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中企]여운창 상도가구 대표
"데이터 기반 가구회사로 성장할 것"
온라인몰 후기 분석해 제품에 반영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올해 목표는 데이터 기반의 가구회사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가구도 옷처럼 빠르게 바뀌는 유행에 발맞추는 상품으로 만들겠습니다."
여운창 상도가구 대표는 자라, H&M 등 패스트 패션을 표방하는 SPA 브랜드처럼 ‘패스트 퍼니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와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그는 1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쇼핑몰 30여곳에 올라온 사용자 후기와 제품 문의에 대한 키워드를 분석해 사업에 반영한다"며 "막연하게 ‘이런 물건이 팔리겠지’가 아닌, 수치에 기반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구의 크기, 색깔, 디자인 등을 빠르게 파악해 시장에 내놓겠다는 의도다. 여 대표는 일 매출, 월 매출 등 사업 통계를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소프트웨어를 쓴다. 매출보고서를 작성하는 형식적인 업무를 없앤 것이다. 창고에 들어온 가구가 팔리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확인하는 시스템이 있어 재고 정리도 수월하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여 대표는 이처럼 회사 경영에 IT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02년 상도가구를 창업할 때부터 당시엔 생소했던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여 대표는 "디테일한 사진과 자세한 설명을 통해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판매 창구를 잘 갖춰놓은 덕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 집꾸미기 열풍에 힘입어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해 사상 최대를 찍었다.
항상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6년 전 여 대표는 자신과 직원들을 돌아보게 하는 일을 겪었다. 경기도 김포에 있는 대형 물류창고와 사무실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다. 금요일 저녁 직원들과 회식을 하던 도중 보안업체로부터 "불이 났는데 잠긴 문을 따고 들어가도 되느냐"고 묻는 전화를 받은 기억을 지울 수 없다. 물류창고 안에 있던 가구들은 순식간에 불에 타 20억원 어치 손실이 났다. 여 대표는 "화재 다음 날 무엇이라도 해야 했지만 종이 한 장, 볼펜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를 다시 일어나게 한 건 주변 사람들이었다. 여 대표를 믿어준 거래처는 1년 동안 대금을 받지 않고 제품을 공급해줬다. 직원들은 자신의 집을 사무실로 내어주고 도시락을 먹으면서 일을 했다. 여 대표는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2~3년 만에 사업이 정상화됐다"며 "그때부터 함께 성장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행복경영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여 대표는 얼마 전 홀로 제주를 다녀왔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여행이 힘들고 제대로 된 휴가를 가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한 ‘웍케이션(work+vacation)’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제주, 부산과 같이 낯선 곳에서 주간에는 업무를 처리하고, 저녁시간과 주말에는 휴가처럼 색다른 시간을 보낸다는 취지"라며 "잠시 일상에서 떠나 기분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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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가구의 사명은 드라마 ‘상도’에서 착안한 것이다. 상인의 도리를 지키겠다는 뜻이다. 여 대표는 "앞으로도 믿을 수 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 고객들의 믿음을 얻고, 직원들도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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