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월드클래스 셰프 영입 노력·투자
'데스티네이션 호텔' 향한 신념
제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오픈
푸드랩 신설…식자재 연구·독자메뉴 개발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현대차그룹의 그룹 통합 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5월 첫 삽을 뜨면서 재계의 시선이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사진)을 향하고 있다. 105층 규모의 GBC에 오피스 공간뿐만 아니라 호텔, 컨벤션, 공연장 등 복합시설이 들어서면서 그룹 호텔사업을 안정적으로 꾸려온 정윤이 부사장에게도 더 많은 역할이 주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슬하에 둔 1남3녀 중 셋째딸인 정윤이 부사장은 '은둔 경영'에서 벗어나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두 언니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이 조용한 경영 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막내 동생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함께 유일하게 경영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8년경에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현재 김민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대표와 합을 맞추고 있다.
정윤이 부사장이 가장 공들이는 분야는 호텔의 식음(F&B) 경쟁력이다. 서울에서도 힘들다는 파인다이닝 식당을 제주도에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호텔 자체가 목적지인 '데스티네이션 호텔'이 돼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작년 문을 연 해비치 제주 1층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밀리우'가 대표적이다. 재능있는 셰프를 유치하기 위해 낯선 남아프리카공화국행도 감수했다. '2019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에 오른 '테스트 키친'의 2인자인 한국인 수셰프(부주방장)를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스카우트된 셰프는 해비치 전용 푸드 개발 시설인 '푸드랩' 출범 준비 작업에도 참여했다. 푸드랩에서는 각 영업장의 목적과 콘셉트에 맞는 음식이 개발된다. 가령 한식당을 위해 한국의 전통 식자재를 다양하게 활용해 본연의 맛을 끌어내는 식이다. 개발된 음식은 영업 현장으로 보내지고, 이를 보완해 실제 메뉴로 상용화한다.
호텔업 외 골프장, 식당, F&B 업장 위탁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병행하며 정 부사장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2017년에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내 카페와 레스토랑 운영을 시작했다. 2018년 말 서울 중구의 랜드마크 오피스 센트로폴리스에 아메리칸 다이닝 레스토랑 '마이클스 바이 해비치'도 오픈했다. 특히 마이클스 바이 해비치는 개점 1년 반만인 올해 1월 1일~6월17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5% 늘었다. 센트로폴리스가 신규 오피스 시설로 공실이 이제 막 해소됐다는 점에서 실적 반등 기대감이 높다. 신세계그룹 계열 에스에스지닷컴(SSG닷컴)도 최근 둥지를 틀었다. 센트로폴리스는 오피스 상주 임직원을 위해 해비치 측에서 업무공간을 위탁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 5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를 뚫고 한식당 '수운'과 중식당' 중심'도 연이어 오픈했다. 수운은 조선시대 조리서 '수운잡방'을 모티프로 한 현대적인 한식을 제공하며, 중심은 광둥식 베이스의 정통 중식당으로 '슬로우 중식'을 콘셉트로 한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호텔 관계자는 "정윤이 부사장은 호텔이 있는 제주(해비치)와 화성(롤링힐스)을 직접 오가며 호텔 위생이나 경영 전반을 사려깊게 챙겼다"며 "최근 2~3년새에는 신사업에도 관심 커지고 글로벌로 눈을 돌리면서 해외 출장이 늘었다"고 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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