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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권의 윤석열·정경심 판결 불복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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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권의 윤석열·정경심 판결 불복 우려된다 최석진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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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킨 법원 결정에 대한 여권의 비판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재판부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본안소송에 가까운 집중심리를 통해 구체적 징계사유들까지 살핀 뒤 ‘절차가 위법해 무효’라고 결정했는데도, 여권 인사들은 ‘사법의 과잉지배’(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니, ‘생경한 선민의식과 익숙한 기득권의 냄새’(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니, ‘사법쿠데타’(김두관 민주당 의원)니 하는 원색적 표현들을 사용해 법원의 결정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법원이 도구를 쥐어주고 심부름을 시켰는데…”라는 임 전 실장의 발언이나 “입법을 통해 법원이 국민에게 충성하도록 만들겠다”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발언, “행정법원의 일개 판사가…”라는 친정부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의 발언에는 헌법상 삼권분립의 의미와 사법부의 역할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대통령제를 선택한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직접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 가장 큰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권력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법원의 재판까지 대통령의 의중을 살펴 대통령의 의사를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헌법 제1조가 천명했듯이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역시 국민의 직접투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입법부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사법부 등 3개의 권력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


사법부의 이 같은 권한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됐다는 민주적 정당성의 근거는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임명할 때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한 헌법 제104조에서 찾을 수 있다. 나아가 우리 헌법은 제103조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함과 동시에 제106조에서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않도록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국가의 최고 상위법인 헌법에서 이처럼 법관의 독립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은 그만큼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법관은 운동경기에서의 심판에 비유할 수 있다. 심판은 경기규칙에 따라 경기 중 반칙이나 득점 여부를 판단하며 경기가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는다. 가령 축구나 배구경기를 예로 들면 최근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Video Assistant Referee)이 도입돼 오심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지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 횟수에 제한이 있는 만큼 여전히 오심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처럼 심판의 오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심판의 판정에 일단 승복하겠다는 약속이 없다면 어떤 종목의 경기도 정상적인 진행은 불가능하다.


한편 민주공화국에서 국가의 질서를 정하는 기본 틀은 헌법과 법률이지 대통령의 뜻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 해석을 통해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에 제동을 거는 것, 그것이 헌법재판소와 법원에게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사명이다.


그런데 지금 여권의 행태는 이런 국가시스템의 근본을 망각한 듯한 모습으로 비친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며 탄생한 정부에서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를 어떻게 법원이 뒤집을 수 있느냐?’는 초법적인 발언이 나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건 ‘어떻게 징계를 했기에 법원이 두 번이나 제동을 걸었을까?’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다.


다시 윤 총장 사례로 돌아가 보자.


윤 총장은 보수 정부 시절 정권에 부담이 되는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축소 수사를 지시하는 외압에 맞서다가 당시 정권에 찍혀 한직을 전전하다 검찰을 떠났던 인물이다.


이후 그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발탁돼 맹활약하며 이번 정부의 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 그를 높이 평가한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중책을 맡겼고, 윤 총장은 ‘사법농단’ 수사를 통해 ‘적폐청산’ 작업을 이어갔다.


당시 문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의 누구도 윤 총장의 수사가 과하다거나, 정치성을 띤 수사라고 비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검찰총장 임명을 앞두고 인사청문회에 나왔을 때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중요 징계 사유로 삼은 가족 관련, 측근 관련 여러 의혹들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깨끗이 클리어가 된 의혹이다”, “총장 후보자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건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가 기억하듯이 그런 윤 총장에 대해 여권이 180도 태도를 바꾼 계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였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정말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정도로 여러 범죄 정황들이 드러났지만, 여권은 ‘먼지털이식’ 수사라고 몰아붙이며 조 전 장관을 감싸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표창장 위조 등 11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정 교수의 유죄가 인정된 혐의 중에는 재판부가 조 전 장관의 공모관계를 인정한 혐의도 포함돼 있다.


