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역할·특성 무시 지방도시 발전에만 초점
코로나 금융지원 상황에 국회가 혼란만 가중 지적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177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의 등장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면서 금융공공기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지어 부처이관을 추진하는 법안의 발의까지 임박한 상황이다. 금융기관들은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인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금줄이 막힌 기업과 서민을 위한 금융지원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전남도는 최근 '공공기관 이전 시즌 2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김영록 전남지사와 우원식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같은 당 서삼석 전남도당 위원장 등 호남지역 국회의원과 관계 전문가, 공무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성장거점'으로 성장하기에는 1차 이전만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이미 전남도는 올해 4월 정무부지사를 단장으로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23개 유치 대상 기관과 지역산업 연계성 등을 점검하고 유치전략과 추진과제를 수립했다.
앞서 15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 등 11인이 이전대상 공공기관의 심사를 매년 정례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이하 균특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돼 이번 21대 국회에서 재추진된 것으로 일명 '공공기관 추가 이전법'으로 불리운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중소기업 금융투자 활성화법'을 1호 법안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 의원이 당선 전부터 강조해왔던 이 법안은 중소기업 자금 지원 관련 기관들을 일원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즉,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에 신용보증기금, 기업은행 등을 두는 것이 골자다. 현재 신보와 기업은행은 금융위원회가 맡고 있는데 이를 중기부로 소관으로 일원화해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원스톱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도 취임 이후 꾸준히 이 같은 속내를 드러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산업별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은행과 신보가 중기부로 이관된다면 코로나19 금융지원 컨트롤타워인 금융위를 중심으로 한 유기적 협력 관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역할과 특성을 무시한 지방이전 요구는 자칫 정책금융기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력 훼손, 인력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금융노조는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공동 대응에 나서는 등 노사 모두 지방이전 앞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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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공공기관은 정부 뜻에 따라야 하지만 이전 기준이 금융업계 사정을 전혀 배려치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며 "여당은 이전 기준을 지방도시 발전 플러스로만 따지고 이전 당사자인 국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 발전이 훼손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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