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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실종사건'…한은, 5만원권 경로 파악해보니 (종합)

수정 2020.11.30 10:53입력 2020.11.30 10:53

1~10월 5만원권 환수율 25.4%…2009년 발행 후 최저

숙박·음식·여가업종 통한 5만원권 유통 급감
불확실성 커지며 현금 확보 수요도 증가

'신사임당 실종사건'…한은, 5만원권 경로 파악해보니 (종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 지난달 추석 연휴를 전후로 시중은행에선 5만원권 '품귀현상'이 나타났다. 현금자동화기기(ATM)에는 '가급적 1만원권으로 인출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신권을 찾으려 했던 고객들은 여러 은행을 돌며 5만원권을 인출하거나, 1만원권으로 자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인근 지점에 5만원권을 빌리러 다녀왔다. 해당 지점의 VIP급 고객이라 5만원 인출을 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지점에 더 이상 5만원권이 남아있지 않아서다. 일부 은행 지점에선 1인당 인출할 수 있는 5만원권 장수 한도를 정해두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돈인 '5만원권'이 자꾸만 사라지고 있다. 5만원권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발행만 하면 다시 돌아오진 않고 있다. 올해 5만원권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 비율)은 5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10월 5만원권 환수율은 25.4%로 지난 2009년 6월 5만원권이 최초 발행된 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21조9000억원이 발행됐지만, 한은으로 돌아온 5만원권은 5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위기 때 현금 수요가 느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엔 환수율 감소 폭이 특히 컸다. 과거엔 고액권 발행ㆍ환수액이 모두 줄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엔 발행액은 늘면서도 환수액이 급감한 것이 특징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고액권인 만원권 환수율은 107.1%로 전년대비 6.5%포인트 올랐고, 2008년 금융위기엔 95.1%로 전년대비 0.8%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한은은 분석 결과 ▲접촉 상거래 급감 ▲불확실성 대비 현금 수요를 대표적 이유로 꼽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 특성상 자영업 비중이 높은 음식ㆍ숙박ㆍ여가 서비스업 등 대면 상거래 활동이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한은이 5만원권 유통경로를 추정한 결과 음식ㆍ숙박업의 매출액 중 현금취득비중은 18.6%로 제조업(2.2%), 건설업(0.9%) 등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신용카드 결제가 늘긴 했지만, 여전히 음식ㆍ숙박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현금을 벌어들이는 비중이 큰데 이 부분이 타격을 입었다는 얘기다. 면세점ㆍ카지노 등 관광지 인접점포, 환전영업자 거래 영업점ㆍATM의 5만원권 입금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해당업종 종사자들이 현금을 쓰는 비중(음식숙박업 11%, 여가서비스업 7.8%)은 매출액 비중보다 낮았다. 결국 자영업자를 통해 벌어들이는 5만원권도 급감했고, 그마저도 자영업자들은 은행에 저축하거나 보관했다는 뜻이 된다.

'신사임당 실종사건'…한은, 5만원권 경로 파악해보니 (종합)


불확실성에 대비해 예비용 수요가 늘어난 것도 5만원권 환수율이 급락한 원인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전후로 금융기관을 통한 5만원권 발행액이 평소 빈번하던 상위 3개 은행에선 8.8% 감소한 반면, 다른 시중은행 발행액은 25% 늘었다고 밝혔다. 농촌ㆍ지방 산업단지 등에서 거래 용도로 쓰던 5만원권 수요는 줄고, 일단 현금을 갖고 있으려는 예비적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옥지훈 한은 발권국 발권기획팀 과장은 "경제에 부정적 충격이 가해지며 5만원권 환수율이 낮아진 것으로,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환수율도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본다"며 "2021년 조폐공사 발주량을 2020년에 비해 많이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고액권 환수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1~10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선 100유로 이상 고액권 환수율이 76.7%로 지난해 같은기간(96.0%)대비 하락했다. 문제는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의 5만원권 환수율이 더욱 낮다는 점인데, 한은은 5만원권이 아직 '성장기'에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한은은 사라진 5만원권이 지하경제로 유입됐을 가능성은 적다고 파악했다. 옥 과장은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경제 충격이 크게 작용한 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경제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당분간 늘어날 5만원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돈을 더 찍어내고, 수급불안이 없도록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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