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블랙스톤 이어 월가 상징 골드만삭스도 플로리다행 검토
세제혜택·저렴한 물가로 러브콜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근무 확산 영향도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미국 남부 플로리다가 뉴욕 월가를 대체하는 새로운 금융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 블랙스톤이 본사를 플로리다로 옮긴데 이어 월가의 상징과도 같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까지 플로리다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주요 사업부 중 하나를 플로리다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골드만삭스 경영진이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한 남부 플로리다를 염두에 두고 현지 공무원들과 세제혜택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마이애미 인근 포트로더데일이나 팜비치카운티도 둘러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에 앞서 사모펀드운용사인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세계4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도 뉴욕 맨해튼에서 플로리다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칼 아이칸, 폴 튜더 존스, 데이비드 테퍼 등도 사무실을 플로리다로 옮겼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금융사들과 억만장자 투자자들이 잇달아 플로리다에 안착하는 것은 비용절감을 위해서다. 뉴욕주 세율이 높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용절감이 각 기업의 핵심 과제가 되면서 과감히 월가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도 사업부 이전과 관련해 "뉴욕지역 밖으로 이전하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로 임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용 가운데 가장 민감한 부분은 세금이다. 뉴욕주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8.82%로,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미국에서 두번째로 높다. 여기에 뉴욕시 거주자는 소득에 대해 최고세율 3.8%를 별도로 부과받는데 이를 합하면 총 소득의 약 13%를 지방세로 납부해야하는 셈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은 월가 금융회사들 이전의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뉴욕주가 재정위기에 처하면서 부유세를 공론화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뉴욕시의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뉴욕의 개인소득세 수입은 20억달러(약 2조 34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재정위기에 처하자 뉴욕주의회의 민주당 의원들은 뉴욕에 거주하는 120명의 억만장자를 콕집어 부유세를 신설하자는 방안을 제기했다. 이는 소득 뿐 아니라 보유재산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자는 얘기다. 뉴욕주에서 부유세를 신설하면 연간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의 추가세수 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반면 플로리다주는 개인소득세나 자본이득세가 전혀 없다. 플로리다주정부 역시 재정위기를 맞았지만 오히려 부유층과 기업들에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세금을 피해 자택을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옮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에서 형편없는 대접을 받았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플로리다 최대 인구밀집지역인 마이애미 데이드카운티는 투자회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결의한 바 있다. 마이애미시는 사무실을 이전하거나 최소 10명의 고소득 근로자를 고용하는 회사에 최대 5만달러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원격ㆍ재택근무가 확산된 점도 탈 뉴욕행을 가속화시켰다. 근무방식의 변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물가가 비싼 뉴욕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온화한 기후를 지닌 플로리다가 매력적인 곳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물가도시생활비 비교 사이트인 넘베오에 따르면 미국내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는 뉴욕이며, 마이애미는 12위에 올랐다.
지금 뜨는 뉴스
월가 기업들의 이동으로 맨해튼은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는 "9ㆍ11 이후 빈 사무실이 가장 많아졌다"면서 "이런 현상은 세계 금융중심지로서의 뉴욕의 위상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