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개로 감축계획 철회, 260개까지 증강
F-35 추가 구매, 해외 주둔기지도 역량 강화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영국정부가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NPT) 가맹 이후 처음으로 핵전력 증강을 발표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핵억제력 강화를 목표로 기존 180개까지 줄이기로 했던 핵탄두는 2025년까지 260개로 늘어날 계획이다. 영국은 이와함께 재래식 전력도 크게 강화하고 미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주요 동맹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해 대중 압박 수위를 이어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내에서는 NPT조약 탈퇴 선언과 다름없는 위험하다는 주장과 함께 좀더 구체적으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할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경쟁의 시대 글로벌 영국'이라는 제목의 새로운 외교·안보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114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으로 구성된 해당 보고서의 핵심은 영국의 핵전력 증강으로 이에 따르면 영국정부는 앞으로 2025년까지 핵탄두를 26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영국정부가 앞서 2010년 핵탄두 보유수를 2020년까지 180개로 감축한다고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핵탄두 숫자를 현재보다 80개, 약 40% 증강하는 셈이 된다.
영국정부가 핵전력 증강을 공식선언한 것은 1970년 NPT조약 발효 이후 처음이다. 미 군축협회(ACA)에 따르면 영국은 1970년대까지 영국에 배치된 미국 핵무기를 포함, 총 5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NPT조약에 따른 핵군축이 시작되면서 지속적으로 핵탄두 보유수를 줄여왔다.
존슨 총리는 "핵전력을 증강해 중국과 러시아의 안보위협에 필요한 최소한의 핵억제력을 보유해야한다"며 중국은 영국의 경제안보에 대한 가장 큰 국가기반 위협이며 러시아는 영국에 대한 가장 심각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영제국의 오래된 의무나 혹은 영광으로 돌아가려는 몸짓이 아니라 앞으로 수십년동안 영국 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위한 필수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군사적 협력관계를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며 동맹국들과의 대중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내달 인도 방문을 앞두고 있으며, 영국해군 소속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호를 올해 인도양 및 동아시아에 파견해 일본·인도와 공동훈련도 계획돼있다.
핵전력 증강과 함께 재래식 전력의 증강도 함께 계획됐다. 영국정부는 2025년까지 앞으로 4년간 방위비를 240억파운드(약 37조5700억) 늘릴 계획이다. 늘어난 방위비를 통해 F-35 스텔스 전투기를 48대 추가도입하고 신형군함 건조 및 배치 등 재래식 전력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케냐와 오만, 싱가포르, 키프로스, 지브롤터 등 해외 영국군 기지의 능력도 강화시켜 인도양과 남중국해 일대 군사파견 속도도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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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에서는 국제사회에 NPT탈퇴로 비춰질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는 반대여론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야당인 노동당의 반대가 거세다. 키어 스티머 영국 노동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국군 감축 가능성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빈틈이 너무 많은 보고서"라며 "러시아와 중국 위협과 관련한 의회의 권고사항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답변이 우선돼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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