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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검사 “80~90% 사건 이미 수사·기소 분리”… “검찰의 수사지휘권 복원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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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한다고 눕혀놓고 엉뚱한 팔다리 수술하지 말라”

현직검사 “80~90% 사건 이미 수사·기소 분리”… “검찰의 수사지휘권 복원돼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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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여권의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추진에 반대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퇴한 가운데 이미 실무상 80~90%의 사건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 있다는 현직검사의 주장이 나왔다. 해당 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폐지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다시 복원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진영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검찰의 정체성과 방향성’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글의 서두 장 검사는 “총장님은 사퇴하셨지만, 검찰은 여전히 본연의 업무를 하고 있고 해야만 한다”며 “오히려 지금의 시기에 검찰의 정체성에 대해 검찰 구성원들과 함께 허심탄회한 방향성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글을 올린 배경을 밝혔다.


이어 “검찰의 정체성과 그 방향성이 정해진다면 좀 더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에서 검찰개혁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장 검사는 먼저 “검찰의 주요 역할인 수사와 관련해 최근 새로운 형사사법시스템은 검찰에 경찰의 1차적 수사 사건에 대한 사법통제와 2차적 보완수사 기능을 부여하고, 검찰의 직접수사개시 분야를 법으로 한정해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정체성 문제와 아울러 현재 수사와 기소 분리 문제가 논쟁이 되고 있고,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듯하다”며 “과연 수사와 기소는 분리할 수 없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장 검사는 “이론적인 수사 개념의 문제를 논외로 하고 실무를 바탕으로 검찰의 주된 역할을 구분하면 첫째 경찰 송치사건과 둘째 경찰과 무관하게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한 검찰 직접수사로 나눌 수 있다”며 “검사 생활 15년 상당의 지극히 평범한 일선검사가 보기에 위 두 유형의 사건들을 결코 같은 기준으로 수사, 기소 분리 내지 검찰의 정체성 문제를 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했다.


장 검사는 검찰개혁 논의와 관련해 대다수 언론과 국민들이 왜 검찰의 직접수사 사건에만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연일 언론에서 기사화하는 사건들 대부분이 ‘검찰 직접수사 사건’이지만 검찰이 처리하는 80~90%의 사건은 ‘경찰 송치사건’이 대부분이고, 실제 국민들의 인권이나 민생과 직결된 사건이자 절대 다수의 검사들(전체 검사의 90%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이 처리하는 사건이 ‘경찰 송치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궁금한 점은 왜 언론이나 대다수 국민들은 민생과 직결돼 국민들의 인권과 더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검찰 업무의 80~90%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찰 송치사건 관련 검찰개혁 방안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이고, 민생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어보이는 검찰 직접수사 사건에 그리 큰 관심들을 보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장 검사는 “실제 ‘경찰 송치사건’에서 사실상 수사(수사 개시와 송치 전 1차적 수사 종결 측면에서. 물론 현행법상 검찰의 보완수사는 여전히 가능하다), 기소, 공소유지 업무는 어느 정도 분리돼 있다고 볼 수 있고, 실무적으로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다면 ‘경찰 송치사건’에서 수사, 기소, 공소유지 업무는 왜 분리돼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우선 경찰 송치사건의 주된 수사(즉 수사개시와 송치 전 1차적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검찰에 비해 인력이 훨씬 풍부하고 민생과 근접한 경찰이 수사 초기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 1차적 수사에서 놓칠 수 있는 법률적, 증거적 미비사항에 대해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사가 수사지휘(지금은 없어졌지만) 및 보완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아울러 민생과 근접하고 많은 인력으로 인해 공권력 남용의 우려도 상존하고 있는 1차적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통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인권보호와 사법절차적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장 검사는 “기소와 공소 유지 역시 경찰 송치사건에서는 분리가 효율적”이라며 “그래서 지금과 같이 경찰 송치사건 공소유지를 위해 공판검사를 별도로 두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처럼 일반 형사사건 내지 송치사건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 기소, 공소유지가 분리 가능하고, 오히려 신속한 사법절차와 사법적 정의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효율적이기까지 하다”고 강조했다.


