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원자에 직접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nm) 수준에 멈춰선 메모리 소자 크기의 한계를 0.5nm 수준까지 축소하거나, 현존 가장 작은 메모리 소자 크기로 구성할 경우 저장용량이 1000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이다. 플렉서블 소자, 초집적·초저절전 인공지능 반도체 구현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희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의 연구팀은 산화하프늄(HfO2)을 활용해 원자 단위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 관련 연구 결과가 3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고 밝혔다.
산화하프늄으로 '원자 반도체' 개발
사이언스에 순수 이론 논문이 실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사이언스는 9개월 간의 오랜 리뷰를 통해 연구 결과를 검증했고 찬사와 함께 이 교수의 논문을 싣기로 결정했다. 현재 반도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원자를 제어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산화하프늄(HfO2)이라는 반도체에 특정 전압을 가하면 스프링처럼 원자를 강하게 묶던 상호작용이 완전히 사라지는 새로운 물리현상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단단한 반도체 속 원자(산소원자 4개씩)의 위치를 전압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전압을 자연차폐막으로, 반도체 속 산소 원자 4개씩 위치를 바꾸는 방법을 통해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소자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기존에는 원자들 간 강한 탄성 상호작용으로 인해 원자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지만 이같은 고정관념을 깬 것이기도 하다.
크기를 줄이거나 용량을 1000배 이상 높일 수 있어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메모리 소자 크기의 한계를 깨거나, 현재 크기에서 용량이 1000배 늘어난 메모리 개발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10nm 수준에 멈춰선 메모리 소자의 단위셀 크기 한계를 단숨에 0.5nm(산소원자 4개 묶음)까지 축소할 수 있다. 아니면 0.1Tbit/㎠의 현 평면 메모리 집적화를 1000배 이상 끌어올려, 500 Tbit/㎠의 고집적화가 가능하다. 집적도는 ㎠ 면적당 몇 비트를 저장할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단위다.
특히 현재 반도체 산업은 수십 나노미터 공정 이하로 내려갈 경우 모든 반도체가 저장 능력을 상실하는 스케일 현상으로 인해 한계를 맞은 상태였다. 현재 메모리 공정은 강유전체 메모리(FeRAM) 공정은 약 20nm, 플래쉬 메모리 공정은 10nm 선폭에서 더욱 작아지지 못하고 상황이었다.
이준희 교수는 "향후 초집적 반도체 분야에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는 이론으로 개별 원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은 원자를 쪼개지 않는 한, 현 반도체 산업의 마지막 집적 저장 기술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논문이 출간될 때 다른 나라 산업계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므로, 빠른 실증화, 상용화를 위한 정부, 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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