 흐름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히 단절되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면서 사람과 자본의 흐름은 국경의 범위 내에 머무르게 됐다.


이런 경향은 1970년대부터 조금씩 변했지만 결국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연이은 소련의 해체로 냉전이 종식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최준영의 도시순례]자본과 도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 자본은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사람들은 주요 국가의 대도시로 몰려들게 됐다. 자본의 이동을 통해 많은 국가가 정체에서 벗어나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빈곤층 감소와 중산층 증가로 이어졌다.


중산층 증가는 주택 및 내구재 소비 증가와 더불어 대학교육·해외여행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이런 변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시 공간구조 변화와 주택 가격 상승을 만들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학교육 확대에 따른 대졸자 증가는 고임금 사무직 노동자 증가로 이어졌다. 이런 일자리가 모여 있는 대도시로 집중이 가속화했다. 원래 대도시는 일자리를 찾는 이들이 몰려들던 곳이다. 하지만 고학력자의 증가는 과거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더 많은 임금이 지급되면서 이에 걸맞은 주거수준을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 더불어 낮아진 금융비용, 맞벌이 보편화에 따른 가구소득 증가 및 가족 구성원 감소는 더 많은 돈을 주택 구입에 투자할 수 있게 해줬다.


개발이 마무리된 도시에서 중산층 눈높이에 맞는 기존 주택은 한정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이런 변화는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주택 가격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과거 선호되지 않았던 도시 내 거주지역들은 새로운 개발지역으로 각광받게 됐다. 교통은 편리하지만 주거환경은 낙후됐던 지역들이 주요 개발대상 지역화하면서 신흥 중산층 주거지역으로 변했다. 도시 전체적으로 보면 자연스럽게 주거환경이 개선되는 과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소득층의 주거 터전이 사라지면서 도시의 모습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관광도 도시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해외관광 수요가 특정 도시로 몰리면서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은 금방 포화상태에 이르러 높은 수익까지 올리게 되었다. 이에 많은 자본이 투입돼 호텔 등 관광객 대상 시설 건설은 붐을 이루게 됐다.


[최준영의 도시순례]자본과 도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런 시설들은 토지 가격이 중심지에 비해 저렴하지만 교통은 편리한 지역으로 집중됐다. 세계적으로 이런 지역 대부분은 거주 여건이 평균 이하였다. 게다가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어서 독특한 지역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지역에 인터넷·스마트폰·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확산했다. 그 결과 새로운 지역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하게 된 관광객·소비자들이 집중됐다. 이는 임대료 상승과 기존 상권의 대폭적인 변화를 가져와 도시공간 구조의 변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공간구조 변화는 한정된 토지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주식으로 치면 저평가된 가치주들의 가치가 인식되면서 그에 합당한 가격을 인정받는 것과 유사하다. 자본이라는 에너지는 오랫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던 도시의 변화를 단기간 내에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게 변화한 도시는 다시 성장의 터전이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행된다. 변화 자체를 거부하거나 부정할 경우 도시는 쇠락하고 뒤처진다. 따라서 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대개 실패한다.


도시는 과거의 시간이 쌓인 결과물이다. 하지만 현재, 그리고 미래의 후손들이 살아갈 터전이기도 하다. 도시 공간은 영원불멸의 고정된 형태가 아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인식되는 많은 공간이 만들어진 시점은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공간에 대한 기억과 추억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변화를 거부하는 이유가 돼서는 곤란할 것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그리고 에너지 절감과 기후변화 적응 등 도시가 직면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산가격 상승이라는 에너지가 지속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이에 대해 거부하고 무조건 억누르기보다 어떻게 잘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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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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