장 검사는 전체 사건의 80~90%에 달하는 경찰 송치사건에서 검찰이 해야 할 역할은 수사가 아니라 사법통제와 인권옹호라는 소신도 드러냈다.


그는 “그렇다면 경찰 송치사건에 검찰의 정체성은 무엇일까”라며 “개정법의 취지에 의하면 입법권자는 검찰의 일반 형사사건 처리에 있어서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수사행위보다 객관적 지위에서 사법통제와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검찰 직접수사 사건과 달리 경찰 1차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가 주된 역할인 경찰 송치사건에 있어서 검사가 사법통제와 아울러 직접 주도적이고 사실상의 적극적인 수사행위를 하려는 것은 경찰 송치사건과 관련해 인권옹호도 검사가, 침해적일 수 있는 수사행위도 검사가 모두 하려는 것으로 자가당착적인 논리인 듯하다”고 지적했다.


장 검사는 “즉, 경찰 송치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사는 사법통제와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주된 것이고, 따라서 직접적인 수사행위는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적 측면과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한 보완적인 측면에서 행해짐이 객관적인 인권보호기관으로서의 검찰의 본 모습이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 송치사건에서 사법통제 및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주된 역할을 망각하거나 소홀히 한 채 사건의 실체 파악을 위한 노력을 넘어 실적을 위해 강압수사나 인권침해가 커질 우려가 있는 적극적인 수사행위의 주체로 나서려고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장 검사는 경찰 송치사건에 검사가 수사 주체로 나서는 것의 부당함을 지적하면서도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와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경찰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송치한 사건을 천안지청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지휘한 뒤 송치 후 20일간의 구속기간 동안 보완수사를 해 결국 살인죄로 기소, 항소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장 검사는 “해당 사건의 경우 검찰의 수사지휘와 초기 수사관여 및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법적으로 제한된 구속기간 내 피의자에 대해 살인죄 혐의 입증과 처벌이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라며 “수사지휘가 폐지된 지금의 사법시스템 하에서나 앞으로 보완수사가 없어지게 된다면 더욱 어려워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지휘나 수사 관여가 인권침해 등 폐해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장 검사는 “오히려 검찰의 지휘와 보완수사 기능이 없었다면 위 피의자의 범행에 대한 철저한 혐의 입증과 공소 유지가 어려워 피해자나 그 유족들의 억울함을 제대로 풀어주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건관계인들이 검찰에 보완수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례는 수도 없이 보았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한다고 해서 이에 항의하거나 반대하는 사건관계인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왜 검찰의 수사지휘를 폐지한 것인지 지금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지금은 경찰 수사 초기에 아무리 중대한 범죄가 있어도 수사지휘나 수사관여가 사실상 어려워졌고, 만약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마저 차단한다면 국민들이 받을 피해와 인권 침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 자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경찰 송치사건 중 중대한 구속사건의 수사는 법적 구속기간이 짧아 초기부터 검찰이 지휘 내지 관여하는 것을 차단해버리면 증거 채증의 어려움과 복잡한 법리 검토가 소홀히 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 검사는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위와 같이 1차적 수사권을 가진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가 검찰의 주된 역할이고 이를 위해 검찰의 수사지휘와 보완수사가 꼭 필요한 것인데, 위 요소가 국민들에게 어떤 피해가 있다는 것인지, 왜 국민들에게 훨씬 큰 인권 보호와 사법적 이익을 주는 수사지휘를 폐지했는지, 더 나아가 공소청법을 새로 만들어 보완수사 기능까지 폐지하려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진정으로 국민들의 인권보호와 사법정의를 위한다면 수사지휘의 복원과 보완수사 기능 유지가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입법은 매우 신중하고 오랜 연구 등을 거쳐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어 한번 없어진 수사지휘는 결코 회복되지 않겠다고 낙심했는데, 중수청법이니 공소청법 등을 순식간에 뚝딱 만드는 것을 보니 국민들의 인권보호에 꼭 필요한 수사지휘 회복을 위한 법안은 더 순식간에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본다”고 자조 섞인 바람을 드러냈다.


