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눈삼은 닥치고 눈팅 삼개월의 준말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게시판의 분위기를 못 읽고 눈치 없이 행동하는 유입 회원에게 텃세를 부릴 때 쓰인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귀먹어서 삼 년이요 눈 어두워 삼 년이요, 말 못 해서 삼 년이요 석 삼 년을 살고 나니, 배꽃 같던 요 내 얼굴 호박꽃이 다 되었네. 백옥 같던 요 내 손길 오리발이 다 되었네. 열새 무명 반물치마 눈물 씻기 다 젖었네.” 구전 민요 ‘시집살이’의 가사 속엔 수난으로 점철된 한 여인의 회한이 잘 녹아있다. 그렇다고 친정에서 일러준 대로 귀와 눈, 입을 닫고 살았다고 해서 현모양처요, 효부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었다. 역시 구전설화인 한 며느리 이야기에선 부모 말씀만 철석같이 믿고 못 들은 체, 못 본체, 입을 닫고 산 며느리를 시집에서 처음엔 가엾게 여기다 차츰 ‘우리 며느리가 바보 천치가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고, 종당에는 병신 며느리와 사는 것은 집안 망신이라며 친정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부모 말만 따랐을 뿐인데 시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서러웠던 며느리는 친정으로 가는 가마 안에서 쉼 없이 울었다. 그때 그를 데리고 친정으로 향하던 시아버지 발소리에 놀란 꿩이 숲속에서 날아오르자 이내 며느리가 “아버님, 저기 산에서 꿩이 날아갑니다”라고 말했다. 시아버지는 반색하며 그길로 가마를 돌려 며느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전한다. 며느리가 꿩을 보았으니 장님이 아니고, 그 소리를 들었으니 귀머거리가 아니며, 말문이 트였으니 벙어리가 아님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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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눈삼은 닥치고 눈팅 삼개월의 준말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게시판의 분위기를 못 읽고 눈치 없이 행동하는 유입 회원에게 텃세를 부릴 때 쓰인다. 학교나 회사, 군대 등 기관에서 임시소집, 수습, 훈련소 생활을 통해 조직 내 분위기 또는 불문율을 파악하고, 적응하는 시간을 거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스스로 나갈 기회를 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닥눈삼의 삼개월은 시집살이 3년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된다. 지독했던 3년의 시한부는 시집으로 대변되는 한 집단의 특성과 분위기, 그리고 불문율을 스스로 파악하고 적응하라는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미국과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단어가 사용되는 것을 보면 적응을 계도하는 문화는 세계 공통의 정서로 보인다.
용례
B: 원래 그래. 유입들이 분위기 흐리고 나대니까 일정 기간을 묶어 놓은 거지.
A: 더럽고 치사해서 안 해야지 싶다가도, 사진이나 자료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B: 잃는 게 있어야 얻을 수도 있는 거야. 먼저 와서 판 깔고 다 만들어놓은 사람들 입장에선 왜 그러는지 이해 되기도 하고.
A: 완전 닥눈삼이네. 일단 눈팅하면서 분위기 파악이나 하고 있어야겠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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