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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의 석유패권전쟁] 기후 변화와 석유 소비의 공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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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석유 소비 줄어…그러나 생산과 고용은 타격
일상을 유지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시아경제신문은 격주로 금요일 자에 국제 석유 질서의 변화와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진단하는 '최지웅의 석유패권전쟁'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2008년 한국석유공사에 입사해 유럽ㆍ아프리카사업본부, 비축사업본부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런던 코번트리대의 석유ㆍ가스 MBA 과정을 밟았습니다. 지난해 석유의 현대사를 담은 베스트셀러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를 펴냈습니다.
[최지웅의 석유패권전쟁] 기후 변화와 석유 소비의 공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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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명에서는 일상의 모든 활동이 석유 또는 석탄에너지를 소비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은 물론이고, 집에서 TV를 보거나 마트에서 비누 하나를 사도 화석연료를 소비한다. 전기도 생필품도 그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가 소비되지 않는 것은 아마 맨몸 운동과 수면뿐일 것이다.


석유를 일상적으로 쓸 수 없게 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미국의 엔지니어 출신 언론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는 저서 '석유종말시계'를 통해 석유가 고갈돼 대중적으로 쓸 수 없는 사회를 그렸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170달러, 340달러를 거쳐 대중이 소비할 수 없는 수준인 배럴당 840달러까지 상승할 경우의 변화를 단계적으로 서술했다.


석유가 대중적 연료가 아닌 사회에서는 인구의 30% 미만이 승용차를 소유하고 대부분의 차는 전기차다. 세계적으로 고속열차와 전철이 크게 늘어나는데, 그것들이 석유가 아닌 전기를 쓰기 때문이다. 반면 비행기는 전기로 구동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일생에 단 한 번도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다. 차를 타고 가야 하던 교외의 월마트는 사라지고, 철도역 근처 상점들이 번성한다. 모든 상품이 귀해지고 플라스틱, 목재, 금속 등 모든 물질의 가격이 올라간다. 저자는 석유가 비싸질 경우를 대비해 항공사와 자동차 회사 주식을 팔고, 전기로 움직이는 철도 회사 주식을 사라고 권한다.


'석유종말시대' 예측, 코로나19 이후 일부 실현
석유 쓰면서 기후 변화 막는 방법 찾아야
신재생에너지는 대안 될 수 없어

이 책이 나온 2009년 이후, 미국에서 셰일혁명에 의해 원유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그의 석유 시대 종말 예측은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저자가 예측한 변화를 일부 현실화시키고 있다. 석유 고갈 때문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석유 사용이 감소하며 이동이 제한되고 생산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최근 항공 여행이 사라지면서 항공사 주식은 하락하고, 테슬라 등 전기차 관련 주식은 급등하는 모습도 그의 예측대로다.


이 책에서 그려진 모습처럼 소비와 이동이 줄어들어야 석유, 석탄의 소비도 줄어든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온실가스 감축 방법은 소비와 이동을 줄이는 것이다. 특별히 무엇을 선별해 줄일 필요도 없다. 모든 재화의 생산, 운송, 판매 과정에서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포기하면서 소비와 이동을 포기할 수 있을까? 소비가 줄어들어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것은 성장과 고용에 문제를 유발한다. 그렇다면 일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모두 산속으로 들어가 자연인이 되지 않는 이상 안 쓸 수는 없다. 다만 사용을 억제하고 대체하는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의 한 축은 태양광, 풍력 발전 등을 확대하는 '그린 뉴딜'이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을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기후변화 대책의 작은 일부다. 신재생에너지는 대부분 전기 생산을 위한 발전 용도에 한정해 사용된다는 점에서 수송용, 산업용 등 에너지 사용 전반의 대책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획기적 연비개선, 탄소세 부과는 단기적 대응

신재생에너지만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중요한 것이 에너지 효율 개선이다. 특히 지금의 내연기관은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연비를 개선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동 효율 개선의 여지가 많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자동차의 연비 효율 개선으로 일 900만배럴(전체 사용량의 약 9%)의 석유 소비 절감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전기차 확산으로 인한 소비 감소의 2배 수준이다. 그만큼 내연기관 효율성의 개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성의 개선, 즉 적은 양의 에너지로 동일한 생산성을 내는 기술의 개발은 우리의 일상을 지키면서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기후변화 대처 노력이다.


[최지웅의 석유패권전쟁] 기후 변화와 석유 소비의 공존 방법  ▲최지웅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저자,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근무


단기적으로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국의 정책이다. 기술의 진보는 오래 걸리지만 정책, 특히 세금의 효과는 즉각적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탄소세'다. 석유, 석탄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탄소세 부과는 중대하고 민감한 문제다. 유력한 미 대선 후보 조 바이든은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선언을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매우 다른 시각을 지니고 있다. 그가 당선된다면 훨씬 진보적인 환경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미 지난 7월 약 2조달러 규모의 저탄소에너지 정책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도 탄소세만큼은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경제적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탄소세를 부과하면 거의 모든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수많은 에너지 업체가 도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탄소세가 시행된다면 큰 충격이면서 동시에 에너지 전환의 커다란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대중의 의식과 습관
소비보다 절약, 성장보다 수축 받아들일 준비됐는지 생각해봐야

정책이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중의 의식과 습관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소비와 이동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소비보다 절약을 추구하면서 이로 인한 성장보다 수축, 증가보다는 감소를 미덕으로 여길 준비가 돼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나아가 '풍요가 행복인가?'라는 도발적이고 근원적 질문과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다. IEA 등 에너지 전문기관은 적어도 2040년까지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러한 전망을 뒤집으려면 과도하게 소비하는 사람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 보듯 하고, 무소유와 검약을 인격의 잣대로 판단하는 문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일상에서 이동 습관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다행히 이것은 소비를 줄이는 것보다 쉽게 현실화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그것을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마트의 시식 코너처럼 미래의 일상을 미리 보여줬다. 코로나19로 떠오른 비대면(언택트) 문화,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은 기후변화 이슈가 커질수록 더 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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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화석연료에 의해 산업화된 사회를 살며 도시화된 생활에 너무 익숙하다. 석탄, 석유, 가스는 오늘날 모든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낸 기반이었다. 따라서 석유를 무조건 멀리할 수는 없다. 그것은 또 다른 혼란과 희생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에너지로의 전환은 기술의 진보는 물론이고, 제도, 의식, 문화 등을 포괄하는 변화를 요구한다. 이것은 혼란과 분쟁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 그리고 이 또한 인류의 막대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세계는 석유를 사용하는 동안 두 차례 오일쇼크를 겪었다. 이러한 쇼크는 변화를 저해할 수 있다. 쇼크 자체가 각종 국제사회에 비용과 갈등, 그리고 혼란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석유를 적정 수준에서 소비하면서, 동시에 안정적으로 수급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한 이유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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