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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딸깍발이]욕망의 장벽 쌓고 스스로 갇힌 人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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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프라이 '장벽의 문명사'…유·무형 장벽이 낳은 흥망성괴 역사
시황제 탐욕과 집착 스민 만리장성 & 트럼프 승리 이끈 멕시코 국경장벽
오늘날도 여전히 세계 곳곳서 건설…그 안팎에서 바뀔 인류의 미래 고찰

[남산 딸깍발이]욕망의 장벽 쌓고 스스로 갇힌 人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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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황제(BC 259~BC 210)는 만리장성으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오랑캐 용병을 고용하고 전국시대 장벽들이 있던 곳보다 조금 더 북쪽으로 원정에 나섰다. 중국인들이 한 번도 탐내본 적 없는 불모지였으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한 경계로서 의미가 있었다. 시황제는 군사력이 강한 적을 생산성으로 제압하려 했다. 병사보다 많은 노동자 투입으로 요새화한 접경을 확립했다.


합리적인 판단이었을까. 고대의 이야기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시황제는 자기 제국이 북방 오랑캐에게 무너진다는 예언에 만리장성 건설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는 점술가의 예언을 잘못 이해했다. 점술가가 실제로 언급한 것은 그의 아들 호해(胡亥)였다. 이름에 등장하는 '호'자가 오랑캐를 의미하는 글자와 같았다.


만리장성은 부조리한 변덕에서 비롯된 산물일 수도 있다. 시황제에게는 토목 사업에 돈을 아끼지 않은 네부카드네자르 2세(BC 605~BC 562)처럼 공상 같은 야심이 있었다. 자기가 물리친 군대의 무기를 녹여 종과 조각상으로 만들고, 궁궐 밖에 패배한 왕들의 궁궐을 복제해 지었다. 그는 불멸에 집착했다. 도읍 근처에 270곳의 궁궐을 건설하고 성벽에 둘러싸인 통로를 연결해 암살에 대비했다. 합리적이든 아니든 만리장성도 제국의 불멸성에 집착한 결과물이었다.


거대한 장벽은 흉노족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시황제 이후의 황제들은 오랑캐를 돈으로 매수했다. 접경 안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때만 되면 비단과 술, 곡식 등으로 그들을 달랬다. 그러면서도 황제 지배의 신화를 유지하고자 '화친정책'이라 명명했다. 시황제 이후의 황제들은 회유를 완전히 포기한 적이 없었다. 중국의 비단 직공, 농부, 재단사, 금세 공인은 계속 혹사당할 수밖에 없었다.


[남산 딸깍발이]욕망의 장벽 쌓고 스스로 갇힌 人類 (사진=베이징관광국 홈페이지/http://visitbeijing.or.kr)


사람들은 오랑캐가 계속 걸어오는 싸움에 응하기보다 일하기를 원했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더라도 접경 장벽을 강화하길 바랐다. 그렇게 세계는 차츰 장벽 안에서 사는 사람과 장벽 밖에서 자유롭게 유랑하는 두 진영으로 갈라졌다. 장벽 건설자와 야만족은 절대 화해할 수 없었다.


미국 이스턴코네티컷 주립대학의 데이비드 프라이 교수가 쓴 '장벽의 문명사'는 두 진영이 혁명의 양면을 상징한다고 역설한다. 과거 사례들을 살피며 오늘날 건설되는 유ㆍ무형의 장벽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찰한다. 대표적인 예로 만리장성과 미국ㆍ멕시코 국경 장벽을 언급한다.


만리장성은 시황제만의 작품이 아니다. 그는 이미 존재했던 장성들을 연결했을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운 국경 장벽도 다르지 않다. 그가 집권하기 전 국경 곳곳에 이미 장벽이 있었다. 실제로 트럼프가 신설한 구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 기존 장벽을 보수하고 대체하는 데 집중됐다.


사실 트럼프는 장벽에 큰 관심이 없었다. 2015년 1월 아이오와주에서 군중의 열광적 반응을 목격한 뒤 비로소 이 문제에 매달렸다. 이후 트럼프는 준비한 연설문에서 장벽에 대한 언급을 삭제했다. 지지자들은 쟁점이 묻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장벽을 세우라고 외치며 트럼프가 반응할 때까지 연설을 방해했다. 그렇게 장벽은 대선 후보 트럼프의 손에서 벗어났다. 이전 행정부가 피하려 애썼던 모든 비판은 트럼프에게 고스란히 쏠렸다.


[남산 딸깍발이]욕망의 장벽 쌓고 스스로 갇힌 人類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역사 서적은 으레 과거와 현재를 함께 살피며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낸다. '장벽의 문명사'에서는 스스로 쌓은 벽 안에 갇힌 사람들이다. 장벽 너머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장벽 주변을 감시하기 위해 고용한 전사들뿐이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장벽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악명을 떨칠 때가 아니면 거의 무명의 존재다. 저자는 이렇게 설파한다.


"장벽의 탄생으로 인간 사회는 저마다 다른 길로 향했다. 자아도취의 시로 향하는 길을 택한 사회가 있었는가 하면 과묵한 군사주의로 향하는 길을 택한 사회도 있었다. 첫 번째 길은 훨씬 더 많은 다른 길(과학ㆍ수학ㆍ연극ㆍ미술)로 이어졌다. 반면 나머지 길은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을 죽음이라는 목적지로 이끌었을 뿐이다. 그 길에서 남성은 오직 전사여야 했고, 모든 노동은 여성에게 전가되었다."


오늘날 세워지는 장벽은 우리를 어떤 길로 인도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말은 자취를 감춘 듯하다. 지난 4000년 역사에서도 장벽을 건설한 이들과 그들을 공격한 이들 사이의 충돌로 어느 국가는 살아남고 어느 국가는 사라졌다. 어떤 지역은 경제적 지배력을 얻고 어떤 지역은 황량함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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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1694~1778)는 만리장성에 대해 '두려움을 일으키는 기념물'이라고 표현했다. 장벽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설사 우리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저자는 스스로 묻고 답한다. "장벽을 건설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우리가 장벽을 건설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항상 그랬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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