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중략)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로밤 뽀오얀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 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시인 백석의 고향인 평안도 정주에서는 냉면을 국수라 불렀다는 걸 보면 시인의 국수 예찬은 슴슴한 평양지방 토속음식인 평양냉면을 향한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곡창지대가 펼쳐진 남쪽에서야 메밀보다 쌀이 흔하니 국수가 아쉽지 않았겠으나 척박한 평안도에서는 예부터 구황작물인 메밀을 많이 키워 국수 요리가 발달했다. 최남선은 ‘조선상식’에서 “국수의 발달은 화전민 생활에서 유래한다”고 정의하기도 했다. 면에 대한 첫 역사적 기록은 고려시대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의 “고명한 세 학사가 너의 탕병의 손님이 되었네”라는 구절이다. 아이가 태어난 지 사흘째 되던 날 친척들이 모여 국수를 먹으며 이를 축하했다는 내용이다. 밀이 귀했던 과거 국수는 잔치나 사신 접대 등 귀한 손님을 모실 때나 내가는, 입맛 다시며 아껴먹는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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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싹은 군침이 싹 도네의 줄임말로 애니메이션 뽀로로에 등장하는 캐릭터 루피의 이미지와 함께 유행한 단어다. 백석의 국수를 앞에 두고도 직접 부르지 않고 ‘이 무슨 반가운 것’이라 지칭하며 군싹의 심정을 에둘러 표현해 예찬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오직 시의 제목에만 등장하는 국수는 시인의 추억을 딛고 어느새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중략) 먼 녯적 큰아바지가 오는 것 같이 오는 것”으로 승화된다. 하긴 조선시대 세시풍속을 담은 ‘동국세시기’는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를 썰어 넣은 것을 냉면이라 한다”며 “평안도 냉면을 으뜸으로 친다”고 적었으니 군침 도는 팔도 제일의 맛에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한 사람과 동리의 역사를 담아낸 시인의 통찰력은 오늘 우리에게 즐거운 추억이 담긴 국수 한 그릇을 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용례
B : 근처에 새로 마라탕집 생겼는데 거기 갈래?
A : 마라는 늘 옳지. 사진 후기 있어?
B : 어. 인스타 사진들 봐봐. 비주얼이 아주 그냥...
A : 헐, 완전 군싹이네. 빨리 가자. 줄 서겠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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