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사랑제일교회 가보니…곳곳 폐기물에 플래카드
입구 들어서자 교회 관계자들 나타나…"당장 나가라"
방역요원에 폭력행사, 재개발 조합에 협박문자 의혹도
사랑제일교회 누적확진자 623명…양성률 19.3%
20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주택가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장위10구역 재개발 구역에 있어 철거가 예정된 상태다. 이 구역 주민 99%는 이주를 마친 상황이지만 사랑제일교회는 서울시토지수용위원회가 보상금으로 책정한 82억원의 7배에 가까운 563억원을 요구하며 퇴거를 거부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당신이 뭔데 여기 왔어. 못 들어가니깐 돌아가."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이날 찾은 교회 주변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교회 인근 골목길과 건물 입구에는 각종 폐가구와 생활쓰레기가 가득 쌓여있었다. '법을 내세워 사유재산 침해 말라!' '사랑제일교회를 음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도 곳곳에 붙어있었다.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13일 폐쇄 및 집합금지 명령을 받아 폐쇄된 상태다. 이에 건물 내부로 진입이 불가능하다. 교회 건물에는 가림막이 설치돼있다. 교회는 폐쇄됐지만 현장 주변에선 신도로 보이는 이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교회로 들어가는 골목에 진입하자 교회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 5명이 길을 막아섰다. 이들은 자신을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소속이라고 밝혔다. 왜 이곳에 있느냐고 묻자 "왜 그런 걸 묻느냐. 당장 나가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차량과 노끈으로 교회 진입를 가로막고 '문재인 체포 구속 방역'이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사람들의 교회 진입을 막고 있었다. '문폐렴 끝났다. 전광훈 목사님이 이겼습니다'라고 적힌 플라스틱 탁자도 눈에 띄었다. 이 교회 한 신도는 "우리는 사무실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교회 신도들이 보초까지 서면서 교회 근처 통행을 막는 이유는 교회 강제 철거를 막기 위한 의도로 추정된다.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5월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이 낸 명도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강제철거가 가능해지면서 조합은 6월 두 차례 명도집행을 시도했으나 신도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현재 교회 측은 서울시가 산정한 금액보다 7배가량 많은 보상금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도들이 교회 내부에서 하던 숙식 생활이 집단감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처럼 재산권 사수를 위해 교회를 지키는 과정에서 방역요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은 지난 18일 현장을 찾은 취재진과 방역작업을 위해 방문한 방역팀에게 욕설을 내뱉고, 방역요원의 멱살을 잡거나 돌을 들고 위협을 하는 등 방역 행위를 방해한 바 있다. 전날에는 예배당 철거를 둘러싸고 사랑제일교회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재개발조합의 조합원들이 이 교회 대표번호로 수신된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무더기로 받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인근 주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 김모(67)씨는 "교회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는데, 교회 사람들에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까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며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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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낮 12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623명이다. 이 중 서울에서만 39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경기는 160명, 인천은 35명이다. 비수도권에서도 확진자가 35명 나오는 등 사랑제일교회 관련 집단감염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현재까지 검사를 받은 사랑제일교회 교인은 3263명으로 코로나19 양성률은 19.3%다. 사랑제일교회는 신도 명단을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현재 정부가 확보한 사랑제일교회 교인 명단의 4000여명 가운데 연락이 안 되거나 사랑제일교회 교인이 아니라고 밝혀 검사를 받지 않은 이들은 389명이다. 이 외에도 신원 파악이 어려운 이는 600여명이다. 경찰은 소재가 불명확한 사랑제일교회 교인 등의 소재 파악을 위해 8500여명으로 이뤄진 신속대응팀을 구성하고 이들을 추적 중이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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