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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억원 vs 6억3000만원' 같은 아파트 이중 전셋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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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면적 같아도 수억 차이
임대차법 가격 왜곡 현실화

'11억원 vs 6억3000만원' 같은 아파트 이중 전셋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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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11억원 대 6억3000만원.' 입주 2년을 앞둔 서울 송파구 가락동 대단지 헬리오시티 내 똑같은 84㎡(전용면적) 아파트에서 나타나고 있는 2개의 전세가격이다. 전자는 최근 새로 세입자를 구하는 집주인이 내놓은 호가며, 후자는 재계약을 앞둔 기존 전세의 계약 갱신 가격이다. 인근 A공인 대표는 "9510가구가 넘는데 84㎡ 전세 매물은 5개 정도 뿐"이라며 "4억원 이상 싸게 재계약하느니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들이 실제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 2주에 접어들면서 같은 아파트 단지 내 같은 면적 전세가격이 수억원씩 나는 '이중가격' 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세가격은 59주째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매물이 잠기면서 전세수급지수가 '공급부족' 빨간불을 켰고, 보증금이 큰 월세에 해당하는 반전세가 증가해 세입자 부담이 가중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14일 현지 중개업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전세 물건은 현재 10건 전후에 불과하다.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해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만가구에 육박하는 매머드급 단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네이버 부동산 기준 77건이 등록돼 있으나 대부분 중복 물건으로, 실제 매물은 적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이 단지 84㎡는 2년 전 대부분 6억원 전후에서 계약을 해 5%를 올려 받더라도 보증금 인상폭은 3000만원에 불과하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여건이 되는 집주인들은 들어오겠다고 마음 먹은 이들이 상당수"라며 "신규로 전세를 찾는 세입자들 문의도 꾸준히 있는데 가을 이사철이 되면 심각한 전세난을 겪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 전세 가격은 59주 연속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10일 기준)은 전주대비 0.14% 올랐다. 지난주(0.17%) 대비로는 상승폭이 줄었으나 여전히 0.10% 넘는 상승률이 유지됐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없어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고 보증금을 크게 높여 불러 가격이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공급이 충분한지 부족한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전세수급지수도 치솟은 상태다. KB 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이번주(8월10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6.9까지 올랐다. 지난 달 20일 180선을 넘어선 이후로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넘으면 공급부족을 의미하며, 수치가 높아질 수록 이같은 현상이 더 심화된다. 월별 전세수급지수 역시 지난 달 174.6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80선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월별 전세수급지수가 180선을 넘은 건 2016년 3월(180.0)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중은 75%에 육박했으나 지난달 기준 54%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반전세(준전세) 계약 비중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14일 기준) 서울 전체 전월세(2252건) 중 반전세(278건) 비중은 12.34%로 7월 9.88%, 6월 9.59% 대비 늘었다. 반전세는 보증금이 월세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계약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임대차시장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5% 룰 대로라도 일단 올리려는 움직임에 월세 전환 속도도 빠르다"며 "새로 입주하는 단지들은 4년을 염두에 두고 시세 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를 내놓는 등 당분간 가격 강세 흐름이 이어질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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