장 검사는 이어 검찰 직접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처럼 경찰 송치사건은 경찰이 1차적 수사권을 가지고 검찰은 이에 대한 보완수사나 경찰 영장신청에 대한 심사 등으로 사법통제를 하면서 수사, 기소, 공소유지가 분리돼도 업무에 큰 지장이 없으며 오히려 효율적이기까지 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개정법으로도 검찰의 수사개시 등 직접수사 분야로 남겨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소위 중대 범죄들은 어떨까”라며 “대기업 회계부정 등 전문적인 분야나, 중대한 대형 참사 피해 등으로 법률전문가의 신속 대응이 필요한 사건들에 있어서 수사, 기소, 공소유지를 분리하는 것이 과연 사법정의에 부합하고 사법 절차상 효율성이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장 검사는 “우선 이런 사건들은 전문성이 필요하고, 수사기록만도 수천, 수만 페이지에 이른다. 1톤 트럭 몇 대 분량이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며 “솔직히 법대를 졸업하고 별다른 전문 지식이 없는 저로서는 위와 같은 중대범죄 수사를 맡겨도 제대로 잘 해낼 자신이 없다. 전문금융 분야 등 전문 용어를 익히는 데만도 수개월이 걸릴 것 같은데, 언제 수사에 들어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러나 금융범죄를 예를 들면 검사들 중에 회계사 자격이 있거나 관련 전공을 이수해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있고, 그 분들 중 상당수의 검사들이 관련 수사 분야를 담당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전문 검사들이 주가 돼 수사한 수만 페이지의 사건들을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수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기소검사가 넘겨받아 사건 내용을 파악하는 데만도 수개월이 걸릴 수 있고, 이를 또다시 다른 공판검사가 넘겨받아 기록 검토하는데 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월호 관련 사건이나 중대재해 사건, 대기업 금융비리 등 중대범죄 수사에서 수사, 기소, 공소유지 분리가 됐다면 과연 제대로 된 사법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며, 그 분리로 인해 그야말로 어떠한 사법정의나 사법 절차의 효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장 검사는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중대범죄 수사에서 유기적인 대응 부족과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인해 범죄 대응에 미흡하다는 반성에서 수사, 기소, 공소유지 등을 긴밀히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변화돼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같은 취지에서 지금 시행 중인 형사사법절차 관련 개정법에서 위 중대범죄 수사 분야에 대해서는 준사법기관이자 전문성을 갖춘 검찰에 직접수사권을 그대로 부여해 수사, 기소, 공소유지가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장 검사는 여권의 중수청 설치 추진에 반대하며 전날 사퇴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안타까움도 그러냈다.


그는 “검찰개혁의 시발점이자 핵심 쟁점이었던 정치적 중립과 독립 문제는 어느 순간 종적을 감췄고, 현 총장님이 과도하다고 비춰질 정도로 제대로 된 정치적 독립과 중립 의지를 보여주신 결과 격려나 포상은커녕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청 폐지, 중수청 설치라는 어처구니없는 법안까지 발의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글의 말미 장 검사는 ‘어느 분들에게 드리는 하소연’이라며 “뇌종양(정치적 중립 내지 독립 문제) 판정해서 뇌종양 수술해주겠다고 했으면 그 수술을 해줘야지 제발 엉뚱한 팔, 다리 수술(일반 형사부 검사들의 수사지휘 폐지와 보완수사 기능 폐지 시도 등)은 그만 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뇌종양 판정으로 수술대 위에 눕혀놓고 계속 팔, 다리 이야기만 해대니 본인이나 주변사람들도 뇌종양으로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정말 팔, 다리가 문제인 것으로 세뇌당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검찰 역시 국민과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관의 한 일부인데, 부디 문제의 뇌종양을 제거하고, 잘못 수술한 팔, 다리를 정상으로 되돌려 정상적인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방안과 수사지휘 복원을 통한 실질적 사법통제 방안을 마련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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