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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아니면 접어야할 판" 은행권, 새 모범규준에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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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라임사태 후폭풍…펀드·신탁 등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 의결

"예금 아니면 접어야할 판" 은행권, 새 모범규준에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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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박선미 기자, 김민영 기자] "지금도 고객이 사모든 공모든 펀드에 가입하려고 찾아오면 워낙 절차가 까다로워 적금을 권유하는 실정입니다. 비대면 채널로도 판매가 어려워 가입을 원하면 영업점에 와야 하는데 모범규준만 보면 판매를 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에요."(A은행 여신담당 임원)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 후폭풍이 결국 은행들의 영업에 발목을 잡았다. 앞으로 은행의 펀드나 신탁, 변액보험 등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비예금' 상품의 경우 판매가 한층 깐깐해진다. 임원급 협의체를 만들어 상품정책을 총괄해야 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이사회까지 책임을 묻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원금손실형 상품 판매가 가로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초저금리 상황으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투자상품 판매까지 제약을 받으면서 은행의 영업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전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후속 조치로 펀드, 신탁, 연금, 장외파생상품, 변액보험 등 비예금상품에 대한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은행권은 올해 말까지 해당 규준을 자체 내규에 반영해 시행할 예정이다.


규준에 따르면 은행은 비예금상품 정책을 총괄하는 임원급 협의체 '비예금 상품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 위원회에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리스크관리담당 임원(CRO), 준법감시인, 소비자보호담당 임원(CCO)이 들어가야 한다. 특히 고난도 금융상품, 해외대체펀드, 위험도가 중간등급 이상인 상품은 직접 심의해야 한다. 위원회 심의결과는 대표이사 및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며 관련자료 등은 서면, 녹취 등의 방식으로 10년간 보관된다. 결국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CEO와 이사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은행 창구에서 펀드 판매 시에는 상담 과정이 녹취되고 고객들은 '투자설명 동의서' 내용을 숙지하고 자필 서명을 해야만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또 펀드 등 상품 리스크에 따라 판매 고객군, 한도 총량이 사전에 정해진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은행에서 고위험 펀드 상품 판매가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리스크 관리나 성숙한 투자문화 조성 차원에서는 환영하지만 예적금 상품을 제외한 모든 투자상품을 접어야 할 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 고난도 사모펀드에 대한 은행 판매는 제한된 상황이다. 고난도 금융상품이란 최대 원금 손실 가능한 비율이 20%를 초과하면서 파생상품이 섞여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가 복잡한 상품을 말한다.


B은행 관계자는 "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추가 확인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투자상품 가입은 플러스 알파 수익을 노리는 것인데 앞으로 은행 고객들은 위험 부담이 전혀 없이 원금 보장 상품만 가입한다는 밑바탕에서 시작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은 투자상품을 판매하지 말라는 얘기로 들린다"고도 했다.


은행권의 사모펀드 상품 판매는 급감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비중은 5.10% 수준으로 1년 전 7.61%에 비해 2.51%포인트나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 사모펀드 판매 비중이 82.02%에서 83.87%로 높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금융지원 부담 속에 이자마진수익마저 줄어들면서 시중은행들의 자산건전성마저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이자 부문의 수익성 지표인 NIM은 1분기 1.46%에서 2분기 1.42%로 2분기 기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계기업들로 인한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C은행 관계자는 "이미 예금을 제외한 모든 투자상품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강화된 규정이 나온 이상 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지어 영업점에서는 투자상품 판매 대신 적금 가입을 권유하는 상황이 됐다. 일례로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45분에서 1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적금은 15분이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펀드 가입 시 걸리는 시간 때문에 짜증을 내다 못해 포기하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또 은행 직원의 경우 성과지표에서 제외되는 비예금 상품도 있고 고객수익률마저 성과평가에 반영되는 부담 때문에 투자상품을 권유할 요인이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은행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규제로 인해 향후 성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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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은 나름대로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통제나 소비자 권익보호 강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규제가 자꾸 만들어지면 은행 성장 한계로 작용하게 된다"면서 "현재 빅테크들은 규제를 제대로 받지 않고 금융업 확장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과의 경쟁에서 은행은 자연스레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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