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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딸깍발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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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바뀐다 / 크리스티안 펠버 지음 / 이영환 옮김 / 앵글북스 / 1만85000원

[남산 딸깍발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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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직원 수 13만7000명인 애플의 기업가치는 지난 8월 2조달러(약 2267조원)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조6422억달러는 물론 이탈리아(2조12억달러), 캐나다(1조7364억달러), 호주(1조3927억달러)도 앞질렀다. GDP가 애플의 시가총액보다 많은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인도, 중국에 불과하다. 현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극도의 효율과 이익 추구라는 목표를 지나치게 잘 달성한 결과다.


반면 자본소득과 근로소득의 불균형은 급격히 커졌다. 자본과 기술로 증폭된 생산성이 만들어낸 부가가치는 자본을 가진 이들에게 돌아갔다. 노동의 가치 상승은 없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이자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마저 "자본주의는 불평등한 결과를 낳았다"며 "이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할 정도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신진 경제학자 크리스티안 펠버가 저서 '모든 것이 변한다'에서 새 경제체제를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틀렸다'…자유시장부터 모순

펠버는 '경제'에 대한 인식부터 바로잡자고 강조하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오이코노미아'와 '크레마티스티케'라는 두 경제 개념을 인용해 설명했다. 오이코노미아는 돈이 목표 아닌 수단, 경쟁 아닌 협력 중심으로 모두의 복지를 증진시키고 존엄을 지킨다는 개념이다. 크레마티스티케는 '돈 불리기' 자체가 목적인 경제 형태다.


저자는 현 경제학이 "효율적인 자본 이용과 증식에만 집착한다"며 "이는 더 이상 경제학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벨경제학상도 부정했다. "알프레드 노벨이 자연과학적 학문의 성과를 기리기 위해 재단을 세웠고 사회과학인 경제학을 위한 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수여하기 시작한 노벨경제학상은 노벨의 유언과 유산에 반하는 찬탈과 잘못된 명칭이 뒤섞인 결과다."


더 나아가 저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 '자유시장'이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모든 사람이 이득만 추구한다면 더 이상 타인을 동등히 대우하지 않고 수단으로 여기며 결국 모두의 자유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이윤 극대화와 경쟁에 기초를 둔 시장경제는 '자유'경제라고 불릴 수 없는 본질적인 모순이다."


저자는 경제학자들에게도 일침을 가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대부분의 경우 경쟁은 우리가 아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발언을 전면 부정한다. 저자는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중 누구도 하이에크의 주장을 실증적 연구로 입증해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대다수 경제학자가 믿는 단순한 주장에 불과하며, 지난 200년간 지배적 경제 모델인 자본주의와 자유기업은 이런 '믿음'에 근거했다"고 비판했다.


기본소득부터 상속권 제한까지…'공동선 경제'

펠버는 오이코노미아에 집중하며 이를 '공동선 경제'라고 부른다. 이윤 증가가 아니라 공동의 복지 증진이 경제활동의 목표라는 주장이다. 정당성은 각국의 헌법에서 찾았다.


저자는 "독일 바이에른주 헌법에는 '모든 경제활동은 공동의 복지에 기여해야 한다'고 적혀 있고 독일 기본법에도 '재산의 사용은 일반 대중의 복지에 기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탈리아 헌법에도 '공적ㆍ사적 경제활동은 공동선을 지향해야 한다'라고 돼 있고 미국 헌법 전문에도 '일반 복지의 증진'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국가 헌법에 '공동선 증진'이 경제활동의 목표라는 합의가 담겼다는 것이다.


'공동선 경제'의 정당성을 찾은 저자는 세부적인 체계도 설계했다. 기업의 성과를 재무 대차대조표 대신 새로운 '공동선 대차대조표'로 측정한다. 일자리 창출, 공정한 수익 분배, 환경보호 등이 평가지표다.


소득 재분배에 대한 강한 집착도 엿보인다. 민주적 합의 아래 정한 최고액까지만 상속받을 수 있으며 초과 자산은 기금에 귀속시켜 다음 세대 구성원에게 '민주적 지참금'으로 나눠준다.


기업 경영권 승계에도 유사한 방식이 적용된다. 임금 상한선은 최저 임금의 10배 수준으로 제한한다. 공적 성격의 '민주중앙은행'을 만들어 기업의 '공동선 경제' 성과에 따라 무이자 대출이 제공된다. 자본으로 수익을 내는 각종 파생상품은 원천 금지한다. 범국가적 합의가 필요한 일들은 물론 개별 국가의 중요 사안도 '총회'를 통해 토론으로 결정한다.


현실성 부족하지만…성찰 자체가 큰 의미

저자가 제시한 공동선 경제는 다소 과격하게 들린다. 역자인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펠버가 제시한 민주중앙은행과 같은 제도를 그대로 수용할 이유는 없다"며 "사유재산에 대한 제약과 상한선을 기꺼이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의성도 아쉽다. 이 책은 2010년 처음 출간됐다. 몇 차례 개정에도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문제, 정보를 거머쥔 거대 기술기업이 개인 취향까지 좌우하는 등의 최신 화두는 고려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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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주창한 '공동선 경제'는 어쩌면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일 수 있다. 협력, 내면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이 늘면 안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인간의 선의에 지나치게 기댄 편이다. 하지만 이런 거부감은 우리가 그동안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인식 틀에 고착돼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익과 공익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맹신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지 않을까.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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