여권에서는 정 교수에 대한 판결을 놓고도 ‘수사의 계기가 된 사모펀드 관련 혐의 중에는 무죄가 난 것도 있다’는 식으로 여전히 조 전 장관 부부를 감싸고 있다. 15개 혐의 중 11개가 유죄가 났고, 무죄가 난 혐의 중 증거인멸은 김경록 PB에게 하드디스크 교체·은닉을 지시해 공모한 사실은 인정되나 정 교수 본인의 범죄와 관련된 증거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상처를 준 건 대학교수 신분인 조 전 장관 부부가 표창장을 위조해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에 사용한 혐의다. 재판부는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전원 진학을 위해 제출한 스펙(경력) 대부분을 허위로 판단하며 이들 허위 서류가 없었다면 의전원에 합격하지 못했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한 혐의 역시 처벌이 무거운 중범죄다.


결국, 1년여가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조 전 장관의 해명은 거짓이었고 윤 총장의 수사 착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어느 정도 증명된 셈이다.


그토록 혐의를 부인하며 “법정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공언했던 조 전 장관은 정작 재판이 시작되자 본인의 재판은 물론, 부인 정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서도 진술을 거부했다. 정말 억울한 점이 있고, 누명을 벗을 만한 증거가 있었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법정에서 검찰의 논리를 반박하고 나섰을 텐데,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가 무리수였다는 점 역시 법원의 결정으로 일단 확인이 됐다.


추 장관은 한달 전 긴급 브리핑을 자청해 전국에 방송으로 브리핑 장면이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윤 총장에게)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의 두 번째 징계사유로 판사에 대한 불법사찰을 든 것인데, 그 전까지 한 번도 공개된 바 없는 징계사유였고, 불법사찰이라는 표현 자체가 갖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하지만 윤 총장 측의 문건 공개로 문건에 포함된 내용 대부분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밝혀지면서 과연 ‘불법사찰’로 단정 지을 수 있는 문건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게 했다.


결국 추 장관이 주도한 징계위원회조차 ‘불법사찰’이라는 표현을 징계의결서에 담지 못하고 ‘주요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으로 표현을 바꿨고, 재판부 역시 판사에 대한 불법적인 사찰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측면에서 ‘부적절’하다고 밝혔지만 추 장관이 주장하는 목적으로 문건이 작성됐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추 장관 편에 서서 윤 총장의 징계를 주도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히든카드’가 불발된 셈이다.


앞서 징계위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징계사유로 든 8개 사유 중 4가지를 인정, 정직을 의결했다. 그 중 하나가 ‘재판부 분석 문건’이고 나머지가 ▲채널A 사건 감찰방해 ▲채널A 사건 수사방해 ▲국감장에서의 부적절한 발언 등 위신손상이다.


재판부는 이중 위신손상은 징계사유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고, 채널A 사건 수사방해는 소명이 안됐다고 판단했다. 채널A 사건 감찰방해에 대해 본안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채널A 사건은 추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장담했던 것과 달리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기소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언유착의) 증거가 이미 충분히 확보됐다”고 했던 당시 수사책임자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발언이 과연 사실이었다면 왜 여태껏 기소를 못하는지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추 장관의 지시로 윤 총장이 자신의 장모나 부인, 측근의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드러난 건 아무것도 없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려면 최소한 이들 중 한두가지라도 실체가 드러나기를 기다렸다 청구하는 게 맞았다.


‘판사를 불법사찰했다’, ‘채널A 사건의 수사와 감찰을 방해했다’, ‘국감장에서 정치적 중립의무에 위반되는 발언을 했다’. 어느 하나 명백하게 밝혀진 게 없는 상태에서 의혹에 기초한 사유나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는 사유로 징계를 청구하다보니 검사들도, 국민들도, 감찰위원들도, 법관도 설득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번 법원의 결정은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효력을 취소소송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까지 정지시키는 결정이지, 징계 처분 자체를 취소하라는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추 장관이 징계 사유로 든 각각의 사유와 징계위 과정의 절차상 하자에 대해 꼼꼼하게 심리한 뒤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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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은 낮지만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항고절차를 통해 결과가 뒤집힐지, 혹은 본안인 취소소송에서 징계 처분을 취소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올지는 차후 문제고 법정에서 다퉈질 문제다. 하지만 사법부의 판단이 내 기대와 다르다고 공개적으로 판사를 인신공격하고 사법부를 적폐로 몰아가는 것, 그것은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라는 점에 대한 부인이고, 헌법에 대한 부인이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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