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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미국의 對중국 ‘인권외교’ 과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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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미국의 對중국 ‘인권외교’ 과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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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준 전 북핵대사, 전 외교부 차관보


지난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일 양국 방문 및 알래스카에서의 미·중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구체적 실체를 드러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예견됐듯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용하던 군사적, 경제적 압박보다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무기를 활용한 대중국 압박에 무게를 두는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은 한국, 일본과 각각 개최한 2+2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중국과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동맹국간 공조 필요성을 핵심의제로 제기했다. 알래스카에서 개최된 미·중 외교수뇌부의 최초 상견례에서도 홍콩과 위구르 인권탄압 문제를 둘러싼 격한 설전이 오갔다.


미국 민주당의 전가의 보도인 ‘민주주의와 인권’을 매개로 하는 대외정책은 때로 군사적 압박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군사적 압박이 적국을 밖으로부터 무너뜨리는 데 반해 인권문제 압박은 적국을 안으로부터 무너뜨릴 수 있다. 1975년 동서냉전의 양 진영 35개국 사이에 체결된 헬싱키협정에 따라 미국 등 서방진영은 소련 공산권의 인권문제에 점차 깊이 개입했다. 이에 따른 체제 동요는 동구권이 1990년대 초 총성 한방 없이 스스로 붕괴한 원인 중 하나였다. 동서독 통일도 서독 정부가 동독에 대한 경제지원 대가로 정치범 석방, 사법제도 개혁, 서독방송 청취 허용 등 인권개선을 요구해 관철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런 과거 성공사례들이 중국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련의 붕괴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인권문제 관여를 용인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냉전 시대 말기에 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소련은 서방으로부터 차관을 얻기 위해 인권문제 간섭을 용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 중국 경제는 그런 위기상황이 아니다. 설사 장래 중국이 극도의 경제난에 봉착한다 한들, 체제붕괴 위험성을 내포한 인권문제 개입을 용인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중국 패권경쟁 전략이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적, 경제적 압박 전략보다 더 효율적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는 실패한다”고 마키아벨리가 말했다. 정책이 표방하는 이념이나 가치는 힘이 수반될 때 비로소 효력을 발휘한다. 1977년부터 요란하게 추진된 카터 행정부의 ‘인권외교’는 참담한 실패였다. 인권은 가치이자 명분일 뿐 그 자체가 타국을 압박하는 힘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련에 대한 미국의 인권 압박이 먹혀들기 시작한 건 레이건 행정부가 1981년부터 8년간 “힘을 통한 평화”를 기치로 소련에 대해 고강도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때부터였다. 군비경쟁과 경제실패로 위기에 몰린 소련이 경제적 생존을 위해 인권개선 요구에 굴복하자, 그 체제는 안으로부터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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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인권’을 대중국 패권경쟁의 핵심수단으로 선택한 바이든 행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얼마나 강력한 군사적, 경제적 압박수단을 병행할 의지가 있는가에 달려있다. 만일 그것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카터 행정부의 ‘실패한 인권외교’를 답습하게 될 것이며, 중국이 패권국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게 될지도 모른다. 바이든 행정부 4년간의 정책적 결단 여하에 따라 중국은 패권국 미국에 대한 추격을 계속해 간격을 좁히게 될 수도 있고 국력이 추락해 패권 도전을 완전히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미.중 패권경쟁은 미국의 운명뿐 아니라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운명과도 직결된 문제다. 앞으로 수년간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이를 직시하면서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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