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 1만7000명 앓는 질환
햇빛 노출된 신체 부위 가렵거나 발진 증상
콜 전 獨 총리 부인도 고통 겪어
지난 2001년 극단적 선택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코미디언 박지선(36)의 갑작스러운 비보로 충격을 안긴 가운데, 박지선이 평소 '햇빛 알레르기' 질환을 앓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박지선은 앞서 인터뷰 등에서 해당 질환으로 인해 화장이나 분장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야외 활동도 힘들었다며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햇빛 알레르기는 태양광선에 노출된 뒤 피부에 발진 증상이 나타나거나 가려움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햇빛 노출 후 피부에 물집이 생기는 '다형태광발진', 뺨·콧등·목·손등 등이 빨갛게 부풀어오르는 '우두모양물집증', 햇빛에 노출된 신체 부위가 가려워지는 '만성광선피부염' 등이 있다.
이 질환의 원인은 현재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항생제나 진통제 성분, 향수, 소독약, 자외선 차단제 등에 함유된 화학물질, 원래 있었던 피부염 등이 악화돼 생길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약 1만7000명이 넘는 피부 알레르기 질환 환자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햇빛 알레르기 환자는 1만7280명으로, 지난 2015년 2만704명을 기록한 뒤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다.
질환이 심각할 경우 스테로이드성 연고, 항히스타민제 등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또 몸에 특수 램프를 주 1~3회 비추는 광선요법 치료를 하기도 한다.
특히 병세가 심할 경우 햇빛 알레르기는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부인인 하넬로레 콜 여사도 햇빛 알레르기로 고통을 겪다가, 지난 2001년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당시 콜 전 총리 사무실 측은 현지 언론에 "하넬로레 여사는 신병을 치료할 희망이 없는 것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넬로레 여사는 1993년부터 해당 질환을 앓아 집안에서 요양해 왔으며, 병세가 심해지면서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지선 또한 앞서 지난 2012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햇빛 알레르기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화장을 하지 않은 '민낯'으로 방송·행사 등에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피부 때문이다. 고2 겨울방학 때 피부과에서 여드름 진단을 받았고, 공부할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아 피부를 단기간에 여러번 벗겨내는 시술을 했다"며 "그때 피부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아프고 붓고 진물이 나서 휴학을 해야 할 지경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기 좋은 곳에서 쉬니까 외관상으로는 (피부가) 좋아졌지만 그때 이후론 스킨로션도 못 바른다. 한번 발랐다가 피부가 완전히 뒤집어지기 때문"이라며 "보호막이 없는 피부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 "개그맨 되면서는 (질환을) 계속 숨기고 살 수가 없었다. 분장을 안 하면 게으르고 나태한 애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며 "다른 직업이면 벽에 안 부딪히고 살았을 텐데, 분장이 필요한 분야에 뛰어든 것을 보면 제가 특이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지선은 최근 피부 질환 증세가 악화하면서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선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외상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날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 성격 메모에는 박지선이 앓던 질환과 관련된 내용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족 의사를 존중해 박지선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이날 서울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5일 오전 7시, 장지는 벽제승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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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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