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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더 나쁜 남자 오네긴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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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 부부 이현준·손유희 '오네긴' 출연…푸시킨 소설 원작
이현준 2009년 초연부터 다섯번째 오네긴役…손유희 타티아나易 국내선 처음
"현실적 이야기 감정 전달이 중요…부부가 함께 하니 더 애절한 감정"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오네긴'은 드라마 발레의 정수로 꼽히는 작품이다. 순박한 시골 처녀 타티아나와 도시 출신의 오만한 귀족 청년 오네긴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다.


독일 슈투트카르트발레단은 '오네긴'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발레단이 됐다. '오네긴'은 1961~1973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발레 안무가 존 크랭코(1927~1973)의 대표작이다. 초연은 1965년 이뤄졌다. '오네긴'은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이 2016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은퇴작으로 선택한 작품이기도 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스타 수석무용수 부부 엄재용ㆍ황혜민도 2017년 은퇴 무대를 '오네긴'으로 장식했다. 오는 18일 개막하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의 '오네긴' 공연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또 다른 수석무용수 부부가 출연한다. 이현준(35)·손유희(36) 부부는 주인공 '타티아나'와 '오네긴' 역으로 함께 세 번 무대에 오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2009년 '오네긴'을 국내에서 초연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공연이다.


이현준은 "드라마 발레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용수들이 관객들에게 감정을 다른 작품보다 더 잘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절절한 감정을 전달하기에는 부부라는 게 강점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좀 더 애절한 감정이 나오는 것 같다. 부부가 같이 춤을 춘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막상 해보니까 서로에게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되고 더 많이 충돌한다. 그래서 대화를 더 많이 한다. '오네긴'은 저희의 감정을 관객들도 최대한 느꼈으면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작품이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항상 대화하고 연구하면서 연습하고 있다."

[On Stage] 더 나쁜 남자 오네긴이 돌아왔다 이현준·손유희 2020 '오네긴' 연습 장면 ⓒUniversal Ballet- Photo by Kyoungj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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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더 나쁜 남자 오네긴이 돌아왔다 이현준·손유희 2020 '오네긴' 연습 장면 ⓒUniversal Ballet- Photo by Kyoungjin Kim

이현준은 2009년 초연 때부터 이번 다섯 번째 공연까지 항상 오네긴을 연기했다. 손유희는 2009년·2011년 공연 때 타티아나의 동생 올가를 연기했다. 부부는 2013~2017년 미국 털사발레단에서 함께 활동했다. 2016년 '오네긴' 공연 때 손유희가 처음으로 타티아나를 연기했다. 국내에서 타티아나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티아나는 기술이나 무용수 신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성숙함을 표현할 수 있고 객석을 휘어잡을 역량이 있을 때 맡을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2016년 처음 타티아나를 맡았을 때 설레고 벅찼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있었지만 공연하고 난 뒤 좋은 평을 들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오네긴'은 러시아 소설가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이 9년에 걸쳐 쓴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바탕으로 한다. 타티아나는 도시에서 온 오네긴에게 첫눈에 반해 구애한다. 하지만 오네긴은 차갑게 거절한다. 이후 타티아나는 그레민 공작과 결혼한다. 세월이 흐른 뒤 귀족 부인 타티아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오네긴과 재회한다. 오네긴은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타티아나에게 구애한다. 타티아나는 번민에 휩싸이지만 결국 오네긴의 구애를 거절한다.


시골 처녀가 귀족 부인이 된다는 설정은 프랑스 오페라 '마농'을 연상케 한다. 타티아나와 오네긴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재회해 격정에 빠지는 대목은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9~1910)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떠올리게 한다. '마농'과 '안나 카레니나' 모두 '오네긴'처럼 두 남녀의 엇갈린, 격정적인 사랑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현준은 "'백조의 호수'와 달리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내용이 잘 전달되고 발레를 잘 모르는 관객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조금 과장하면 '부부의 세계' 같은 드라마를 보는 느낌으로 몰입해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On Stage] 더 나쁜 남자 오네긴이 돌아왔다 이현준·손유희 2016년 미국 털사 발레단 '오네긴' 공연 모습 Candidly Created Francisco Estevez Photography

이현준은 캐릭터가 대조되는 측면을 비교해가며 보면 작품이 더 재미있다고 귀띔했다. 오네긴 외에 중요한 남자 배역이 렌스키다. 렌스키는 오네긴의 친구다.


"제인 번 연출이 렌스키와 오네긴을 해와 달로 비유해 설명한다. 렌스키가 항상 밝고 에너지가 넘치고 사랑의 열정이 있는 캐릭터라면 오네긴은 항상 어둡고 음산한 달 같은 인물이다. 타티아나와 올가도 대비된다. 타티아나가 항상 책에 빠져 있는 조신한 처녀인 반면 올가는 천진난만하고 자기를 좋아하는 렌스키가 마냥 좋아 행복해하는 캐릭터다."


이현준은 "드라마적인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 발레에서는 오네긴의 성격을 소설에서보다 나쁜 남자로 표현한다"며 "더 잔인하고 매정하며 차갑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무용수 입장에서는 도전 과제"라고 들려줬다.


여인의 성숙한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 타티아나도 어려운 역할이다. 손유희는 "1막·2막의 소녀 이미지에서 3막의 성숙한 여인으로 달라지는 타티아나를 표현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며 "어려워서 특별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타티아나라는 인물은 동일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주변 환경이 변화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예전에 올가 역을 할 때는 내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면 됐는데 타티아나는 더 성숙한 여인을 표현해야 한다. 지금은 내가 아이도 낳고 더 성숙해졌기 때문에 어쩌면 타티아나가 나에게 더 어울리는 역할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고민이 깊다는 것은 어렵지만 매력적인 작품을 잘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과 같은 뜻이 아닐까. 이현준은 어렸을 때부터 '오네긴'을 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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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담지 않은 춤은 밋밋할 수밖에 없다. 드라마 발레를 경험하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발레에서도 감정을 담아 춤추려 노력할 수 있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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